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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사람에게 2012년 8월 13일의 장마 폭우는 엄청난 기상 사건이었다. 아파트 5층에 살고 있는 나 역시 전날 밤 퇴근하면서 발목까지 올라오는 빗줄기를 만났다.

"비 꽤 오겠네요. 뉴스에선 바닷물 만조 시간과 겹친다는데. 그래도 군산은 지금까지 강풍, 폭우, 폭설에 큰 피해 없이 잘 살아온 복된 곳이니 잘 지나가겠죠."

남편에게 말했다. 새벽 3시경, 바깥이 소란스러워 창가로 가보니 주차되었던 차들이 둥둥 떠 있었다. 지하주차장에서 역류하는 물길은 내가 서 있는 곳이 집인지 바다인지를 의심하게 했다. 위급을 알아챈 남편은 바로 이웃들과 함께 아파트 상가 가게 안으로 들어온 물길을 막는데 일조했다.

집에서 10여 분 거리에 있던 지하 1층의 한길문고 피해 상황을 들은 것은 날이 밝아서였다. 한길문고 직원들이 새벽에 폭우 소식을 듣고 달려갔으나 이미 지하 매장은 가슴 근처까지 물이 차고 있어서 사무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돌아 나왔다고 말했다.

비가 그친 후 며칠 동안 양수기로 빗물을 퍼내니 천장이 무너져 내렸고 10만 여 권의 책이 물에 잠겼다. 절망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책방을 사랑하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흙탕물 속에서 책을 꺼냈다.

50일 동안 자원봉사자 2500여 명이 한길문고를 청소하고 정리했다. 이 책들을 폐지로 처분한 후 손에 남은 돈은 고작 220만 원이었지만 시민들의 사랑은 침수된 절망을 한 줄기 희망으로 솟아나게 했다.

공공도서관도 아닌 개인서점, 한길문고에 군산시민은 어떤 맘으로 그 현장에 왔었을까. 그 속에는 한길문고 대표였던 고 이민우 사장이 있었다. 지금도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나무를 닮은 사람'이라고 추억한다. 어떤 이는 말하길, 소소한 일상을 늘 함께 할 오래된 느티나무 밑동과 같은 사람이라고도 했다.

'군산시민의 힘' 공동대표를 역임한 고 이민우 대표는 군산에 정착한 후, 녹두서점을 맡았다. 이어 한길문고로 개명하면서 서점이 책을 판매하는 그 이상의 역할을 하는 문화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또한 서점의 사회문화적 역할과 함께 지속가능한 시스템 정착을 위해 노력해 시민사회의 많은 지지를 받았다고 들었다. 2012년 8월 수해극복현장에서 보여준 한길문고에 대한 시민들의 사랑은 바로 이 대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바탕에 있었을 것이다.

어느 기사를 보니, 이 대표는 수해극복 후 시민들을 위하여 저자 초청 강연이나 문화행사를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시민의 사랑에 보답하고 지역에서 서점의 주요 역할을 하는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적에 가까운 수해극복이 시민사회의 격려와 용기, 자원봉사로 이루어진 결과임을 잊지 않고 여생을 다해 갚겠다고 다짐했다.
 
 '북비지 중고장터'는, 시민들이 기부하는 중고책을 서점의 한 코너에서 봉사자들이 되팔아 소외계층을 위한 기부금을 마련하는 활동이다.
 "북비지 중고장터"는, 시민들이 기부하는 중고책을 서점의 한 코너에서 봉사자들이 되팔아 소외계층을 위한 기부금을 마련하는 활동이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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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뜻을 이어받은 현 대표 문지영씨는 내가 지도하는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을 위해 장소를 사용할 수 있는지 부탁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 전에 서점에서 본 문 대표의 모습은 사장인지 직원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늘 수수하고 책 정리에 바빴다.

학생들을 위한 장소라면 언제든지 협조하겠다는 말에 5년째 봉사활동 장소로 서점을 찾는다. 작년 7월 시작된 '북비지 중고장터'는, 시민들이 기부하는 중고책을 서점의 한 코너에서 봉사자들이 되팔아 소외계층을 위한 기부금을 마련하는 활동이다.

중고책은 권당 1000~2000원이며 장터 때마다 봉사자 학생들은 행사의 참뜻을 홍보한다. 코로나 정국임에도 불구하고 월 1회 장터를 열어서 서점을 찾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나는 사라지는 동네책방에 대한 아쉬움을 지난 4월 오마이뉴스에 기사로 썼다(관련 기사 : 카톡이 왔다 "동네서점이 폐업한다"고).

그 뒤, 전국의 동네책방을 직접 가 보고 지역민과 함께 어울리는 책방의 역할을 글로 쓰고 싶었다. 일명, '길 위의 동네책방'. 이런 취지를 한길문고 문 대표에게 말하고 간단한 인터뷰를 요청했다.

- 한길은 어떤 뜻이 있나요? 그리고 한길에 소망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세 아이들의 이름이, 새벽, 한길, 초원인데요, '새벽에 일어나 한 길로 걸어서 넓은 초원에 이르라'는 뜻으로 지었답니다. 한길의 소망은 오로지 군산 시민에게 사랑 받는 서점이 되어 저녁 먹고 마실 나와 편히 쉬어 가는 마음을 여는 곳이 되는 거예요."

- 한길서점이 지역에서 맡고 싶은 역할은 무엇일까요?
"서점이 망하면 지역의 문화가 사라진다고 합니다. 한길은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작가강연회 뿐만 아니라 콘서트 체험행사 등을 통해 지역민과의 소통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한길문고 프로그램.
 지역 주민들을 위한 한길문고 프로그램.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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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힘들겠지만 계획한 정규프로그램이 있나요?
"3년째 하고 있는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 서점 지원사업, 보컬의 길, 엉덩이로 책읽기 대회, 200자 글쓰기 대회, 문태현 마술사와 함께하는 마술쇼, 심야책방 등이 있습니다. 당장은 눈앞에 큰 변화나 영향은 없지만 눈덩이가 굴러 커지듯 한길문고가 시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진정한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길 희망합니다."

- 지역서점으로서 어려운 점이나 정부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정가제 시행 이후에도 동네 서점의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대형·온라인 서점만이 호황을 누렸습니다. 이유는 동네 서점 및 대형·온라인 서점에 대한 차별적 도매 공급률이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형·온라인 서점의 도서 매입가는 정가의 50~65% 수준이지만, 우리 같은 중·소형 서점은 70~75%에 매입합니다.

똑같이 매출이 줄어들더라도 출판사와 중·소형 서점은 타격이 큰 반면 대형·온라인 서점은 마케팅 비용을 영업 이익으로 보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도서정가제 강화에 대한 비난 여론에도 저희 서점의 입장은 완전도서정가제의 도입입니다. 또한 독서 장려 같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 등이 필요하지요."

2000년 이후 동네서점 수는 급격히 줄었고, 운영 역시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에게 밀려 있는 상황에서 최근 아름다운 지역 문화의 마중물로서 동네 책방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외치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책은 소비되지 않고 공유될 뿐이다"라고 했던 한길문고 대표의 소신처럼, 지식과 문화를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방식이야말로 진정한 지역민과 상생의 삶이다.

장마가 시작되는 6월, 습한 기운을 걷어내고 지역의 중심체로서 사람과 책, 문화를 이어주는 한길문고는 변함없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멀리 있어 그리운 사람 또는 가까이 있어도 소원해진 사람이 있다면 누구라도 불러보세요. "우리 한길문고에서 만나요. 책 보고 있을게"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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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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