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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달 기사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식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의 과도한 배달 시간제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을 주장하고 있다.
 배달 기사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 회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식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의 과도한 배달 시간제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을 주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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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노동현실을 다룬 영화 <미안해요 리키>에선 주인공인 택배기사 리키가 강도를 당해 크게 다치는 장면이 나온다. 병원에 있는 리키에게 회사의 관리자는 위로보다는 '돈'을 더 중요하게 언급한다.

"택배 중 보험처리가 안 되는 여권과 빼앗긴 스캐너 기계값을 갚아라."

영화같은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쿠팡이츠(쿠팡 음식 배달 서비스) 배달노동자 김영빈씨는 지난 3월 10일 서울 구로구에서 러시아워 시간에 배달 배정을 받았다. 그는 앱에 표시되는 '도착 예상 시간'에 맞춰가기 위해 급하게 가다가 결국 오토바이와 함께 도로에 미끄러졌다.

김씨는 바로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상담센터에 전화를 했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은 "배달료와 음료 다섯 잔 값을 물어내라" 뿐이었다. 쿠팡 측은 "어디 다치신 곳이 없느냐"는 한 마디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은 김씨만 겪은 게 아니었다. 라이더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고가 나서 쿠팡에 알렸더니 '음식은 괜찮은지', '고객에게 알렸는지'만을 궁금해했다는 경험담들이 올라오고 있다.

"'평점'으로 압박... 사고 일어나도 책임은 나몰라라"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앱에 들어가면 확인할 수 있는 배달노동자의 평점
 쿠팡이츠 배달파트너 앱에 들어가면 확인할 수 있는 배달노동자의 평점
ⓒ 라이더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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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츠 배달노동자들의 안전 문제가 잇따르자, 라이더유니온은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6동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의 배달시간 제한 정책 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라이더유니온은 쿠팡이 사실상 '빠른 배달'을 압박하면서,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쿠팡은 배달노동자를 '평점'을 통해 '관리'한다. 배달이 노동자에게 배정되면 쿠팡이 예상하는 '배달 완료 시간'이 뜨는데, 만약 그 시간 내에 못 맞출 경우 '약속시간 내 도착율'이 낮아진다. 이는 평점을 좌우하게 되므로 노동자들에게는 큰 압박이다.

최근에 쿠팡 측은 배달노동자들이 쓰는 앱에서 '약속시간 내 도착율' 항목을 없앴다. 하지만 '예상 시간'을 초과한 경우 고객이 낮은 평점을 줄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여전히 배달노동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배달노동자들은 쿠팡이 정하는 배달 완료 시간이 일반 내비게이션이 나타내는 도착 예정시간보다도 짧다고 지적한다. 기상 상황이나 차량 정체 등은 고려하지 않을뿐더러, '건물 도착' 시간을 기준으로 예정시간을 잡다 보니 지하상가나 아파트 배달에 걸리는 어려움을 참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 오후 홍대에서 배달을 하던 한 라이더가 배달 장소를 지도에 찍으니 내비게이션에서는 13분이 걸린다고 나왔지만, 쿠팡에서는 예상 시간을 9분으로 측정했다고 한다.

그래서 라이더들은 배달을 서두를 수밖에 없고, 결국 이는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쿠팡은 현재 배송 중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모든 책임을 라이더에게 전가하고 있다. 이 부분은 쿠팡이츠 배달노동자가 쓰는 계약서에도 명시되어 있다.

계약서의 '배송사업자 이용약관'을 살펴보면 "사고 발생 시 배송사업자는 인적, 물적 피해 및 기타 사고와 관련된 모든 분쟁을 배송사업자본인의 책임과 비용으로 해결하여야 합니다"라고 쓰여있다. 배달의민족과 달리 달리 쿠팡은 배달노동자들을 산재보험에도 일제 가입시키지 않고 있어서, 노동자가 일하다가 다쳐도 보상받을길이 전혀 없는 셈이다.

라이더유니온 측은 이같은 쿠팡의 운영이 산업안전보건법상 배달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의무에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법에는 배달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의무가 규정돼 있고, 이를 토대로만든 안전보건규칙(산안법 673조 2항)에는 '산재를 유발할 만큼 배달시간을 제한해선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외에도 라이더유니온은 ▲평점과 배차제한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쿠팡에 종속된 상황에서 일하게 되며, ▲ 14일부터 '할증 기준 거리'가 100m에서 2km로 바뀌어서 수익이 줄어들 것이 예상되고 ▲'치타 배송'이라는 광고문구 등으로 배달노동자가 압박감을 느낄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빨간색 뜨면 '영구정지'... "산재 처리는 가능해야 할 것 아니냐"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쿠팡 관계자에게 '대화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쿠팡 관계자에게 "대화요청서"를 전달하고 있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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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은 "라이더들은 배송사업자라고 계약을 맺는다. 그런데 사업자라고 하면 자유롭게 일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쿠팡이츠가 배정하는 배달을 반드시 해야한다"며 "녹색, 노란색, 빨간색으로 평점이 매겨지며, 빨간색이 뜨면 우리 말로는 '영정'(영구정지)이 됐다고 한다. 그러면 더 이상 일할 수가 없게 된다"며 평점 시스템이 배달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 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에 온 것은 쿠팡과 대화를 하고 싶어 온 것이다"라며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 노동이므로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일을 하다가 다치면 산재처리는 되게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쿠팡을 위해서 일하는 노동자가 음식보다는 가치 있게 대우 받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더유니온 조합원 김영빈씨는 "음식점에서 포장을 제대로 안 해서 배달 음식이 훼손 된 경우가 있다. 이때 쿠팡 측은 음식점과 라이더 사이를 중재하는 게 아니라 라이더 쪽으로 책임을 미룬다. 이런 것이 '기업의 횡포'라고 생각해서 '대화'를 시도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한편 라이더유니온 측이 건넨 '대화 요청서'를 받아든 쿠팡 관계자는 "다음주까지 답을 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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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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