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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31일 김포시 월곶리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북 전단 50만장,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천장, 메모리카드(SD카드) 1천개를 대형풍선 20개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1일 밝혔다.
▲ 탈북민단체, "김정은 규탄" 대북전단 살포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31일 김포시 월곶리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북 전단 50만장,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천장, 메모리카드(SD카드) 1천개를 대형풍선 20개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1일 밝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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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살포 법적 제재 여부가 화두로 떠올랐다.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이니 제한하면 안 된다'는 입장과 '공동체의 손해가 더 크기 때문에 법적으로 제재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붙고 있다. 그런 가운데 북한은 16일 남북합의에 따라 비무장화된 지역에 다시 군대를 배치하고 대남전단 살포를 예고하는 데 이르렀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모양새댜.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대남 강경 담화 이후 우리 통일부는 "접경지역 국민들의 생명·재산에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면서 대북전단 살포를 막기 위한 '법률 정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국회의 움직임도 있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대북전단 살포를 차단하는 방법을 담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미래통합당은 소위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 9일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헌법상 표현의 자유라는 것이 가장 상위의 가치"라면서 "UN인권위원회에서도 북한 주민들이 다른 쪽의 사정을 전단이나 이런 걸 통해서 알 권리가 있다고 확인했다"라고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통합당의 주장대로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이니 보장받아야 하는 걸까? 제한해선 안 되는 걸까?

헌법을 보면

시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권력은 시민 개개인으로부터 위임받아 형성된 '위임권력'이다. 그렇기에 국가권력의 한도는 시민에게서 위임받은 만큼이다. 만약 어떤 시민이 '나의 모든 권한을 국가에 위임한다'고 한다면, 그것은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국가권력은 모든 시민에게 동일하게 작용돼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가권력은 개개의 시민들로부터 양도받은 '최소한'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이를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표현한다(제1조 제2항).

따라서 국가권력은 그 한도 내에서만 시민의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 당연히 본질적인 부분은 제한할 수 없다. 시민들이 자신의 본질적 권한까지 국가에 위임한다는 것을 상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라는 표현으로 규정한다.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나의 권한을 양보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공동체에 양도한 권한의 범위에서, 사전에 규칙으로 정해진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시민들의 권한, 즉 인간의 기본권은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사전에 제한의 방식이 법률로 정해져 있다면 얼마든지 제한할 수 있는 걸까? 물론 그렇지 않다. 기본권의 제한은, 그것을 제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동체의 이익과 그로 인해 상실하는 개인의 이익을 비교해 공동체의 이익이 월등히 클 경우, 그것도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당연히 침해되는 기본권의 성격도 고려돼야 한다. 생명권과 같이 그 자체로 본질적인 권한은 당연히 제한의 여지가 적을 것이다.

대북전단 살포가 '무조건 보장돼야 하는 자유'는 아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대북전단 및 북한인권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단을 들어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대북전단 및 북한인권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단을 들어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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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살포 문제로 초점을 맞춰보자. 정부와 탈북민단체간, 여야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북한 정권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전단, 소책자, 이동식저장장치(USB, SD카드 등)와 1달러짜리 지폐, 쌀을 담은 페트병을 대형 풍선에 매달아 북쪽으로 날려 보내는 대북전단 살포에 북한은 지속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널리 알려졌듯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하고, 군사적 행동까지 언급하면서 한반도의 긴장감은 여느 때와 달리 높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몇몇 탈북민단체들은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경기도는 강행시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면서 대응하고 있다.

탈북민단체들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말한다. 북한에 대한 자신들의 사상을 자유롭게 표현할 권한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모든 기본권이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예외적인 경우 법률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

다만,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작동되기 위해 반드시 보장돼야 하는 권한으로 다른 권한보다 더욱 두텁게 보호돼야 하는 기본권이다. 그렇기에 표현의 자유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표현의 자유 속에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탈북민단체들의 주장은 일면 타당한 면이 있다.

북한을 향해 전단 등을 날려보내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발현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그것이 표현의 자유에 '포함된다'는 것과 '보장돼야 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표현의 자유라고 하더라도 보호의 필요성이 강조될 뿐, 제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가 다른 이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표현의 자유 행사가 되레 다른 공동체 구성원의 표현의 자유를 현격히 억압하는 경우, 그리고 공동체에 즉각적인 위해를 야기하는 경우다.

대북전단은 북한 정권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3대 세습 김정은 정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평화로운 그리고 전쟁에 반대하는 통일(4조, 5조)을 추구한다. 평화로운 방식의 통일 위해서는 북한과의 대화가 전제돼야 한다. 그러나 대북전단을 살포하고자 하는 이들의 방식대로 한다면 북한은 대화 상대가 아닌 대결 대상이 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북전단 살포를 원하는(지지하는) 이들은 북한주민들에게 전단을 날려 보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남한 내부에서도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령, 대북전단 살포를 지지하는 입장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대북전단을 살포를 처벌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북한의 노예가 되어 자유 탈북민을 탄압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이같은 표현은 남한 내 평화통일을 주장하는 이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위축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 작동원리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오히려 다른 이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면 제한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가 공동체에 위해를 가한다면? 
 
2014년 10월 10일, 한 탈북민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한 뒤 북한이 대응사격에 나서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대북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접경지역인 고양, 파주, 김포, 강화, 연천, 철원 주민대책위와 통일운동단체 회원들이 정부서울청사앞에서 대북전단 살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2014년 10월 15일).
▲ 접경지역 주민, 대북전단 살포 규탄 2014년 10월 10일, 한 탈북민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한 뒤 북한이 대응사격에 나서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대북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접경지역인 고양, 파주, 김포, 강화, 연천, 철원 주민대책위와 통일운동단체 회원들이 정부서울청사앞에서 대북전단 살포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2014년 10월 15일).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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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공동체에 즉각적인 위해를 가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민주주의 속 공동체가 개인에게 위해를 가하면 안 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그간 대북전단 살포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는데, 최근에는 군사적 행동까지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냈다. 이처럼 군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공동체에 위해를 가하는 행위일 것이다. 한반도는 사소한 혹은 우발적 충돌에도 자칫 전면전이 발생할 수도 있는 지역이다. 그만큼 사회 구성원들의 민감도 역시 높다.

이러한 특수성을 가진 지역에서 북한 정권에 대한 힐난을 담은 전단을 대규모로 북쪽으로 날리는 행위는 무모하다. 공동체에 즉각적인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행동까지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을 수는 없다. 인간의 기본권은 공동체와 구별되는 개인의 고유한 권리다. 하지만 개인의 고유 권리 역시 공동체 속에서 발현되는 것이고, 공동체와 함께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 대한민국은 '평화통일'을 헌법에 명기하고 있다. 우리 공동체는 평화통일의 가치를 품고 있다. 이런 공동체적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논의 과정 자체를 부정하는 대북전단 살포는 표현의 자유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영역에 있지 않다. 북한의 눈치를 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군사적 대응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서 전단 살포를 강행하는 것은 공동체에 위해를 야기할 수 있다.

4년 전에 "대북전단 살포 제재 가능하다"고 본 법원

법적 제재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미 대한민국 법원은 2015년·2016년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법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2014년 대북전단을 살포하던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은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당하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면서 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의정부지법은 2015년 1월 이민복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민복씨가 항고했지만 의정부지법은 2심에서 또다시 기각했다. 결국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갔고, 2016년 3월 상고를 기각해 이민복씨의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대북전단 살포행위와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신체에 급박한 위험을 발생시키는 북한의 도발행위 간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라며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하여 경찰관직무집행법 제5조제1항과 정당방위 및 긴급피난을 규정하는 민법 제761조제2항에 따라 국가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라고 봤다.

사법부는 이 판결의 의미에 대해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적으로 보장 받는 기본권이 아니라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제한 가능"하며 "대북전단 살포행위는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안전·재산 보호를 침해하지 않아야 하며, 이러한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에는 법률에 의해 제한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대피소 옆에 경찰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통일부가 남북교류협력법을 적용해 대북전단 살포 단체 2곳을 고발한 데 이어서, 이날 경기도는 접경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해 대북전단 살포자의 통행을 제한하고 위반 시 현행범으로 체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2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대피소 옆에 경찰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통일부가 남북교류협력법을 적용해 대북전단 살포 단체 2곳을 고발한 데 이어서, 이날 경기도는 접경지역을 "위험구역"으로 설정해 대북전단 살포자의 통행을 제한하고 위반 시 현행범으로 체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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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북전단, #표현의자유, #공동체안전, #헌법, #탈북민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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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사람사이 대표 변호사다. 민변 부천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경기도 의회 의원(부천5, 교육행정위원회)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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