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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김정일 만나다 김대중-김정일 만나다
 2000년 6월 13일 오전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김대중 대통령과 직접 마중나온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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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6월 15일, 그날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전쟁과 분단의 세월을 뛰어넘어 남북의 두 정상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두 손을 잡던 날, 남북해외 우리 민족 모든 구성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어디 우리 민족뿐이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의 화약고'였던 한반도에서 나온 평화의 뉴스에 국제사회 모든 나라, 모든 사람들은 박수를 보내며 함성을 질렀고 함께 울먹이기도 했다.

당시 IMF로 인해 세계 초국적 자본들이 한국의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내몰고 경제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며 무차별적 노동탄압이 자행되던 고통의 현장에서도 우리 노동자들은 남북 두 정상의 만남을 응원했고 자주통일의 새날이 열리기를 기대하고 염원했었다.

6.15공동선언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남북 두 정상의 만남은 노동자, 농민, 여성, 청년학생 할 것 없이 민간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명실상부한, 대중적이고 합법적인 남북해외 3자연대운동 조직인 '6.15공동위원회'를 탄생시켰다.

그중에서도 남북노동자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이미 6.15공동선언이 탄생하기 전인 1999년에 우리 노동자들은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성사시킨 바 있다. 그렇기에 6.15시대에 그 누구보다 우리 노동자들의 역할이 중요하게 자리 잡았다. 그리고 2007년 5월 1일 세계 노동자들의 생일날에 남북의 노동자들은 남녘 땅 창원에서 또다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를 성사시켰으며 10.4공동선언 탄생의 마중물 역할을 해냈다.

평화의 암흑기를 뛰어넘게 한 '촛불혁명'
 
남-북 정상 '판문점 선언' 발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 합의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 남-북 정상 "판문점 선언" 발표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 앞에서 "판문점 선언" 합의에 대한 입장을 발표한 뒤 악수하고 있는 모습.
ⓒ 한국공동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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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박근혜 정권의 탄생으로 잃어버렸던 평화와 통일의 시간들... 그 시간을 단숨에 뛰어넘게 한 것은 '촛불혁명'이었다. 촛불의 힘은 또다시 남북의 두 정상을 만나게 했으며 '4.27 판문점선언'과 '9.19평양선언' 탄생의 최대 동력이 됐다.

그리고 4.27 판문점선언 시대의 첫 민간교류는 또다시 우리 노동자들이 열었다. 2018년 8월 서울에서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가 개최된 것이다. 많은 부문 단체들이 우리 노동자들을 응원하면서 활발한 민간자주교류 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우리 노동자들의 마음은 무거웠다. 6.15공동선언을 뛰어넘어 4.27판문점선언 시대가 시작됐지만, 그 이행의 길이 얼마나 많은 '투쟁'을 동반하게 될 것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측 노동자들은 "한반도 정세는 지금도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도 같다, 우리에 대한 제재와 적대정책이 있는 한 또 다른 만남은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었다.

이것은 그냥 '기우(杞憂)'가 아니었다. '대북제재'는 북에 대한 족쇄가 아니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족쇄'로 되고 있다.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의 합의가 왜 지금 이행되고 있지 않은가?

'미국의 승인'이라는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회동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9년 6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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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말했듯이 '미국과의 협의'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미국이 승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뛰어넘지 않고선 남북공동선언은 단 한 줄도 이행되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공동선언의 본 정신을 외면하고 합의 내용에 있지도 않은 '인도적 지원'이라든지 '개별관광'이라든지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같은 치적쌓기식의 일방적인 요구를 북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우리 민족이냐 한미동맹이냐.' 이것은 분단해결의 본질적 물음이고 아무리 어려워도 결국은 선택해야만 한다. 역사적인 남북공동선언이 더 많이 발표된다고 한들 그것을 이행할 의지가 없다면, 그것을 실현하지 못한다면 역사적인 선언은 그냥 종이에 불과하게 된다. 6.15공동선언 20년의 세월이 우리에게 그것을 말해주지 않는가.

무엇보다 한미동맹은 남북관계 발전만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아니다. 불평등한 한미관계로 인해 주권국가로서의 한국의 위상은 얼마나 심각하게 침해받았는가.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남녘 민중들이 모두 짊어지고 있다. 미국 무기 구매 강요, 주한미군주둔비(방위비분담금) 인상 강요, 세균전 실험과 부대운영, 사드배치, 환경오염, 미군범죄 등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불평등한 한미관계로 인한 우리 국민들의 분노는 최근 더욱 거세지고 있다. 더이상 한국민들에게 '미국'은 우리를 지켜주는 나라가 아니다. 그 거짓의 역사와 진실, 한미동맹의 민낯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웠으며 똑똑히 알게 됐다.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인해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드러난 미국의 민낯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의 방향은 '탈미' '탈신자유주의'다. 이제 우리도 포스트 코르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신냉전체제'로의 전환... 지금 남한에 필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한국형 뉴딜'의 핵심은 '평화'여야 한다. 분단체제로는 그 어떤 대안도, 새로운 미래도 새로운 국가 비전도 나올 수 없다. 무엇보다 미·중을 중심으로 세계는 신냉전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한반도가 또다시 열강들 이권으로 난도질당하며 희생양이 될 수는 없다.

역대 모든 남북공동선언들에서 일관되게 밝히는 길은 오직 하나다.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 '우리민족끼리'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 이것이 우리민족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고 유일한 해법이며 우리의 유일한 미래이기 때문이다. 

'미국과의 협의'보다 먼저 남북의 약속이 우선돼야 한다. 남북공동선언의 직접 당사자인 우리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며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북미간의 중재인 노릇을 하려 한다면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도, 6.15남북공동선언 20년처럼 그저 역사 속에 묻힌 채 죽어가지 않겠는가. 그리고 한미동맹의 이름을 앞세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수탈의 역사도 끝내지 못할 것이다. 잘못된 역사는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남북공동선언 이행은 미국에 'NO'(노)라고 말할 때 비로소 시작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엄미경씨는 민주노총 부위원장(통일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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