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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부터 전국의 동물원에 등장하기 시작한 먹이주기 체험. 당시에는 지자체 동물원을 비롯한 모든 동물원에 등장했다.
 2012년부터 전국의 동물원에 등장하기 시작한 먹이주기 체험. 당시에는 지자체 동물원을 비롯한 모든 동물원에 등장했다.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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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10일 기준 전 세계 확진자 710만 명, 사망자 40만 명을 넘어섰지만 확진 추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미 지구는 바이러스가 번식하기 좋은 구조로 되어 있다. 숙주가 있어야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는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가장 최적의 숙주는 인간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인수공통전염병이며 근원지는 야생동물이다. 2019년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친척 격인 사스 바이러스, 메르스 바이러스 역시 모두 야생동물에게서 왔으며 박쥐가 근원지였다. 그러나 야생동물과 인간은 종간 장벽 때문에 쉽게 질병이 전파되지 않는다. 대부분 이 중간에 연결고리가 있었다.

1994년 호주 핸드라 바이러스에서 과일박쥐와 조련사 사이를 매개한 것은 경주마였고, 1998년 니파 바이러스 때도 과일박쥐와 사람 사이에 매개 역할을 한 것은 돼지였다. 2002년 사스 때는 사향고양이, 2009년 신종플루 때는 돼지가 조류와 사람 사이의 매개가 되었다. 2012년 메르스 때는 낙타가 박쥐와 사람 사이에서 매개가 되었다. 요약하면 신종 바이러스가 자꾸 발생하는 것은 동물과 사람 사이에 거리가 너무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누군가에게 동물원은 꿈의 공간으로 인식되겠지만, 나에게 동물원은 질병 전파의 위험요소다. 동물원에는 무수히 많은 동물이 살고 있고, 종도 다양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동물들을 가까이에서 보거나 접촉한 후 다시 지역사회로 돌아간다. 어떤 질병 발생의 위험이 있는지, 정기적인 검사와 예방, 소독, 검역 및 방역 조치를 실시하고 있는 동물원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인수공통전염병 때문에 정부는 야생동물의 질병을 조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시료는 대부분 야생에서 혹은 야생동물구조센터 등에서 받고 있다. '동물원은?'이라는 질문에 모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동물원은 정부의 시료채취 요구에 협조할 수 있겠지만, 개인이 운영하는 동물원은 정부라도 강제할 권한이 없다. 질병 발생의 사각지대다.
     
전국의 동물원과 수족관을 조사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이전에 없던 새로운 프로그램이 동물원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동물에게 직접 먹이를 주거나 만지게 할 수 있는 동물체험이 유행하게 된 것이다. 당시 동물체험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한 사람이 누군지를 알게 되었다.

그 동물원장에게 "원장님이 원흉이다"라는 말을 했었다. 본인도 인정했다. 그 원장은 이후 어떤 이유에서인지 동물원을 접었고 그 동물원은 다른 사람의 소유로 넘어갔지만, 몇 년 사이 주인이 여러 번 바뀌었고 현재 동물들은 참담한 수준으로 방치되어 있다. 체험동물원의 최종 종착점이다.

동물복지에 가장 나쁜 것은 '체험'
 
아이들 여럿이 스컹크를 만지고 있다. 실내체험동물원에서는 거의 모든 동물을 만질 수 있다.
 아이들 여럿이 스컹크를 만지고 있다. 실내체험동물원에서는 거의 모든 동물을 만질 수 있다.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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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토끼, 양 등 가축에게 먹이를 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게 된 것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우선 가축에 속하는 동물은 번식률이 높다. 그리고 가격도 싸다. 몇 마리 죽는다 한들 동물원의 입장에서 큰 손해가 아니다. 더군다나 관람객들은 비용 대비 자극적인 행사를 즐거워한다. 비용 대비 효과가 높자 동물원들은 모두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2015년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실내체험동물원이 들어섰다.

동물복지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입장은 각각 다를 수 있다. '전시, 체험, 공연 중에 무엇이 가장 동물복지에 나쁜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가장 나쁜 것은 체험이다. 오랫동안 돌고래를 사육해본 경험 있는 사육사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본 적이 있다. 그는 돌고래를 만지고 사진 찍는 행위라고 답했다.

지난 몇 년간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 논의가 있었다. 향후에도 개정해야 할 내용은 많지만 이 중 가장 시급한 것은 동물체험을 중단하는 것이다. 동물복지의 실현이란 이상향을 설정하는 것 이상으로 현재 가장 나쁜 요소를 찾아내 단계별로 없애는 과정이 중요하다. 
     
2020년 5월부터 6월초까지 전국에서 대형 동물원, 수족관에 속하는 곳을 대상으로 가축의 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중성화 및 불임수술을 했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만지고 먹이 주는 체험을 하고 있는지도 추가로 질문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서울대공원 동물원 중성화 완료, 먹이주기 체험은 소수만 남음
-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 중성화 완료, 체험 없음
- 청주동물원 중성화 완료, 체험 없음
- 전주동물원 중성화 완료, 체험 없음
- 한화 아쿠아플라넷 일산 중성화 완료, 물고기 먹이주기와 가축 먹이주기 소수 남음
- 광주 우치동물원 중성화는 하지 않았으나 발정기 때 분리 이용, 체험 없음
- 진주동물원 중성화 안함, 체험 없음
- 대전 오월드 동물원 중성화 안함, 체험 없음
- 대구달성공원 동물원 답변 없음

인터뷰 요청에 응한 동물원 관계자들은 중성화 수술이나 발정기 때 분리하려는 노력은 우선 개체수 증가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답했고, 체험중단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첫째, 인수공통전염병 및 질병 발생을 막기 위한 것, 둘째는 동물복지였다.

중성화를 통해 가축의 개체수를 조절하게 되면 그 동물이 자연사할 때까지는 동물원의 책임하에 보호하게 된다. 그러나 그 동물이 모두 죽게 되면 자연스럽게 체험은 사라질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실내체험동물원의 체험 프로그램을 없애는 것이다.

실내체험동물원의 문제점
 
전시관에 구멍을 뚫어놓고 관람객이 음식을 주는 형태. 영양불균형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
 전시관에 구멍을 뚫어놓고 관람객이 음식을 주는 형태. 영양불균형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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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법 개정 논의 당시 실내체험동물원 관계자들은 '체험동물원을 없애면 당장 동물들이 갈 곳이 없으며, 개인사업을 한꺼번에 없애는 것은 무리'라며 반발했다. 물론 모든 동물원을 한꺼번에 없애기는 어렵다. 따라서 '동물을 위한 행동'은 동물원과 수족관에서 동물체험을 우선적으로 없애야 한다는 의견서를 환경부와 해양수산부에 발송할 예정이다.

동물원과 수족관이 동물 본연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변화하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동물체험은 공중보건과 동물복지적 측면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다.

실내체험동물원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실내에 동물원이 있기 때문에 모든 동물이 자연광을 제대로 쐴 수 없다. 둘째, 대부분의 동물원에서 관람객이 입구에서 먹이를 사서 주게 되어 있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 사과 당근류이고 이것을 하루 종일 받아먹은 동물들은 장기적으로 영양불균형 상태에 빠지게 된다.

동물원에 있는 모든 종은 각기 종의 특성에 맞는 먹이를 따로 급여해야 하며, 개체별로 먹이를 제대로 먹고 있는지 사육사가 관리해야 한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같은 대형 동물원에서 영양사를 따로 고용하고 있는 이유다. 장기적으로 영양불균형 상태가 되면 면역력이 약화되고 결국 질병으로 이어진다.

어느 날 갑자기 설사와 구토를 하는 동물을 제때 병원 치료를 받게 하기는 어렵다. 실내체험동물원 대부분 상근하는 수의사가 없다. 그들은 제때 건강검진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질병 관리 프로그램 역시 부재하다.
     
셋째, 만지기 체험의 경우 많은 관람객이 모여 동물을 집중적으로 만지게 되는데 사실상 거의 모든 종이 이 만지기 체험에 이용되고 있다. 동물의 스트레스는 물론이고 다수의 동물을 만진 관람객이 어떤 질병에 감염될지 모르는 일이다. 관람객들은 동물을 만진 이후 음식도 먹을 것이고 다른 사람들과 접촉한 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작은 실내체험장만 남았다
 
사랑새 체험전은 전국의 체험동물원에 있다. 청주동물원과 한화 아쿠아플라넷 일산에서는 조류체험장이 사라졌다.
 사랑새 체험전은 전국의 체험동물원에 있다. 청주동물원과 한화 아쿠아플라넷 일산에서는 조류체험장이 사라졌다.
ⓒ 전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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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알려진 바로는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직접 전염되는 질병으로 클라미디아, 크립토스포리디오시스증, 낭포, 랩토스피라병, 앵무병, 백선, 살모넬라, 파상풍, 톡소플라즈마증, 톡소카라증 등이 보고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바이러스성 질병까지 덧붙여졌다. 사람을 위협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문명의 대전환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바꿀 수 없으니 지금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문제부터 해결할 필요가 있다.
      
동물체험을 없애면 관람객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전시환경을 보게 될 것이다. 이제까지 체험동물원은 동물을 만질 수 있다는 점을 주로 선전해왔다. 체험 위주가 되면 전시환경은 그다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러나 시민의 안전과 동물복지를 위해 체험을 없앤 후 동물전시관의 환경개선을 유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실내체험동물원은 100% 개인 소유의 동물원이다. 지자체 동물원이나 대기업 동물원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동물복지는 어떤 동물원이든 지켜야 하는 대원칙이다. 돈이 없다면 다른 사업을 해야 한다. 개인의 의지로 사업을 시작했기에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 줄 이유도 없다.

오래전 새 체험장에 간 적이 있다. 모이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면 새들이 날아와 모이를 쪼게 된다. 그 느낌이 간지럽고 신기했다. 그런데 문제는 모이가 바닥에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내가 보지 않았어도 금방 추론할 수 있었다. 관람객들이 많이 몰리면 바닥에 모이를 먹으러 내려간 새들이 밟혀 죽겠구나.

새 체험장에 서 있는 직원에게 "새들이 밟혀 죽을 수도 있겠네요"라고 말했다. 그때 새하얗게 표정이 변하는 직원을 보았다. 전국의 동물원에 있던 새체험장은 그렇게 사라지고 있다. 이제 작은 실내체험장만 남았다.

태그:#동물체험, #동물을위한행동, #동물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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