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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그래요, 누구나 한번쯤 시인을 꿈꾸고 작가를 꿈꾸지요. 저도 그랬답니다. 학생 때 생활기록부에 썼던 두 개의 꿈, '선생님'과 '작가'. 사실 선생님은 늘 보던 분이니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았지만 작가는 어떻게 되는 건지 잘 몰랐던 게 분명해요. 그냥 교과서에 나온 글을 쓰는 모든 사람을 작가라고 생각했어요.

중학교 시절, 어느 날 한용운 시인의 시가 눈에 보였죠. 그 유명한 <님의 침묵>을 포함해서 <알 수 없어요> <나룻배와 행인> <복종> < 사랑하는 까닭> 등. 그냥 좋았어요.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얼마만큼 있다가 나오면 이런 시를 쓸 수 있을까. 비평가들은 이 시인의 시를 보며 민족 잃은 슬픔을 승화시킨 시라고 했지요. 그래서 국어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열심히 비유법, 은유법, 대조법 등을 공부했지요.

가난했던 학창시절, 시집을 따로 사 본 기억은 없지만 교과서의 국어공부를 열심히 한 덕분에 윤동주, 박목월, 김소월 등을 포함한 시인과 시를 기억하게 되었지요. 성인이 되어 읽고 싶은 책을 한 권 살 때마다 새로 나온 시집이 있으면 곁눈질해서 얼른 한두 편 읽었어요. 그렇게 안도현, 도종환, 정호승, 이해인, 나태주 시인들을 만났답니다. 결혼을 하니 다행히도 남편은 상당히 많은 시집을 가지고 있어서 제 부족함을 채워 주었어요. 그렇게 시는 제 곁에 머물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시작한 글쓰기 모임에서 탄력을 받아, 다양한 SNS에 글도 올립니다. 글쓰기를 더 잘하고 싶어서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나'에 관한 글쓰기 책을 10여 권 읽었습니다. 전문가가 제시하는 유익한 글들이 많았고요, 그 중 꼭 따라하고 싶은 것은 바로 '필사하기'였지요.
 
 필사한 시.
 필사한 시.
ⓒ 진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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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신체 중에서 가장 게으른 것이 '눈'이고, 가장 부지런한 것이 '손과 발'이라는 엄마의 말씀이 떠올랐어요. 눈으로 읽는 것처럼 쉬운 것이 없으니, 기억 과정을 통해 머리에 남아야 할 것도 쉽게 없어졌어요. 그래서 필사를 시작했어요. 몸에 밴 게으름 때문에 읽는 책을 다하진 못하는 중입니다. 다행히도 에세이 모임의 회원들이 같이 필사에 힘을 주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생각이 났어요. 18년 전에 고향에 와서 3살, 1살 자녀들의 친구를 찾았답니다. 영어동화책 읽어주는 엄마들 모임 '쑥쑥'을 만들었어요. 그때의 아이들은 이미 성년이 되었고 엄마들의 인연은 지금도 이어가지요. 그들 중 나이가 제일 많은 저는 늘 후배들의 대접 속에서 '함께 하면 좋을 어떤 일'들을 생각하곤 하지요. 그래서 제시한 것이 바로 '좋아하는 시, 1일 1필사'랍니다. 제가 에세이 필사를 해보니 정말 좋아서 그냥은 못 지나가겠더라고요. 코로나가 우리들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나요?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괴로움 뒤에는 기쁨이 있다)". 

삶을 변화시킨 필사
  
후배1. 풀꽃처럼
"1일 1시 필사!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면서도 먼 미래에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게 하고 성장하도록 동기부여 하는 언니! 우리에게 시를 읽고 필사해 보잔다. 나 역시 여러 일상으로 찌들면서 살고 있기에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Yes를 하고 싶은 강한 충동이 있었다."

후배2. 큐우
"항상 앞에서 길을 여는 언니의 제안! 1일 1시 필사~! 아... 하는 순간 어느새 합류해서 복잡했던 일상들이 시로 인해 순화되는 순간들을 맞이했습니다. 누구나 소녀시절 시 한 편 안 써봤으랴. 지나가다가도 시상이 떠오르고, 이럴 때 혼자서 중얼거립니다."

후배3. 진정이
"꽃이든 풀이든 나무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그것들을 자세히 보고 더 예쁘게 볼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시였던 같다. 그래서 언니의 제안에 선뜻 '넵' 하고 무작정 따라해 보기로 했다. 3일을 넘기기가 어려운 내가 열흘을 꼬박 채웠다는 게 대견하고 감사할 일이다."

후배4. 리틀호랑이
"열정의 언니에게 1일 1시 필사제안을 받았을 때 주저 없이 알겠노라고 답해버렸다. 어쩌면 어릴 적부터 잠자고 있던 무의식이 귀찮음을 거부하는 50대의 나를 밀치고 불쑥 대답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1일 1시 필사는 행복을 밀어주는 둥그런 바퀴 같다. 오늘도 내일도 모난 세상을 둥글게 둥글게 굴려 봅니다."


1인 1시 필사를 해본 소감을 들려달라는 문자에 보내온 후배들의 고백입니다. 참 고맙고 고마웠지요. 사실 그냥 살아도 살아지는 것이 삶인데요. 굳이 뭔가를 끄집어내어 다르게 살아보기를 제시하는 제 말에 이렇게 흔쾌히 마음을 주니 고마울 수밖에요.

6월의 첫날에 시작했으니 열흘이 지났습니다. 사실 고백하건대 이 필사로 가장 큰 복을 받은 사람은 바로 저입니다. 독서의 편향성을 고쳐주고, 감성적인 남편과의 대화도 늘어나고, 세상의 만물을 더 깊이 자세히 바라보는 눈을 갖게 해주고 있으니까요.

후배들은 각자의 사연과 색깔을 보여주며 필사를 합니다. 진정이는 필사 때마다 예쁜 그림을 그려서 시의 맛을 더욱더 감동으로 몰아가고요. 큐우는 서점 가는 길에 자신에게 선물할 시집과 필사집을 구했습니다. 책 한 권이 채워질 때, 시인이 되어 있을 자신을 꿈꿉니다.

풀꽃처럼은 어딜 가나 시가 다시 보인다고 합니다. 하루의 양분으로 시가 자리 잡았다고 하네요. 리틀호랑이는 '나도 이룬 게 하나쯤은 있구나. 어릴 적 선생님이란 장래희망 대신 늘 작가라고 써내던 국민학생의 꿈이 이제야 실현되기 시작했네'라고 말한답니다. 이쯤이면 인생의 선배로서 제가 정말 잘 한 일이겠지요.

저도 꿈이 있습니다. SNS에 올리는 글을 보고 댓글을 주시는 분들은 공통적으로 '모니카님(필명)의 글은 따뜻하다'라는 얘기를 많이 해주시는데요. 바로 그 따뜻함을 향해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아마도 시를 필사하다보면 그 따뜻한 온도가 해바라기 광자 판보다도 더 뜨거울 거예요.

한달이면 5총사가 보여줄 시, 무려 150여 편을 만나니 어찌 뜨거워지지 않을까요. 이러다가 신문 뉴스 1면 기사로 채워지는 거 아닐까요?

'군산에 50대 시인 5총사, 시선 (詩線)을 타고 하늘에서 내려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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