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경남 합천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아호를 딴 '일해공원'.
 경남 합천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아호를 딴 "일해공원".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합천에서 그의 '잔재'를 지울 수 있을까.

전 전 대통령의 아호(일해)에서 따온 일해공원의 이름을 바꾸라는 시민단체 요구에 문준희 합천군수가 "주민 의견을 모아 (명칭의) 존폐를 정하겠다"고 답했다.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인 전 전 대통령 생가 역시 "중간 평가의 의미에서 군민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역사의 퇴보'라는 지역 내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십년 넘도록 요지부동이던 합천군이 이번에는 진일보한 변화에 나설지 주목된다.

합천에는 전 전 대통령의 흔적이 여럿 남아 있다. 황강변에 있는 일해공원과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에 있는 생가, 합천군청 뜰에 있는 기념 식수가 대표적이다.

2004년 8월 합천 황강변에 개원한 일해공원의 원래 이름은 '새천년생명의숲'이었다. 이후 2007년 1월 심의조 당시 합천군수 때 '일해공원'으로 명칭을 바꿨고, 곧이어 전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가 새겨진 표지석이 설치됐다.

당시 지역에서는 '일해공원반대 경남대책위'와 '새천년생명의숲 지키기 합천군민운동본부'가 결성되는 등 비판 여론이 거셌지만 군은 묵묵부답이었다.

합천군 율곡면 내천리에 있는 전 전 대통령 생가는 현재 합천군 군유재산으로 등록돼 매년 1000여만 원의 관리비가 나가고 있다. 생가 앞에 있는 안내판에는 전 전 대통령의 출생부터 재임까지 갖가지 치적만이 나열돼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합천군청 뜰에는 전 전 대통령이 1980년 9월 5일 심은 향나무와 기념식수 표지석이 남아 있다.
 
시민단체 "합천 위해 잘 판단하라" - 합천군수 "주민 의견 듣겠다"

 
황철하 6.15경남본부 대표가 6월 9일 합천군수 집무실에서 문준희 군수한테 일해공원, 전두환 전 대통령 생가 문제와 관련한 제안서를 전달하고 있다.
 황철하 6.15경남본부 대표가 6월 9일 합천군수 집무실에서 문준희 군수한테 일해공원, 전두환 전 대통령 생가 문제와 관련한 제안서를 전달하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문준희 경남 합천군수가 6월 9일 오후 집무실에서 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관계자들을 만나 일해공원, 전두환 전 대통령 생가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준희 경남 합천군수가 6월 9일 오후 집무실에서 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관계자들을 만나 일해공원, 전두환 전 대통령 생가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아래 경남운동본부)는 9일 오후 합천군청에서 문준희 군수를 만나 '전두환 잔재 지우기'를 골자로 한 건의서를 전달했다.

건의서에는 일해공원 이름을 바꾸고 전 전 대통령 생가를 군 공유재산 목록에서 삭제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경남운동본부는 5.18 민주화운동 40주년과 6.10 민주항쟁 33주년을 맞은 올해, 시대 흐름에 역행한 전 전 대통령 관련 역사왜곡 흔적들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합천군에 요구해왔다.

면담에 참석한 석영철 민중당 경남도당 위원장은 "과거 합천군이 일해공원 명칭으로 정할 때 지역 유지와 관변단체 위주로 의견을 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대가 변했으니 공원 명칭을 변경하고 생가 문제를 정리하는 게 합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동석한 박종철 경남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합천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전두환씨가 합천 출신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 할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합천 농산물 불매운동까지 거론한다, 이 문제가 전국으로 번지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황철하 6.15경남본부 대표 역시 "국민들은 전두환씨가 자랑할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안다, 합천을 위해서도 잘 판단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경남 합천 율곡면 내천리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생가와 안내판.
 경남 합천 율곡면 내천리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생가와 안내판.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경남 합천군청 뜰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기념식수 표지석과 향나무.
 경남 합천군청 뜰에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기념식수 표지석과 향나무.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이들의 의견을 들은 문 군수는 일해공원과 관련해 "당시 '새천년생명의숲' 글자가 길다고 해서 여러 가지 자료를 모아 일해공원으로 결정했다"라며 "(전 전 대통령의 아호에서 땄지만) 지금 전두환 대통령을 생각하며 일해공원을 걷는 군민은 아무도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해공원 명칭에 대한 찬반을 다시 타진해 볼 것이다. 주민 의견으로 정해진 이름이니까 주민 의견을 모아 존폐를 정하겠다"고 답했다.

전 전 대통령 생가에 대해서도 "중간 평가의 의미에서 군민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생가 안내판 문구가 '역사왜곡'이라는 지적에는 "안내판 내용이 어떠한지 잘 모른다"며 "수정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다만 "(전 전 대통령 생가가) 궁금해서 찾는 사람들이 있다"며 "존경하는 대통령이라서 생가를 찾을 수도 있고, 나쁜 대통령이지만 생가가 있으니 찾을 수도 있는 것"이라고 조심스레 의견을 전했다.

이어 "다른 대통령은 수백억 원 들여 기념관을 짓지만 우리는 초가집 하나 있다, (초가는) '모조 짚'으로 해놓았다, 돈을 많이 들이는 게 아니다"라며 "생가에는 화장실 청소 등 관리비로 1년에 천만 원 가까이 들어간다, 결코 과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두환 대통령은 합천에서 난 사람이다, 자랑스러우면 좋을 텐데 자랑스럽지 못해 곤혹스럽다, 합천 사람들은 기가 죽어 있다"라며 군민들의 복잡한 심경 또한 헤아려 달라고도 부탁했다.
 
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가 6월 9일 합천 '일해공원' 표지석에 펼침막을 덮어 놓았다.
 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가 6월 9일 합천 "일해공원" 표지석에 펼침막을 덮어 놓았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문 군수와 면담을 마친 경남운동본부는 합천군의 진행 사항을 지켜본 뒤 입장을 내거나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석영철 위원장은 면담 자리에서 문 군수에게 "이제 합천에서 전두환 흔적 지우기는 5월이나 6월이 되면 반짝 하고 마는 운동이 아니다. 앞으로는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싸울 것"이라며 "부드럽게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앞서 경남운동본부 등은 이날 오전 전 전 대통령 친필 휘호가 새겨진 일해공원 표지석에 "참회 없는 전두환!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가르쳐야 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두르며 '전두환 잔재 지우기'를 강력 촉구했다(관련기사 : 경남 시민들이 '전두환 친필 비석'에 천막 씌운 이유 http://omn.kr/1nva3).
 
▲ 문준희 합천군수의 입장 문준희 합천군수가 6월 9일 오후 집무실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 생가의 군공유재산 목록 삭제와 일해공원 명칭 변경'을 요구하는 적폐청산과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관계자들을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윤성효

관련영상보기


태그:#전두환, #합천, #문준희 군수, #일해공원, #생가
댓글1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