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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 부터), 박병석 국회의장,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의장실에서 상임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 자리에 앉고 있다.
▲ 자리로 향하는 김태년-주호영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오른쪽 부터), 박병석 국회의장,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8일 국회 의장실에서 상임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 자리에 앉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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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태년·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8일 오후 국회 본회의 직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21대 전반기 원구성 관련 논의를 다시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첫 집회일 이후 3일 이내 상임위원장을 선출토록 한 국회법(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법대로'를 외쳤던 민주당은 통합당의 '상임위원 정수에 관한 규칙개정을 위한 특위 우선 구성' 요구를 수용하면서 한발 물러섰다. 반대로 상임위 강제배분 가능성을 경계했던 통합당의 입장에선 시간을 어느 정도 벌었다(관련기사 : '원 구성 법정시한 준수'는 불발, '협상 계속' 택한 여당).

그러나 통합당이 확보한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양당 원내대표에게 "12일 오전까지 상임위원 선임 명단을 제출해 달라, 당일 오후 2시에 본회의를 열겠다"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상임위원 선임과 상임위원장 배분과 관련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양당 원내대표가) 계속 회담을 가져달라"고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여야 원내대표는 '상임위 위원정수 규칙개정안'을 처리할 10일 본회의 직후 다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열 예정이다.

협상이 이때까지 불발될 경우, 다시 국회의장의 '상임위 강제배분'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다만, "12일까지 합의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결단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한민수 국회 공보수석은 "거기에 대한 국회의장님의 말씀은 없으셨다"고 답했다.

주호영, 14년 전 '법사위 분할안' 다시 제안... 결국 체계자구심사권이 핵심

여전히 쟁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다. 정확히는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이다.

민주당은 현재 법사위에서 체계자구심사권을 통해 타 상임위의 입법안에 대해 사실상 양원제의 상원처럼 통과를 거부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법사위원장은 집권여당이 맡아야 국정운영의 책임을 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한편으론 국회법 개정을 통해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을 국회의장 산하 별도기구에 맡기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주 원구성 협상 때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을 폐지하는 것에 동의하면 법사위원장을 통합당에 넘기겠다'는 취지의 제안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통합당은 법사위의 '게이트키퍼(Gate-Keeper)' 권한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행정부를 견제·감독해야 할 입법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논리다. 같은 맥락에서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도 폐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 때 "법사위를 법제위원회와 사법위원회로 분리하고, 법제위원회가 체계자구심사권을 갖도록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사법위가 법원·법무부·검찰 등 고유의 사법행정을 소관하고, 법제위는 각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의원 50인으로 구성한 상설특위 형태로 꾸려 체계자구심사기능을 수행하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사실상 현행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을 놓지 못한다는 입장으로, 주 원내대표 본인이 14년 전인 17대 국회 때 발의했지만 폐기된 국회법 개정안과 같은 내용이다. 당시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집권여당으로 원내 1당이었고, 야당이자 원내 2당인 한나라당은 법사위원장직을 맡고 있었다. '법사위 점거'를 통해 다른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법안을 저지하는 경우도 잦았다.  

오래된 논쟁... 김형오 국회의장 때도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 폐지' 요구 있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왼쪽부터)가 8일 국회 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만나 발언하고 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왼쪽부터)가 8일 국회 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만나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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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에 대한 공방은 사실 '오래된 논쟁'이다. 또 그 과정에서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을 없애야 한다"는 현 민주당의 주장에 보다 무게가 실렸다. 2008년 김형오 전 국회의장 산하에 구성됐던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단적인 예다.

자문위는 같은 해 12월 발간한 활동결과 보고서를 통해 "간단한 내용의 법안이라도 체계자구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입법의 비효율을 가져온다"라며 "법사위가 체계자구심사를 이유로 다른 상임위 소관 법률안의 정책적 내용까지 변경하는 경우가 있어 상임위 간 갈등이 초래되거나 의도적인 법사위 계류를 통해 지연시키는 경우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주요국 의회의 법안심사 과정에서 소관 상임위가 의결한 법률안을 다른 특정상임위가 체계자구심사를 하는 예는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제도를 폐지하고 소관 상임위는 심사한 법률안에 대해 법제전문기구의 체계자구 검토의견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국회사무처 법제실에 의견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자"라고 주장했다. 즉, 현 민주당의 논리와 같은 구조인 셈이다.

지난 2017년 2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국회에 법률전문가가 드물던 제2대 국회에서 도입된 법사위 체계자구심사의 경우에도 입법과정의 효율화 측면에서 여전히 필요한 절차인지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는 내용의 이슈페이퍼(전진영 입법조사관,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를 둘러싼 쟁점과 개선방안')를 낸 바 있다.

전 조사관은 당시 이 페이퍼에서 "제17대 국회부터 법사위 위원장을 제1야당에서 맡으면서 체계자구심사 절차를 야당이 반대하는 쟁점법안의 처리를 지연시키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라며 "제19대 국회에서도 원내대표간 법안처리에 합의됐던 쟁점법안이 법제사법위원장의 심사거부로 처리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국회의장, 다음엔 통합당도 양보하라고 할 것"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을 없애야 한다는 민주당의 입장은 여전하다. 주 원내대표의 '법사위 분할안'에 대한 입장도 같은 맥락에서 반대하고 있다.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법사위 분할안에 대해 (의원총회에서) 잠시 언급됐지만 깊이 논의된 건 아니었다"라면서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기능이 더 확장되는 방식의 분리안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범계 의원도 같은 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한 인터뷰에서 "(주 원내대표의 제안은) 말 그대로 진짜 '상원'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법제위를 만들어서 각 상임위를 실질적으로 무력화하겠다는 발상"이라며 "(통합당이 법사위원장을 확보하겠다는 것보다) 더 나쁜 수"라고 평했다.

민주당 안에선, 통합당의 제안을 수용하면서 원구성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한 이날 협상 결과를 '십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한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나 "(원구성 법정시한이더라도) 너무 일방적으로 가면 안 되지 않냐"라면서 "통합당이 상임위원 정수조정 규칙개정 특위 활동을 근거로 시간끌기 작전인 걸 알면서도 의장이나 원내대표가 수용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특히 "국회의장 입장에선 통합당 요구를 들어줬으니 이번엔 민주당 입장을 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 통합당도 양보하라는 다음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21대 국회 원구성,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권, #박병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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