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충남 태안군 안면도는 섬 전체가 관광지다. 튤립 축제로도 유명한 안면도는 꽃지해수욕장이나 방포해수욕장이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넓은 백사장은 물론이고, 정당리 터널과 같은 숨은 비경도 많다. 주말이면 충남 홍성IC(서해안고속도로)에서 안면도로 이어지는 29번 국도가 꽉 막힐 정도로 찾는 사람들이 많다.

안면도는 육지에서 섬으로 바뀐 특이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조선 시대의 배들은 연안 항법(연안을 항행하는 항해술)에 따라 육지 근처로 항해했다. 하지만 태안 앞바다에서는 거친 물살로 인해 조운선의 난파가 잦았다. 조선은 세곡선과 조운선의 난파를 막기 위해 1638년(인조) 안면도에 판목운하를 건설했다. 육지였던 안면도가 섬이 된 것이다.
 
<안면도에 역사를 묻다> 책 앞표지
 <안면도에 역사를 묻다> 책 앞표지
ⓒ 서울셀렉션

관련사진보기

 
최근 안면도의 역사와 섬에 얽힌 이야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지난 5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행정복지센터에서는 책 <안면도에 역사를 묻다>(김월배·문영숙 지음)의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지난해 <인물로 본 임시정부 100년>을 공저한 두 작가가 의기투합해 '고향 안면도의 이야기'를 책으로 담아냈다.

공저자인 김월배 하얼빈 이공대 교수는 안면도가 고향이다. 서산 팔봉산 자락이 고향인 문영숙 작가와는 동향이다. 두 사람은 안중근 의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인연을 맺었다. 김 교수는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전문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문영숙 작가는 안중근 의사를 후원한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번에는 안중근이 아닌 안면도가 책의 소재가 됐다. 김월배 교수는 안면도의 숨겨진 역사를 찾아 기술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안면도의 숨은 비경을 글에 담는 작업은 문영숙 작가가 주로 맡았다.

안면도와 아소 다로 가문의 악연을 말하다

두 사람의 저서에는 안면도 12절경과 해수욕장, 삼별초부터 기름 유출 사고까지 이어지는 역사, 고향을 이어온 사람들 등 섬에 깃든 다채로운 서사가 담겼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일제강점기 시절의 안면도 역사다. 책에는 관광지로서의 안면도뿐만이 아닌 일제 강점기 시절의 뼈 아픈 안면도 역사도 기술해 놓았다. 실제로 안면도 일대는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26년 82만3000원에 일본인에게 팔렸다. 당시 안면도를 산 장본인은 일본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의 증조부인 아소 다키치(麻生太吉)다.

아소 다로는 현재도 '망언 제조기'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을 대동아 전쟁으로 묘사하는가 하면(2008년), 야스쿠니 신사 참배 옹호 발언(2006년)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아소 가문은 1927년 안면도에 임업소를 설치하고, 안면도 소나무를 잘라다가 후쿠오카에 있는 아소탄광의 갱목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소 가문과 안면도의 악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 아소상점(마생상점)은 조선의 물자뿐 아니라 조선 민중을 강제 징용한 전범 기업으로도 악명을 떨쳤다. 김월배 교수에 따르면 안면도민 60여 명도 아소 가문에 의해 강제 징용을 당했다.
 
김월배 하얼빈 이공대 교수
 김월배 하얼빈 이공대 교수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김월배 교수는 "아소 다로의 집과 후쿠오카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마생이 땅(아소의 땅)'의 의미를 직접 밝혔다. 아소 가문이 안면도 경매에 직접 참여했던 경매 문건을 찾았다"며 "조선인 1만1000여 명을 강제 징용한 전범기업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강제 징용은 부정하는 전범기업이 바로 아소 가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교수는 "아소 가문의 역사는 지금도 안면도 역사와 직접 연결돼 있다. 한국의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안면도 도민 68명이 강제징용을 당했다"며 "적도까지 끌려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유골로 남아 있는 안면도민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저자인 문영숙 작가가 책에 사인을 하고 있다.
 공저자인 문영숙 작가가 책에 사인을 하고 있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공저자인 문영숙 작가는 "김월배 교수가 오래 전부터 안면도의 역사를 수집해 가지고 있었다"며 "올해 초 코로나19로 (김월배 교수가 근무지인) 중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안면도의 역사를 책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안면도는 태안 사람의 것만이 아니다. 충남도 전체의 것이기도 하다"라며 "공저자로 책을 쓰면서 안면도의 아픈 역사와 자랑스러운 역사를 함께 배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출판기념회는 안면초등학교가 100주년이 되는 날을 기념해 열렸다. 가세로 태안군수와 이우재 매헌윤봉길월진회 회장도 참석했다.

안면도에 역사를 묻다 - 안면도에 깃든 역사와 자연, 그리고 사람 이야기

김월배, 문영숙 (지은이), 서울셀렉션(2020)


태그:#문영숙 김월배 , #안면도에 역사를 묻다 , #안면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