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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에게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일상을 묻는다면 '새벽에 읽는 책 한 줄과 필사의 즐거움이죠'라고 단번에 대답할 것이다. 코로나19가 본업에 미친 물리적, 정신적 어려움 속에서 책이 주는 즐거움이 함께하지 못했다면 아마도 더욱 피폐해진 현실이 됐을 것이다.

또한 내게 행복의 원천이 돼 준 또 하나의 무기는 바로 지인들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연대활동이다. 그 고마움을 이루 말할 수가 없으니 역시 사람이 꽃이요, 사람이 희망이다.
  
5일 아침에도 일일소식을 전하는 지인의 뉴스라인에 '환경의 날'이란 말이 보였다. 대중매체를 접하지 않는 요즘이라, 지역 환경 운동가라는 이름을 가진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 새만금 시민생태 조사단의 최근 활동은 어때요? 지난번 새만금 갯벌에 장승 세우기 했는데 그 뒤 특별한 행사는 없었어요? 오늘이 환경의 날이라는데, 나는 환경하면 새만금이란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그래요? 오전에 시간 되면 바람 쐬러 해창갯벌이나 한번 갔다 올까?"


'군산' 하면 떠오르는 대표 단어로 '새만금'이 자리 잡았다. 새만금 방조제는 전북 군산시와 고군산군도, 부안군을 연결돼 있으며 길이는 33.9km이다.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건설되어, 1991년 11월에 착공 후 무려 19년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10년 4월에 준공되었다. 세계 최장 방조제라는 이름으로 기네스북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엄청난 사업비뿐만 아니라 환경오염 문제 제기로 이 사업에 대한 찬반 논란이 셀 수 없이 많았다.

방조제 건설로 전북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공유수면의 401㎢가 육지로 바뀌었고 이는 서울시 여의도 면적의 140배에 이른다고 한다. 그중 행정구역상 간척지 면적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군산시 71.1%, 부안군 15.7%, 김제시 13.2%) 지역에 살다 보니 '새만금 하면 군산'이라는 말을 더 들은 것은 분명하다.

남편은 새만금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라는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나는 해마다 여러 환경단체나 환경에 관심 있는 개인들에 의해 세워지는 해창갯벌 장승들의 소리를 듣고 싶었다. 나더러 한국의 환경문제를 거론할 때 가장 큰 울림을 주는 장소를 꼽으라면, 바로 이 '새만금'을 선택할 것이다. 멀쩡한 바다까지도 메워 사람들이 잘살아 보겠다고 만들어 놓은 새로운 땅, 새만금에 사람은 없고 포장지만 있기 때문이다.
  
장승에서 느껴지는 지역민의 애환
 
 해창갯벌에 세워진 장승들의 모습은 바로 그곳에 살았던 지역민들의 애환이 서린 얼굴 모습 그대로인 듯 느껴졌다. 바다를 안고, 갯벌을 터 삼아 대대손손 자식들 키우고 입히며 살아온 바닷사람들의 이야기는 갯벌 속에 사는 저서생물들의 숨소리처럼 들렸다.
 해창갯벌에 세워진 장승들의 모습은 바로 그곳에 살았던 지역민들의 애환이 서린 얼굴 모습 그대로인 듯 느껴졌다. 바다를 안고, 갯벌을 터 삼아 대대손손 자식들 키우고 입히며 살아온 바닷사람들의 이야기는 갯벌 속에 사는 저서생물들의 숨소리처럼 들렸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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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사방이 해무로 가득했다. 해창갯벌까지의 여정 속에 가도, 오식도, 내초도, 비응도, 야미도, 신시도, 비안도, 저 멀리 선유도 장자도가 있었다. 조개패총과 넓은 백사장이 가득했고 가는 곳마다 섬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실거렸던 섬들의 자취를 일직선 도로 위에 묻으며 지나갔다. 단지 저 멀리 출렁대는 파도 위에 옛날을 떠올려 아버지의 쪽배와 조용한 웃음만을 보았을 뿐이다.

해창갯벌에 도착했다. 80여 개의 장승들이 서 있었다. 작년에 보았던 몇몇 장승들은 바닷바람에 의해 몸체와 뿌리가 약해져 쓰러져 있었다. 이 장승들은 2004년부터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사라져가는 새만금을 살리기 위한 마음을 모아서 행한 일종의 의식이다. 장승을 미신으로만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이 장승을 세운 이유는 첫째 지역과 지역 사이의 경계표 역할, 둘째 길을 찾는 이정표 역할, 셋째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위해 세웠었다.

올해 4월에도 여러 환경단체가 10여 개의 장승을 새롭게 또는 다시 곧추세웠다. 그중 하나는 처음 장승을 세울 때 참여했던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환경운동가가 세운 장승이 20여 년의 세월을 못 이기고 쓰러져서 이번에 다시 세웠다고 한다. 독특한 문양이 마오리 원주민의 기도를 드려주는 듯했다.

그런데 전라북도와 농어촌공사가 오는 2023년에 치러질 잼버리 대회의 야영장과 진입 도로를 만들기 위해 장승벌 이전과 매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뉴스를 들었다. 환경단체들은 국제대회인 잼버리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대회의 취지를 살려 매립 면적을 최소화하고 친환경적으로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해창갯벌에 세워진 장승들의 모습은 바로 그곳에 살았던 지역민들의 애환이 서린 얼굴 모습 그대로인 듯 느껴졌다. 바다를 안고, 갯벌을 터 삼아 대대손손 자식들 키우고 입히며 살아온 바닷사람들의 이야기는 갯벌 속에 사는 저서생물들의 숨소리처럼 들렸다. 사라져 버린 듯하다가 사라지지 않은 그들의 삶을 이 장승들의 모습을 통해서 볼 수 있었다.

"해수유통만큼 갯벌 생터 복원도 중요해"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새만금생태조사단(새생조)과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모임(환생교)은 새만금을 찾아, 경관조사로 조류의 개체 수 변화와 지역민의 생활문화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오동필 새만금생태조사단의 대표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 현재 활동하시면서 가장 역심에 두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저 같은 일반인은 뉴스나 정치인들의 공약사항으로 해수유통이란 말을 알고요,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잘 모르거든요.
"해수유통의 필요성은 당연하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갯벌이 남는 해수유통방식입니다. 정치 권리, 대기업 대변의 해수유통이 아니라 살았던 사람들 사는 사람들,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질 갯벌 생터를 복원하자는 거죠."

- 현재 상황에서 갯벌 복원이 가능한가요?
"물론이죠. 해수유통을 하고 더 이상의 개발을 하지 않으면 갯벌은 1년 만에 원상복구 가능합니다. 저서생물들이 1년 안에 들어오고 생명의 터가 되니까요. 돈 들이지 않고 엄청난 돈을 버는 것인데 정부와 기업은 늘 돈 들이기를 좋아하죠."

- 혹시 정부나 기업에 대하여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사람들은 말합니다. 30여 년 동안 진행된 사업을 어떻게 뒤로 물리냐고. 그러나 오히려 지금이라도 환경과 사람을 위해 앞으로 가자는 운동입니다. 요즘 그린뉴딜이란 용어로서 환경문제를 다루는데요, 마치 그린을 표방한 건설을 하려는 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정책의 근본적인 생각은 생태적이고 친환경적(환경재생적) 삶의 근간을 만드는 거죠. 환경문제를 말하면서 재생에너지, 그 중 태양광에너지설치가 대안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준설단계는 엄청나게 큰 생태계 파괴이며, 환경파괴입니다."

환경의 날(6월 5일)에 오랫동안 환경문제의 쟁점에 있는 새만금의 이야기를 찾고 들은 것이 또 한 번 교육의 씨앗을 만들어주었다. 모 고교의 영어 교과서 중간고사 범위에 환경의 중요성과 사례를 설명한 단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이라도 오늘을 기억하고, 내 얘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시간을 갖은 나! 다음 세대에게 최소한의 역할을 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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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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