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미 : 집 없는 아이> 스틸 컷

영화 <레미 : 집 없는 아이> 스틸 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프랑스 동화작가 엑토르 말로(1830~1907)의 소설 <집 없는 아이 : Sans Famille>를 원작으로 한 따뜻한 영화가 찾아왔다.
 
파리 채석장에서 일하는 제롬은 길에 버려진 갓난쟁이 레미를 우연히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아내에게 키우게 한다. 아기 이불이 비싼 걸 보고 부자인 친부모가 곧 찾으러 올 것으로 생각했던 것. 그러나 친부모는 나타나지 않고, 친자식처럼 레미를 키운 아내는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계속해서 아이를 키우려고 한다. 하지만 11살 된 레미는 결국 떠돌이 악단에 팔려간다.
 
떠돌이 악사 비탈리스는 한때 명성을 날린 바이올리니스트였다. 불의의 화재 사고로 가족을 잃고 자책감을 못 이겨, 화려한 음악가의 삶을 버린다. 이젠 동물들과 거리 공연을 하면서 참회의 마음을 안고 살아간다. 그는 레미의 노랫소리를 듣고 성악의 재능을 발견하고 레미에게 꿈을 심어주고, 레미가 친가족을 찾아가도록 도와준다.
 
매우 단순한 스토리 구조이지만 이 영화의 아름다움은 권선징악이나 해피엔딩에 있지 않다. 등장인물 간 소통으로 보여주는 상호 치유의 아름다운 '우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구나 인생의 여정 속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받고, 이를 극복해가는 것은 늘 큰 숙제가 된다. 영화 속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길에 버려진 주인공 레미는 말할 것도 없고, 비탈리스는 음악가로서 최고 명예를 누렸지만 가장 소중한 가족을 잃었다. 레미의 영원한 동반자 로즈는 늘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야 한다.

레미를 친 자식처럼 키운 양엄마는 레미를 허망하게 보내고 슬픔에 몸부림치고,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된 후 가난에 허덕이게 되자 레미를 버린 양아버지도 양심의 가책을 받으며 괴로워한다. 10년을 하루 같이 실종된 아들을 기다리면서 살아가는 친엄마 매리에게도 아픔의 운명은 비껴가지 않는다.
 
아픔은 더 큰 사랑으로 승화될 수 있어
 
 영화 <레미 : 집 없는 아이> 스틸 컷

영화 <레미 : 집 없는 아이> 스틸 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이렇게 각 주인공은 조금씩 일그러진 퍼즐 조각 모습으로 만나지만, '사랑'과 '화해'의 큰 그림을 그려나간다. 만남과 이별을 이어가면서. 때로는 잔인한 운명이 이들을 갈라놓지만, 이 또한 치유의 과정이다.
 
아이가 어른의 길잡이가 되기도 하고, 귀족도 떠돌이 악단과 사랑하고, 아픔은 더 큰 사랑으로 승화될 수 있다는 게 영화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나이, 계급, 성별, 편견을 초월하는 이들의 우정을 보면서, 일차적 공동체인 가족에게 버림받은 보육원의 아이들을 생각났다. 아이들은 시혜적 구제의 대상이 아니라, 나의 스승이며 친구라는 것을 이 멋진 영화 한 편으로 다시 배웠다.
 
<시네마 천국(1990)>에서 어른 토토로, <오션스(2010)> 다큐 해설자로 잘 알려진 배우 자끄 페렝이, 노인 레미도 출연한다. 그의 온화한 미소 앞에 행복해하는 어린이들의 눈물과 웃음이 매우 훈훈하다. <카페 벨에포크(2020년)> <제8요일(1996)> <여왕 마고 (1994)> 등으로 친숙한 다니엘 오떼유가 길거리 악사 비탈리스로 열연한다.
 
힐링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파리 나무 십자가 합창단의 노랫소리 또한 놓치면 안 되는 감상 포인트이다. 뭉클한 감동과 순수 영혼의 힘이 그대로 선율에 묻어난다. 가사를 한 번 따라 부르는 것도 권하고 싶다.
 
두려워 마 너와 나 함께 노래해
들리나요 내 노래
나를 찾는 노래만 있다면 우~린
이 노래는 우리 둘 사랑의 다리
비바람 쳐도 날개를 펴고 날아요
멀리 있어도 우린 알아요
노래만 있다면 우~린
오늘 하루도(지치고) 내일도(고단해)|험난한 여행
하지만 우리 가는 곳|어디든 행복해
노래만 있다면 우~린

 
 영화 <레미 : 집 없는 아이> 스틸 컷

영화 <레미 : 집 없는 아이> 스틸 컷 ⓒ (주)팝엔터테인먼트

 
<레미 : 집 없는 아이> 영화 정보
개봉일 : 2020년 5월 28일
수입 : ㈜SY코마드
배급 : ㈜팝엔터테인먼트
감독 : 앙트완 블로시에르
출연 : 다니엘 오떼유, 자끄 페렝, 루디빈 사니에, 비에르지니 르도엔
첨부파일 rem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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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번역작가로 일하면서 접하게 되는 다채로운 영화들, 반추되는 인생, 또 여행과 일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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