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연패 수렁 1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11-5로 패배한 SK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날 승리로 NC는 6연승, SK는 9연패를 기록했다.

▲ 9연패 수렁 1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11-5로 패배한 SK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날 승리로 NC는 6연승, SK는 9연패를 기록했다. ⓒ 연합뉴스

 
SK는 올시즌 최악의 개막 5월을 보내고 있다. 27일 현재 팀순위는 3승 15패(.167)로 최하위다. 선두 NC 다이노스와는 벌써 12게임차이고, 5위 롯데와 7게임차, 심지어 불과 한 계단 위인 삼성과도 2.5게임차이로 벌어졌다. 시즌 초반에는 한때 10연패(7일 문학 한화전~19일 고척 키움전)의 수렁에 빠지기도 했으며 개막 이후 아직까지 연승이 한번도 없다. 두산-NC등과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었던 SK의 몰락은 올시즌 최대 이변으로 꼽히고 있다. 

팀순위와는 정반대로 SK가 올시즌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뒷심 부족'이다. SK는 올시즌 당한 15패중 역전패만 벌써 9번이나 기록하며 10개구단중 최다 역전패라는 불명예 기록을 세우고 있다. 전체 패배의 무려 60%에 해당하는 경기를 역전당했다는 것은, 그만큼 SK가 올시즌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많이 놓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6일 열린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도 SK는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4-6으로 또다시 역전패를 추가했다. 선발투수 박종훈이 7이닝 2피안타 1볼넷 8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SK는 선취점을 내주고도 7회까지 3-1의 리드를 잡으며 승기를 굳히는 듯 했다.

하지만 8회 들어 SK는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불안한 불펜과 수비가 합작으로 박종훈의 승리를 날렸다. 무사 1루에서 박종훈에 이어 구원등판한 셋업맨 서진용은 0.2이닝동안 1피안타 2볼넷 4실점(비자책)으로 흔들렸다. 허경민에게 내준 스트레이트 볼넷을 비롯하여 26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절반이 넘는 15개가 볼이었을 만큼 제구도 자신감도 부족했다.

수비도 도와주지 않았다. 역시 교체투입된 포수 이현석은 정수빈의 희생번트 때 1루에 악송구를 범하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이현석의 실수로 1사 2,3루가 되었어야 할 상황에 졸지에 1실점을 내주고 무사 2,3루가 되면서 흐름이 완전히 두산으로 넘어갔다.

SK는 대타 박세혁의 볼넷으로 이어진 1사 만루서 페르난데스에게 동점 희생플라이를 맞은 뒤 다시 최주환의 1타점 적시타, 김재환의 2타점 2루타가 이어졌다. 두산은 8회에만 5점을 뽑아내는 빅이닝을 연출하며 9회 1점을 만회하는데 그친 SK를 무너뜨렸다.

SK는 올시즌 18경기에서 113실점으로 두산(126점)에 이어 최다실점 2위를 기록중이다. 여기서 자책점은 93점이었다. 전체 실점의 17.7%에 해당하는 20점을 실책으로 인해 내준 것이다. 이날 두산에게 허용한 6실점도 자책점은 고작 1점 뿐이었다.

실책 공동 4위, 빈약한 타선도 문제

SK의 실책은 13개로 공동 4위다. 다른 구단보다 월등히 많은 편은 아니지만, 그만큼 실점과 바로 직결되는 치명적인 실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빈약한 타선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SK 타선은 올시즌 10개구단중 최저인 고작 65득점(경기당 3.6점)만을 뽑아내며 빈공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에는 4경기 연속으로 5점 이상을 득점한 경기가 없다. 한때 장기였던 홈런도 올시즌 12개로 9위에 그치고 있으며 병살은 벌써 20개 고지를 돌파하며 1위에 올라있다.

SK는 두산에 역전을 허용하고 9회초에도 무사 2,3루의 좋은 기회를 잡았지만 후속타 불발로 고작 1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두산도 25일까지 불펜 평균자책점이 8.69로 리그 최하위에 그칠 만큼 불안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SK 타선의 집중력 부족이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나마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던 간판타자 최정이 이날 모처럼 멀티히트와 볼넷을 기록하며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게 작은 위안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최근 다양한 선수기용이나 작전구사 등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경기에 개입하고 있다. 두산전도 7회까지는 염 감독의 대타작전과 경기운영이 모처럼 잘 맞아 떨어지는 듯 했다. 하지만 8회 서진용과 이현석의 교체투입이 실패로 돌아간데 이어 역전을 허용한 이후에야 김정빈을 투입하는 등 투수교체 타이밍도 아쉬웠다.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매번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던 경기를 자꾸 놓친다는 점에서, 벤치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5월, SK는 두산과 한화를 상대로 5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별다른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면 일찌감치 단독 꼴찌 체제가 굳어져 버릴 수 있는 위기다. 벌어지는 승차-늘어나는 부상 선수들과 함께 반복되는 역전패에 대한 스트레스까지 SK 선수단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상대팀에게는 오히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희망을 주는 팀이 되어버렸다. 패배에 익숙해지는 순간 그 팀의 운명은 이미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의 SK에게 절실한 것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끈질긴 뒷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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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이번스 최다역전패 요기베라어록 염경엽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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