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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당항에서 바라 본 죽도의 모습 봉우리 윗부분은 녹색 숲이고 아랫부분은 낮은 절벽과 바윗길로 이어져 있어 멀리서 보면 기둥이 짧은 버섯 같기도 하고 머핀 같기도 했다.
▲ 남당항에서 바라 본 죽도의 모습 봉우리 윗부분은 녹색 숲이고 아랫부분은 낮은 절벽과 바윗길로 이어져 있어 멀리서 보면 기둥이 짧은 버섯 같기도 하고 머핀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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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로 덮여 있는 섬이라 죽도라 불린다. 한반도에는 대나무가 많아서인지 죽도라 부르는 섬이 무인도인 울릉도의 죽도를 비롯해 유인도만 해도 아홉 개에 이른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홍성군의 죽도를 찾았다. 이론적으로 한반도 대나무 자생지가 태안반도에서 추풍령을 지나 대관령을 잇는 선 아래라고 하니 홍성군의 죽도는 꽤나 북쪽에 있는 셈이다. 서쪽으로는 안면도가 길게 뻗어있고 동쪽으로는 충청남도 육지가 감싸고 있는 천수만 한가운데 죽도는 조용히 떠 있다.

죽도로 향하는 배를 타기 위해 남당항에 도착하니 죽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세 개의 작은 봉우리 사이에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봉우리 윗부분은 녹색 숲이고 아랫부분은 낮은 절벽과 바윗길로 이어져 있어 멀리서 보면 기둥이 짧은 버섯 같기도 하고 머핀 같기도 했다.

섬 전체를 걸어서 둘러보는데 두 시간 남짓이면 충분할 정도로 작은 섬이니 자동차가 필요 없고 농사지을 땅이 없으니 경운기도 없다. 그래서 태양광 발전과 한 개의 풍력 터빈에서 생산하는 전기만으로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나 보다.

남당항에서 죽도까지는 배로 10분이다. 배를 타는 시간보다 배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다. 죽도는 딸린 식구가 많다. 죽도를 중심으로 11개의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무리 지어 있고 그중 몇 개 섬은 물이 빠지면 본섬인 죽도와 연결되기도 한다. 
 
봉우리가 하얗게 보이는 섬은 오가도 5월부터 몰려온다는 백로 떼로 하얀 눈이 내린 것 같았다.
▲ 봉우리가 하얗게 보이는 섬은 오가도 5월부터 몰려온다는 백로 떼로 하얀 눈이 내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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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에서 내려 죽도에 도착하니 마침 물이 빠진 시간이었다. 썰물 때만 연결되는 달섬으로 가기 위해 일행은 선착장에서 이어지는 나무 데크 길을 마다하고 방파제 뒤로 연결된 울퉁불퉁한 너덜 해변 길로 갔다.

바닷물 위로 올라온 해변 바윗길은 걷기에는 불편했으나 띠를 이룬 듯 늘어선 섬들이 탁 트인 시야로 들어왔다. 오른쪽에 있는 봉우리가 하얗게 보이는 섬은 오가도로 5월부터 몰려온다는 백로 떼로 하얀 눈이 내린 것 같았다.
 
큰 달섬으로 가는 길 마침 썰물 때라 달섬으로 가는 바닷길이 열려 있었다.
▲ 큰 달섬으로 가는 길 마침 썰물 때라 달섬으로 가는 바닷길이 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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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섬은 큰 달섬 작은 달섬 두 개가 있으며 물이 빠지면 큰 달섬은 죽도와 작은 달섬은 큰 달섬과 연결된 바닷길이 열려 걸어갈 수 있다. 큰 달섬은 대나무가 아닌 소나무 군락이 형성된 솔섬이다. 큰 달섬 아래의 거친 바윗길을 돌아 이어진 바닷길을 건너 작은 달섬으로 향했다. 
 
전도에서 오가도를 바라보며 낚싯줄을 내리고 있는 모습 모자 모양의 섬인 전도 아랫쪽의 까만 점이 낚시꾼이고 오른쪽 끝 일부 모습이 나타난 섬이 오가도이다.
▲ 전도에서 오가도를 바라보며 낚싯줄을 내리고 있는 모습 모자 모양의 섬인 전도 아랫쪽의 까만 점이 낚시꾼이고 오른쪽 끝 일부 모습이 나타난 섬이 오가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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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달섬 언덕길을 올라 정상에서 바라보니 앞의 섬에서 낚시꾼이 백로가 가득한 섬을 바라보며 낚싯줄을 드리고 있는 모습이 한가해 보였다. 다시 거친 해변 길을 돌아 마을 길로 들어가니 둘레길로 이어졌다.

둘레길을 막 들어서려는데 하늘 높이 커다란 바람개비가 움직이고 있었다. 멀리서만 볼 수 있는 풍력 터빈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기는 처음이다. 규모가 작아 앙증맞기까지 했다. 소음이 크지 않아 마을 안에 있어도 되나 보다. 

죽도는 2018년 여객선이 취항하기 전까지 자기 배를 띄워야만 드나들 수 있는 오지 낙도였다. 여객선이 오가고 죽도 주민이 직접 출연한 신재생 에너지 광고로 유명세를 타고부터는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에는 주말에만 500명 이상의 관광객이 왔었다고 한다.

죽도 역시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하여 둘레길을 조성하고 세 개의 봉우리에 360도 바다가 조망되는 전망대를 만들었다.  

첫 번째 전망대는 옹팡섬, 두 번째 전망대는 당개비로 예전에는 당제를 모시던 당산이었다. 세 번째 전망대는 동쪽에 자리해 있는 신우대 숲으로 이루어진 동바지다. 신우대란 화살을 만드는 대나무다.

전망대들에는 홍성 출신 역사 인물들인 최영 장군, 김좌진 장군, 한용운 스님 등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고 대나무 섬이라 해서 어미와 아기가 함께 있는 판다 조형물도 있는데, 이들 조형물은 너무도 인공적이라 좀 생뚱맞아 보였다.
 
신우대 숲이 빽빽한 능선 숲길 바람이 불 때면 대나무의 사각거리는 소리가 상큼했다.
▲ 신우대 숲이 빽빽한 능선 숲길 바람이 불 때면 대나무의 사각거리는 소리가 상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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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레길은 양편에 신우대 숲이 빽빽한 능선 숲길도 있고, 한편에는 신우대 다른 한편에는 바다가 조망되는 해안 둘레길도 있다. 신우대 아래쪽에는 유채꽃이나 동백나무가 있어 색다른 맛을 내기도 했다. 

가파른 계단도 없고 흙길은 야자 매트가 깔려 있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기에 부담이 없었다. 바람이 불 때면 대나무의 사각거리는 소리가 상큼했다. 관광객이 몰려온다고 하지만 죽도 주민의 생업은 어업이다. 섬이 작아 낚시꾼 이외에는 오래 머물지 않는다. 
 
정박해 있는 어선들 둘레길과 해변 길을 샅샅이 훑는 동안에도 눈으로 본 수송수단은 오직 어선뿐이었다.
▲ 정박해 있는 어선들 둘레길과 해변 길을 샅샅이 훑는 동안에도 눈으로 본 수송수단은 오직 어선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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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상 인구는 70명이지만 죽도에는 40명 정도가 실거주민이라 하는데 어선이 23척이란다. 거의 모든 주민이 배를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고 보니 둘레길과 해변 길을 샅샅이 훑는 동안에도 눈으로 본 수송수단은 오직 어선뿐이었다.

관광객을 위한 야영장도 있고 홍보관과 마트가 있으며 민박과 식당도 운영하고 낚시꾼을 위한 낚시공원이란 일종의 인공섬도 있었다. 관광 수입이 늘면 죽도 주민에게야 행복한 일이겠지만 죽도의 본 맛을 잃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약간 들었다.  
 
바지락 손질에 바쁜 주민 갯벌에는 바지락이 지천에 깔려 있었다.
▲ 바지락 손질에 바쁜 주민 갯벌에는 바지락이 지천에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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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 남짓 죽도의 해변 길과 둘레길을 구석구석 돌았다. 걷기만 했으니 일행 역시 죽도의 관광 수입에는 기여한 바가 없다. 섬의 겉모양은 충분히 본 듯하다. 이젠 섬의 속살도 보고 싶다. 하룻밤을 민박 촌에 머물며 보낸다면 주인장이 들려주는 죽도의 사는 이야기를 듣고 아름답다는 일출과 일몰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밤바람에 들려오는 대나무 소리와 파도 소리의 어울림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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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미국 생활 후 한국의 여기저기를 쑤시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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