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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아들의 국어 시간이었다. 온라인 수업의 단원 주제로 '내가 되고 싶은 미래의 꿈' 에 관한 내용이 나왔다. '미래에 되고 싶은 꿈 캐릭터'를 그려 온라인 댓글에 올리라는 과제도 함께 기재돼 있었다.

아들은 한참을 고민했다. 뭘 그릴지 몰라 헤매는 듯한 표정이었다. 평소 농구나 야구 같은 운동을 좋아해서 당연히 운동선수로 꿈을 그리겠지, 라고 생각했다. 아들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쓱쓱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곧이어 "엄마 다 그렸어" 하며 나를 불렀다. 난 아들의 그림을 보고 다소 당황스러웠다.
 
아들의꿈 시골에서 강아지 키우며 살고 싶다는 아들의 꿈을 그린 캐릭터
▲ 아들의꿈 시골에서 강아지 키우며 살고 싶다는 아들의 꿈을 그린 캐릭터
ⓒ 조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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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난 나중에 시골에서 개 키우고 사는 게 내 꿈이야."
"음..."
 

선뜻 잘했다는 칭찬이 나오지 않았다. 외려 아이를 나무라듯 재차 확인했다.

"좀 더 큰 꿈은 없어?"
"없는데? 지금은 개도 못 키우고 시골에 살수도 없으니 나중에 이렇게 사는 게 내 꿈이야."


상상만으로도 좋은지 연신 싱글대는 아들을 보며 나도 더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심 '꿈은 클수록 좋다는데 좀 원대하게 대통령, 국가대표 뭐 이런 거로 정하지...'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아이가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온라인 수업창에 댓글로 남겼다. 몇 분 뒤 선생님의 답글이 달렸다.
 
"○○의 꿈은 사육사? 반려동물 훈련사인가? 참 잘했어."


선생님 역시 아이가 그린 그림을 보고 시골에서 개 키우는 것이 꿈이라곤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아이들의 그림을 쭉 훑어보는데, '큰 마이크를 들고 노래하는 가수' '청진기를 들고 있는 의사' '동물들을 껴안고 있는 수의사' 등 명확한 직업의 이미지가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개와 함께 산책하는 아들의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난 후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청진기를 들고 있는 의사는 큰 꿈이고, 개와 산책하는 내 아이의 꿈은 작은 것일까? 그건 누구의 기준이고 누구를 위한 꿈일까? 엄마를 기쁘게 하려고 대통령이라는 꿈을 적었다면 과연 아이는 자신의 행복을 위한 꿈을 진지하게 계획할 수 있었을까?

문득 아이에게 미안해졌다. 내가 아이에게 말한 '좀 더 큰 꿈'이란 애초에 없었던 것이었다. 아이에겐 꿈 자체로 이미 큰 의미이다. 어른이 된 자신을 상상하며 자신이 가장 행복할 순간을 그려낸 것. 그것만으로도 기특해야 할 일이었다. 

내게도 '동화 쓰는 할머니'라는 꿈이 있다. 이런 내 꿈이 작다고 누군가 나무란다면 진지하게 그려온 내 꿈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 것이다. 나는 얼른 아이가 그린 그림을 냉장고에 자랑스럽게 붙여놓으며 말했다.

"나중에 이 시골 집에 엄마도 초대해줄거지?"
 

아이는 나를 꼭 껴안으며 답했다.

"당연하지! 대신 엄마는 개를 무서워하니까 엄마 오면 잘 가둬둘게."

꿈의 크고 작음은 누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꿈, 그 자체로 완전하다는 것, 아이를 키우면서 절대 잊지 말아야겠다고 마음 속 깊이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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