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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밤중 달빛식당> 앞표지
 <한밤중 달빛식당> 앞표지
ⓒ 조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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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책, 어른 책 따로 규정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좋은 동화는 어른이 읽어도 좋고.어른에게 좋은 책 역시 아이가 읽어도 좋다. 동화는 아이들에게 주는 메시지임에도 불구하고 어른인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사실들을 다시금 일깨워 줄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동화를 즐겨 읽는다

<한밤중 달빛식당>이란 책을 읽었다. 얼핏 일본의 심야식당 같은 '위로와 공감을 자아내는 류'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다소 어둡고 슬픈 내용이었다. 동화라 하면 밝고 긍정적 이야기일 거라고만 생각했던 나의 편견이 부끄러워졌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 이야기는 한 밤에 문을 연 식당에서 시작된다.
 
문 밖에 부터 보그보글 물 끓는 소리가 들리고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나요 문 을 열면 새하얀 앞치마와 머릿수건을 단정하게 맨 속눈썹 여우와 걸걸 여우가 친절하게 맞이하지요.
"오늘 힘들었죠? 어서 오세요"

여우든 누구든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준다면 나라도 당장 들어가고 싶을 것 같다. 몸과 마음이 허기진 우리 주인공이 우연히 이 식당을 발견하고 맛있는 요리를 주문해서 먹는다. 음식값 때문에 난감해하자 여우들은 말한다.
 
"돈 대신 나쁜 기억을 주시면 됩니다."
 
돈이 아니라 나쁜 기억을 주면 된다고? 매혹적인 제안이다. 마음을 괴롭히는 나쁜 기억 따위, 맛있는 음식과 죄다 바꿔 버리면 앞으로 남은 건 행복뿐이겠지?

작가는 독자에게 이런 기대와 의문을 남긴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 <이터널 선샤인>을 떠올렸다. 사랑했던 힘든 기억들을 지웠지만, 또다시 그 기억의 굴레로 들어가고야 만 이야기다.

나쁜 기억을 지우고 싶은 순간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슬픔의 기억, 굴욕의 기억, 분노의 기억... 우리는 모두 이런 기억들의 편린을 껴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 기억이 누군가에겐 콤플렉스로, 누군가에겐 상처가 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찌질하고 불편한 기억일지라도 그로 인해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좋은 기억들의 영향만으로 내가 성장한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내 삶의 중심은 좋고 나쁜 수 많은 기억의 순간들이 핑퐁처럼 오가며 균형을 잡아 왔다.

당신이라면 나쁜 기억을 여우에게 줄 것인가? 아님 나쁜 기억을 숙성시켜 나를 성숙케 할 것인가?
 
"선택은 손님의 몫이랍니다. 우리는 다만 주문을 받을 뿐이죠.
자, 오늘은 무엇을 주문하시겠어요?"
 
이 같은 여우의 질문에 함께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

한밤중 달빛 식당 - 제7회 비룡소 문학상 수상작

이분희 (지은이), 윤태규 (그림), 비룡소(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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