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개막한 KBO리그는 아직까지는 리그 중단 없이 순항하고 있다. 

그러나 일정은 예년보다 훨씬 빡빡하다. 도쿄 올림픽 1년 연기로 비는 시간까지 활용하여 시즌을 치른다고 해도 포스트 시즌이 11월 말에 끝난다. 올스타 게임이 취소되었기 때문에 선수단은 일정을 더 빡빡하다고 느낄 수 있다. 올스타 게임을 전후로 리그 정규 시즌 경기가 잠시 멈추는데, 이 기간에 선수단은 휴식을 취하며 숨을 돌린다.

이미 발생한 순연 경기, 이번 주말도 수도권 비 예보

정규 시즌이 개막한 지 정확히 2주가 되었는데, 이미 60경기 중 3경기가 순연이 확정됐다. 더블헤더 및 월요일 경기 그리고 서스펜디드 게임 적용에 관한 내용이 시행 중이고 지난 주에는 비로 순연되었던 1경기가 더블 헤더로 진행되었지만, 개막 첫 주에 순연된 3경기는 10월로 넘어갔다.

첫 주말 시리즈였던 5월 9일 토요일 경기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면서 3경기가 연기됐다. 그나마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는 비가 일찍 그친 뒤 그라운드가 정비되어 경기를 진행했고, 고척 스카이돔은 실내 경기장이라 날씨와 관계 없이 경기를 진행했다.

두 번째 주말 시리즈였던 5월 15일 금요일에도 비가 내렸다. 잠실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던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는 비로 미뤄질 뻔 했으나 16일 토요일에 바로 더블 헤더를 통해 해결했다. 다른 일부 경기장에서도 비가 그친 뒤 그라운드를 정비하느라 경기를 조금 늦게 시작한 곳이 있었다.

예년에는 기상 악화로 경기를 5회까지 치르지 못했을 경우, 그 날 경기 기록을 무효하고 나중에 다시 치르는 노 게임 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올해에는 서스펜디드 게임(Suspended Game) 규정이 도입되어 중단되기 전까지의 경기 기록을 인정하고, 나중에 그 시점부터 경기를 계속 진행하게 됐다. 5회 이후에 기상 악화로 경기가 중단될 경우에는 기존처럼 콜드 게임(Called Game) 규정이 적용된다.

서스펜디드 게임이 적용되면, 나중에 중단된 시점부터 경기를 재개할 때 엔트리가 변동될 경우 출전했던 선수가 자리에 없다면 엔트리에 있는 다른 선수로 교체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주자로 출루했다가 경기가 중단되었는데, 이후 트레이드되거나 1군에서 말소되었다면 엔트리에 있는 대주자로 교체하고 경기를 재개한다.

투수의 경우 승패 기록이 반영된다. 5회 이전에 경기가 중단될 경우 선발투수는 루틴을 위해 바꿔줘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승리투수 기록을 이어가기 힘들겠지만, 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가 중단된 뒤 팀을 옮긴 선발투수는 패전 기록을 그대로 안고 가는 수도 있다.

다만 KBO리그에서는 올해에 한정하여, 다음 날에 같은 대진이거나 월요일일 경우에만 서스펜디드 게임이 적용된다. 때문에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꽤 먼 날짜까지 경기를 미룰 가능성은 적다.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더블 헤더가 될 경우 재개되는 경기는 9회까지만 치르며, 30분 휴식 후 원래 편성되었던 그 날의 경기를 치른다.

이번 주에도 날씨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5월 19일만 해도 거의 대부분의 지역이 비가 예고됐다. 일단 최대한 상황을 지켜보고 경기를 진행할 예정인데, 22일과 24일에도 수도권에는 비가 예고되어 있어서 잠실과 인천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번 주말 시리즈 중 잠실에서는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3연전이, 인천에서는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3연전이 예정되어 있다. 일단 22일에 비로 경기가 미뤄지면 토요일인 23일에 더블 헤더로 경기를 치른다. 24일 일요일 경기가 비로 미뤄질 경우 25일 월요일에 9회까지만 경기를 진행한다.

빡빡한 경기 일정, 선수들 컨디션에도 영향

지난 주말 열렸던 첫 더블 헤더는 다른 때보다 타이트했다. 일단 15일 금요일 경기가 밀리면서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는 16일에 두 경기를 치렀다. 16일 첫 경기는 낮 2시에 시작했고, 경기가 끝난 뒤 30분을 쉬고 오후 5시 8분부터 원래 편성되었던 경기를 했다.

17일 일요일 경기가 낮 2시로 편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LG와 키움은 더블 헤더를 치른 뒤 바로 다음 날 낮 경기를 했다. 24시간 동안 3경기의 플레이 볼 선언이 이뤄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5월까지의 일요일 경기가 낮 2시로 편성되어 있다는 규정이 적용된 것이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올해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변수를 안고 치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올해는 5월에도 강풍과 비가 잦아서 이런 날씨 상황을 자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선수들의 엔트리 운영이 다소 힘들 수 있으며, 특히 투수들의 루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리그 차원에서 이러한 일정을 감안하여 올해에 한정하여 기본 엔트리도 늘렸고, 더블 헤더 경기가 편성되는 날에 한하여 추가 엔트리를 넣을 수 있다는 대비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경기의 흐름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16일 LG와 키움의 경기처럼 그나마 경기의 흐름이 빠르게 진행되어 투수 소모를 최소화했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불펜 소비가 큰 경기가 발생할 경우 향후 일정에서 투수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투수들이 투구 루틴을 유지하기 힘들 경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백업 선수에 대안이 확실하지 않은 팀들은 주전 선수가 부상을 당할 경우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벌써 시즌 아웃까지 발생

특정 선수들이 무리하지 않는 시즌 운영을 위해 이미 일부 팀들은 경기 출전 선수 명단을 수시로 변경하면서 다른 많은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여 각 포지션마다 대체할 선수 자원을 찾기 위한 목적도 있다.

지금은 아직 2주가 지나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시즌을 절반 쯤 치르는 혹서기가 되면 각 팀의 선수 자원에 따라 차이가 커질 수 있다. 특정 팀이 부상 병동이 될 경우 그 팀은 일찌감치 내년을 바라보고 엔트리를 운영해야 할 수도 있다.

이미 부상 선수로 인해 팀 전력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팀들도 있다. 한화 이글스는 주전 선수인 오선진, 하주석 등의 부상으로 영향을 받았다. 허벅지 부상으로 최소 재활 4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에이스였던 김광현(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떠난 SK 와이번스는 누군가 부상으로 이탈하면 그 공백이 더 크게 느껴진다. 하필이면 주전 포수인 이재원이 부상으로 이탈했고, 외야수 고종욱도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상태다. 외국인 투수 닉 킹엄도 팔꿈치 근육이 뭉치면서 1군에서 빠졌다.

LG의 경우 마무리투수 고우석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공을 던질 때 몸을 받쳐줘야 할 왼쪽 무릎 내측 반월판 연골이 손상되어 5월 18일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 기본 재활에 최소 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아무리 빨리 돌아와도 전반기에는 공을 던질 수 없다.

롯데 자이언츠는 정훈이 왼쪽 내복사근 파열로 이탈했다. 최소 4~6주의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데, 올 시즌 8경기 타율 0.367 7타점 7득점으로 타선의 중간 다리 역할을 확실히 해 주고 있는 상황(득점권 타율 0.833)이라서 타격이 더 크다.

설상가상으로 롯데는 선발투수 이승헌이 5월 17일 1군에 콜업되자마자 선발로 등판했다가 부상을 당했다. 2회말 1사까지 무실점으로 잘 던지고 있던 이승헌은 1사 1,2루 상황에서 정진호(한화)의 강습 타구에 머리를 맞고 말았다. 충남대학교 병원으로 이송되어 검사를 거친 결과 미세한 두부 골절에 출혈이 있었다.

KIA는 왼손 구원투수 하준영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스프링 캠프 때부터 팔꿈치 통증을 느꼈던 하준영은 최근 정밀 검사에서 팔꿈치에 돌아다니는 뼛조각 때문에 인대까지 손상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5월 13일 서울에서 왼쪽 팔꿈치 내측부 인대 재건 수술(토미 존 서저리)과 함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투수가 토미 존 서저리를 받은 이상 기본 재활만 1년이 걸린다. 그나마 구원투수로 복귀하기 때문에 내년 전반기에 일찍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왼손 구원투수 자원의 희소성을 감안하면 당장 올 시즌 KIA의 불펜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국인 교체 카드 2장, 올해는 교체가 더 손해

KBO리그에서 팀당 3명까지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들은 팀 전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자원이다. 이전까지 3명 보유에 경기 당 2명 출전이었지만, 올해부터 한 경기에 3명이 모두 출전할 수 있게 활용 범위가 확대됐다.

만일 외국인 선수의 경기력이 팀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에 대하여 각 팀은 시즌 당 최대 2장의 교체 카드를 쓸 수 있다. 단년 계약만 가능한 규정 때문에 대부분의 팀들은 외국인 선수가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 바로 칼을 빼어드는 경우가 많다.

작년 같은 경우는 5월에 이미 교체 카드가 발동됐다. KIA에서 뛰었던 제레미 해즐베이커(현 호주 애들레이드 자이언츠)는 지난 해 개막 후 열흘 조금 지난 시점에서 퓨처스리그로 내려갔고, 퓨처스리그에서도 반등을 보이지 못한 채 김기태 전 감독보다도 먼저 팀을 떠났다.

그러나 올해는 바꾸고 싶어도 막상 현실적인 문제로 바꿀 수 없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심지어 미국 독립리그까지도 모두 올 시즌을 기약할 수 없는 상태에 있다. 시즌이 언제 개막할지 모르고 엔트리 규모도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소속 팀이 없는 선수들이라도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 밖에 있는 선수들 중에서 좋은 자원을 골라서 교체 영입을 한다고 해도 문제다. 아무리 선수가 개인 훈련을 하고 있었다고 해도 현재 방역 대책에 의거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즉시 2주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부친의 임종을 지키러 잠시 고향에 갔던 애드리안 샘슨(롯데 자이언츠)만 해도 아직 자가 격리가 해제되지 않은 상태다.

선수의 입장에서는 자가 격리 기간에 집에서 훈련을 한다고 해도 팀과 맞춰서 훈련을 하는 것은 또 다르다. 팀의 입장에서는 2주의 시간이 허투루 날아가고, 팀에 합류한다고 해도 팀과 호흡을 맞추는 데 또 시간이 걸린다. 결국 교체 카드를 써서 새로운 선수를 데려오려면 최소 1달 이상의 인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을 체크할 방법이 없다. 지난 시즌까지의 경기 기록들은 찾아보면 나오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에 파견되어 있던 10구단의 스카우트들이 전부 국내로 돌아온 상태다. 현재 선수들의 몸 상태가 중요한데, 정확하게 확인한답시고 위험을 무릅쓰고 출국을 할 수는 없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올해에는 외국인 선수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해도 일단 가을까지 울며 겨자먹기로 안고 가는 상황이다. NC의 경우 애런 알테어가 시즌 타율 0.206에 그치고 있는데 일단 수비 능력만 좋은 상태라 출전 기회는 주고 있는 현실이다.

키움의 테일러 모터는 올 시즌 8경기 타율 0.111에 그쳤다. 게다가 최근에 모터의 여자친구가 입국해 격리되어 있는데 이 과정에서 모터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다. 법적으로 모터의 아내라면 장기 체류 외국인의 가족이라 자가 격리가 가능한데,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관계라서 정부가 지정한 시설에 격리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모터와 여자친구가 SNS로 구설수에 오르게 되었고, 모터도 심리적인 영향으로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는 상황이 됐다. 결국 모터는 영 좋지 않은 상황에서 5월 16일 부로 1군에서 말소된 상태다. 이와 관련하여 김치현 단장은 일단 모터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때까지 돕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실 모터와 여자친구가 SNS를 통해 행했던 언행은 현명하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외국인 선수들이 KBO리그에 적응하려면 단순한 경기력 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에 적응하고 팬들과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데, 이러한 점에서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바로 교체 카드를 꺼낼 수도 있겠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막상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사회의 여러 요소들을 바꿔놓고 있듯이, 올 시즌 KBO리그도 이런 여러 가지 변수에 대하여 제한된 여건을 안고 가야 한다. 다른 때보다 선수 자원의 관리와 활용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여러 가지 변수들을 마냥 피할 수도 없다. 이러한 변수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극복하는 팀 10구단 중 어떤 팀이 될지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의 또 다른 볼거리가 됐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시즌일정변동요소 서스펜디드게임 선수부상문제 외국인선수교체규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