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연패 수렁 1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11-5로 패배한 SK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날 승리로 NC는 6연승, SK는 9연패를 기록했다.

▲ 9연패 수렁 1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11-5로 패배한 SK 선수들이 경기가 끝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날 승리로 NC는 6연승, SK는 9연패를 기록했다. ⓒ 연합뉴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가 충격적인 부진에 빠졌다. 

SK는 지난 5일 2020시즌을 개막한 뒤 11경기를 치른 현재까지 1승 10패, 승률 .091로 유일하게 1할대도 채우지 못한 리그 최하위로 추락했다. 10개 구단 중 올시즌 최초의 두 자릿수 패배다. 10승 1패를 기록중인 NC 다이노스와는 시즌 초반임에도 벌써 9게임차나 벌어졌다.

심지어 SK는 7일 한화 이글스전부터 시작해 17일 NC전까지 무려 9연패를 기록중이다. 9연패는 2016년 9월 이후 3년 8개월 만이다. 여기서 2연패만 더하면 2000년 6월 22일부터 7월 5일까지 기록한 팀 최다 연패인 11연패와 타이기록까지 세우게 된다.

SK는 한국시리즈 4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구단이다. 불과 2년 전인 2018년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인 2019년에도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다. 심지어 1위 두산과 같은 승률(.615)을 기록했고 승차는 없었다.

불과 반 년 전만 해도 한국시리즈 연속 재패에 도전하며 '왕조'로 거론되던 팀이 이 정도로 급격하게 몰락할 수 있을까. 물론 프로야구 역사를 돌아보면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1982년 원년 우승팀 OB(현 두산)가 이듬해 승률 5위로 추락한 것을 비롯하여 1983년 해태와 2009년 우승팀 기아 타이거즈도 이듬해에는 5위에 그쳤다. 1990년 우승팀 LG와 1992년 우승팀 롯데는 이듬해 각각 6위로 떨어졌다.

특히 1995년 우승팀 OB는 이듬해엔 4할에도 못 미치는 승률로 꼴찌(8위)까지 추락하는 프로야구 사상 '최악의 롤러코스터'의 주인공이 된 바 있다. 다만 이런 극단적인 사례는 대부분 프로야구 팀간 전력과 선수층이 안정적이지 못하던 초창기에 몰려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일시적인 슬럼프는 있었어도 대체로 꾸준히 KBO리그를 호령해온 강팀이었던 SK의 추락이 낯설게 다가오는 이유다.

부상 선수 속출... 다양한 타선 구성에 어려움 겪어

일각에선 SK의 부진이 지난 2019시즌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분석한다. SK는 시즌 내내 1위를 질주하다가 두산에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전반기 96경기에서 64승 31패로 압도적인 1위에 올랐던 SK는 후반기 24승 24패로 겨우 5할승률을 채우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만 놓고보면 승률 5위에 불과했다.

장타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던 타격의 부진이 치명타였다. 후반기 팀타율이 .268에서 .247로 급락했고 전반기에만 86개나 나왔던 홈런은 후반기에 고작 31개를 추가하는데 그쳤다. 심지어 부진은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졌고 SK는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게 덜미를 잡히며 한국시리즈 진출조차 실패하는 최악의 엔딩을 맞이했다.

2020시즌에도 SK 타선과 공격 스타일에 사실상 큰 변화는 없었다. 문제는 홈런 공동 1위에 오른 한동민 정도를 제외하면 꾸준하게 제몫을 해주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최정-제이미 로맥(이상 홈런 1개) 등 믿었던 강타자들이 줄줄이 부진에 빠져있거나 결정력이 떨어지는 모습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정현이나 김창평은 수비 외에 타격에서 기대를 걸기엔 다소 어려운 선수들이다. 여기에 이재원-채태인-고종욱 등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면서 다양한 타선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는 현재 팀타율(.230)과 홈런(8개)이 모두 리그 9위에 그치고 있으며 득점(34점)과 득점권 타율(.194)도 리그 최하위다. 팀 삼진(86개)과 병살(12개)은 최다 2위, 볼넷(30개)로 공동 최하위를 기록중이다. 일단 출루 자체가 어려운데 주자가 나가더라도 후속타자가 삼진을 당하거나, 허무하게 병살쇼를 펼치는 상황이 반복되니 점수를 뽑을 방법이 없다. SK는 올시즌 11경기중 절반이 넘는 6경기에서 2점 이하를 내는 데 그쳤다. 

반면 실점은 두 배가 넘는 71점을 내줬다. 리그 2위 두산은 78점으로 SK보다 많은 리그 최다실점을 기록했지만 82득점을 뽑아내는 화끈한 공격력으로 이를 만회했다. SK는 리드를 한 번 빼앗기면 이를 뒤집을 만한 힘이 없다. 오히려 역전패는 6번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예상보다 크게 느껴지는 김광현 빈 자리
 
 지난 1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5회말 7-2로 NC가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SK 염경엽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 1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5회말 7-2로 NC가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SK 염경엽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마운드에서도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빈 자리가 예상보다 크게 느껴진다. 당초 김광현이 없어도 선발진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았던 SK지만 앙헬 산체스(요미우리 자이언츠) 대신 영입한 닉 킹엄과 리카르도 핀토의 외국인 원투펀치가 모두 고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불안감이 커졌다. 지난 시즌과 달리 연패 상황을 확실하게 끊어줄 에이스 역할을 해줄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불펜은 핵심자원이던 김태훈을 선발로 돌리면서 허리진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또 다른 불펜 핵심인 서진용도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고 있으며, 지난해 세이브왕 하재훈은 구속이 떨어진 데다 팀의 부진으로 등판 기회 자체가 줄어들어 감각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8.03으로 리그 최하위다.

좀처럼 해법이 보이지 않는 총체적인 난국 속에 사령탑 염경엽 감독을 둘러싼 팬들의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염 감독은 지난 시즌 후반기의 부진 이후 SK 팬들로부터 상당히 신뢰를 잃은 상태다. 9연패는 염 감독의 지도자 커리어에서도 처음있는 시련이다. 최근의 부진을 모두 염 감독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지만 구단 역사상 이 정도로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데는 감독으로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2017년 SK 단장으로 처음 부임한 이후 외국인 사령탑 트레이 힐만 전 감독을 보좌하며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에 톡톡히 기여했던 염 감독이지만, 정작 사령탑으로 복귀한 후에는 우승전력을 물려받고도 점점 역주행하는 모습으로 '염갈량'이라는 명성에 흠집을 남기고 있다. 이제는 히어로즈 시절의 행보까지 다시 거론되며 '감독 염경엽으로 과연 우승할수 있는가'라는 의구심까지 커지고 있다. 

명량해전을 앞두고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다'며 항전을 자신하던 충무공처럼, 최악의 5월을 보내고 있는 염경엽 감독과 SK에도 아직 12경기의 기회가 더 남아있다. 남아 있는 12번의 5월 잔여 경기는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반전을 이뤄내느냐, 아니면 이대로 일찌감치 시즌 내내 동네북으로 전락하느냐를 가늠할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다음 상대는 염 감독의 친정팀인 키움(19~21일 고척)이다. 만에 하나 키움전에서도 또다시 연패를 끊지 못하고 스윕을 당할 경우 구단 최다연패-KBO리그 월간 최다패-2015년 이후 KBO리그 개막 최저승률 등 각종 흑역사를 한꺼번에 경신할 수 있다. 키움전 이후에는 KIA(22~24일 문학), 두산(26~28일 잠실), 한화(29~31일 문학) 등이 기다리고 있다.

염 감독은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해낼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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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와이번스 SK9연패 염경엽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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