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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스 레터'는 <오마이뉴스>에서 사는이야기·여행·문화·책동네 기사를 쓰는 시민기자를 위해 담당 에디터가 보내는 뉴스레터입니다. 격주 화요일, 기사 쓸 때 도움 될 정보만을 엄선해 시민기자들의 메일함으로 찾아가겠습니다.[편집자말]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기자는 취재해 기사를 씁니다. 그러므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면 당연히 직접 취재할 수 있습니다. 정치·사회·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여행지, 출판·문화계 소식, 독자들에게 알리고픈 주변의 사는이야기도 취재해 기사로 쓰면 됩니다.

취재는 기사 쓸 때 필요한 사실과 정보, 배경과 맥락, 의견과 관점 등을 조사해 모으는 일입니다. 말로는 쉬운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신가요? 그래서 오늘은 기사 한 편을 같이 읽으며 '시민기자가 취재기사 쓰는 법'을 주제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한정연 시민기자가 취재한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 차고지
 한정연 시민기자가 취재한 서울시 강북구 수유동 차고지
ⓒ 한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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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면 귀가 얼얼" 쉴 때도 마스크 못 벗는 버스기사들 http://omn.kr/1ng0d

지난 4월 29일 <오마이뉴스>에 실린 한정연 시민기자의 기사입니다. 서울의 한 버스 차고지에 머물며 취재했습니다. 취재기사의 종류를 스트레이트, 피처, 르포, 인터뷰 등으로 나눈다면 이 기사는 현장 르포에 가깝습니다. 현상이나 사건을 단편적으로 전하는 것을 넘어, 한 발 더 들어가 자세히 보거나 들어 기록하는 기사를 보통 르포라고 부릅니다. 

① 질문과 준비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편집 과정에서 한정연 시민기자와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이 기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오게 됐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어떤 기사든 취재의 대상과 목적부터 정해야겠죠. 예를 들어볼까요? '하루 종일 운전하느라 고생이 많은 버스기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이것도 좋은 이유입니다. 그러나 좀 더 세밀한 질문, 최근 뉴스와 관련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면 훨씬 뚜렷하고 시의적절한 기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취재할 대상도 선명해집니다.

한정연 시민기자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
기 한창인데 대중교통인 버스를 운행하는 노동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대중교통은 출퇴근 시간대에 사람이 붐비는데 노동자들의 감염 우려는 없을까?'라는 구체적인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통계 자료를 근거로 문제의식에 적합한 취재 현장도 물색했습니다. '지난해 출근 시간 이용객 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던 버스는 몇 번일까?' 그렇게 해서 152번 버스 차고지가 있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으로 향한 것입니다. 

대상과 방향이 정해지면 우선 취재가 가능한지를 문의한 후에 구체적인 일정을 잡고 '밑취재'에 들어갑니다. 취재할 것들을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취재처나 취재원의 기초 정보를 미리 공부합니다. 유심히 봐야할 것은 무엇인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등도 이때 짜둡니다.

취재 당일, 밑취재한 것들을 바탕으로 현장에 도착해 이야깃거리들을 부지런히 모읍니다. 뉴스를 잘 보여줄 만한 사진도 찍습니다. 취재를 마친 뒤 새롭고, 중요하고, 인상적이고, 유의미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써내려가면 기사가 완성됩니다.

② '디테일'은 많을수록 좋다
 
한정연 시민기자가 동아운수 버스기사들에게 받은 '코로나19 현황 조사 설문지'.
 한정연 시민기자가 동아운수 버스기사들에게 받은 "코로나19 현황 조사 설문지".
ⓒ 한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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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 작가 존 맥피는 <네 번째 원고>라는 글쓰기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내가 아직까지도 칠판에 분필로 적는 또 하나의 경구는 '1000개의 디테일이 모여 하나의 인상이 된다'는 말이다. 사실 이건 캐리 그랜트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이 말의 함의는, 특정한 한 개의 디테일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는 (있다 하더라도) 매우 드물지만, 집합적인 디테일은 절대적으로 필수라는 것이다."

취재가 풍부할수록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정연 시민기자는 그 '디테일'을 모으는 데 충실했습니다. 24일 오후 3시께부터 25일 오전까지 차고지에 머물렀습니다. 버스의 막차가 들어오고 첫차가 나가는 순간까지 모두 기록하기 위해 밤을 새며 현장을 스케치하듯 구석구석 자세히 봤고, 그것들을 여러 장의 사진으로도 기록했습니다. 

152번 버스의 상황을 조사할 뿐만 아니라 차고지에서 잠깐 쉬는 버스기사들을 만나 개별 사연을 인터뷰했습니다. 대화할 시간이 없는 분들에게는 서면으로 물었습니다. 미리 작성한 설문지를 100부 인쇄해 총 34명의 버스기사에게 답변을 받았다고 합니다. 혼자서 최대한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데 한계가 있고, 배차 간격을 지키느라 바쁜 기사들의 근무 특성 또한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따로 설문지를 준비한 것입니다.

한정연 시민기자의 꼼꼼하고 성실한 취재는 기사 속 반짝이는 디테일로 빛났습니다. 쉴 때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휴게실 풍경, 약 서너 시간 걸려 왕복 운행하는 동안 마스크를 벗지 못해 귀 뒤가 빨갛게 붓는다는 사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에 위로받은 경험 , 마스크 끈이 끊어진 기사에게 선뜻 자신의 새 마스크를 건넸다는 승객의 미담 등.

코로나19의 여파로 열악한 상황에 놓인 버스기사의 노동 환경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우리의 삶을 잘 녹여낸 기사였습니다.   

③ 우리의 일상이 곧 현장
 
재난지원금을 쓰고자 찾은 한 재래시장. 젊은 세대들이 눈에 띄게 많이 늘었다.
 재난지원금을 쓰고자 찾은 한 재래시장. 젊은 세대들이 눈에 띄게 많이 늘었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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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기자는 이렇게 취재 기사를 쓸 수 있습니다. 특정 현장에 찾아갈 여건이 안 된다면, 자기 주변에서 틈틈이 취재해도 좋습니다. 잘 둘러보면 기삿거리는 무궁무진합니다. 우리 일상이 곧 현장이니까요. 

또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김현자 시민기자는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이후 동네 재래시장을 찾아 달라진 분위기를 생생히 전달했고, 배지영 시민기자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지역 공공병원 의료진의 노고와 시민들의 지원을 취재해 알렸습니다.

"손님의 95%는 재난기본소득" 동네 시장이 붐빈다 http://omn.kr/1ni6k
이 작은 도시 군산에 공공병원이 있다는 것 http://omn.kr/1n2sa

코로나19로 취재원을 직접 만나기 힘들 때는 전화나 이메일, 메시지 등으로 취재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또한 시민기자의 취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일정 조건을 충족한 분들에게 명함을 발급해드리기도 하니 자세한 내용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게시판을 참고해주세요. 

단, 몇 가지를 유의해주셔야 합니다. 취재할 때 꼭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고 소개하고, 어떤 기사를 쓰기 위해 취재하고 있음을 밝혀야 합니다. 인터뷰할 때는 정확한 인용을 위해 최대한 대상자의 이름(원할 경우 가명 처리 가능), 나이, 성별, 경력 등 기본정보를 알아두는 편이 좋습니다. 그리고 취재원의 발언을 기사에 쓸 때는 압축해 싣되 최대한 맥락을 그대로 살려야 합니다.  

이밖에 궁금하신 내용이나 취재나 기사 쓸 때 도움이 필요한 지점은 시민기자 게시판으로 문의주세요. 친절히 답변 드리겠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언제나 시민기자들의 기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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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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