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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일간신문 <가디언> 지난 6일치 신문 1면. 지난 5일 기준으로 영국의 코로나 19 사망자수가 이탈리아를 제치고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기사와 함께, 웨일스의 한 병원 노동자가 병원 복도의 이동식 철제운반기구에 쪼그려 앉아있는 사진을 실었다.
 영국 일간신문 <가디언> 지난 6일치 신문 1면. 지난 5일 기준으로 영국의 코로나 19 사망자수가 이탈리아를 제치고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기사와 함께, 웨일스의 한 병원 노동자가 병원 복도의 이동식 철제운반기구에 쪼그려 앉아있는 사진을 실었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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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콜리어(David Collyer)씨는 의사다. 영국 웨일스 몬모우셔(Monmouthshire)의 한 병원 수술실에서 일한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갖고 있는 지역신문사에서 사진기자로 활동도 했었다. 지난 6일 영국 일간신문 <가디언>은 그의 사진과 글을 1면과 16면 전체를 털어 내보냈다. '렌즈를 통해 바라본 병원노동자의 삶'이라는 제목으로.

총 11장의 흑백사진은 코로나19 속에서 영국 지방 병원 노동자의 하루 일과를 그대로 담았다. 개인보호장구(PPE)를 입은 마취과 의사들이 환자를 기다리는 모습부터 수술실 안 조그만 종이박스에 들어가 지친 몸을 넣고 잠시 잠을 청하는 간호사도 있었다. 그 간호사는 올해 첫 자격을 딴 젊은 새내기였다.

또 교대시간에 맞춰 자신의 눈화장을 고치는 직원이나 생일을 맞아 케이크를 들고 환하게 웃는 병원 노동자의 모습은 여느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마네킹을 두고 새로운 장비 실습에 열중하는 이들과 감염 예방을 위해 보호장구를 세세하게 챙겨주는 모습도 카메라 앵글에 담겼다. 

4시간 동안 개인보호장구를 착용한 채 환자를 보고 지친 모습으로 병원 복도에 앉아 있는 의료진, 조그만 이동식 선반에 쪼그려 앉아 무엇인가 상념에 사로잡혀 있는 병원 노동자의 모습에는 숙연함을 느꼈다.

어느 영국 지방 병원 노동자들의 하루… "코로나19 쓰나미 오고 있다"

<가디언>에 이들 사진을 제공한 콜리어씨는 "이 사진을 통해 우리 병원 내부 일상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굳이 비유를 하자면, 당신은 해변가에 서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지 모르지만 그곳에는 쓰나미가 오고 있다"라면서 "당신은 (쓰나미의)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알 수도, 느낄 수도 있지만 정확히 언제 밀어닥칠지 모른다, 그것이 코로나19 쓰나미다"라고 말했다.

콜리어씨가 공개한 사진 등을 보면, 영국 의료 현장의 실상은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다. 병원은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설과 의료진이 여전히 부족하다. 의료진의 감염을 막을수 있는 개인보호장구 등도 넉넉하지 않아 보였다.

심지어 최근에는 영국 국민건강보건서비스(NHS)의 고위 인사가 의료용 마스크와 의료 가운 등 개인보호장구를 자신이 따로 설립한 회사를 통해 판매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의료 현장에선 장비 부족으로 의료진의 건강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NHS 고위 인사가 사익을 위해 의료장비를 내다 팔았다는 것이다.

지난 2일 치 <가디언> 기사에는 수천 건의 댓글이 달리면서, 영국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해당 고위 인사는 회사 설립 자체는 인정했지만, NHS와 관련된 의료 장비를 판매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NHS는 보도 이후 해당 인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한 누리꾼은 "여전히 힘든 환경에서 일하는 의료진과 매주 이들에게 한마음으로 격려 박수를 보내는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중의 찬사가 오히려 불편... 난 영웅 아니다, 의료진이 내 눈에는 영웅"
 
 영국 웨일스의 한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의사가 자신 동료 의료진의 하루 일상을 사진과 글로 담았다. 그는 “코로나 19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면서  열악한 환경속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향해 “나의 가족과 같은 사람들이며, 진정한 영웅”이라고 적었다.
 영국 웨일스의 한 종합병원에서 일하는 의사가 자신 동료 의료진의 하루 일상을 사진과 글로 담았다. 그는 “코로나 19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면서 열악한 환경속에서 일하는 동료들을 향해 “나의 가족과 같은 사람들이며, 진정한 영웅”이라고 적었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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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콜리어씨는 오히려 국민들의 병원 의료진에 대한 찬사가 불편하다고 했다. 그는 이번 기사를 통해 "나를 비롯해 병원 동료들도 마찬가지로, 대중들의 우리(의료진)에 대한 찬사가 부담스럽고, 불편하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영웅이 아니다"면서 "단지 내가 그동안 배웠던대로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을 뿐이며, 나의 도움이 가장 필요할 때 환자를 도울수 있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 동료들을 향해서도 "그들은 나의 가족과 다름없다"라면서 "그들 모두가 내 눈에는 영웅"이라고 글을 맺었다.

지난 5일 한국의 프로야구 개막 소식은 세계 주요 언론의 신문 지면을 장식하고, 방송 전파를 통해 알려졌다. 코로나19 이후 성공적인 방역 모델로 알려진 한국은 지난달 총선을 치렀고, 이제는 학교 개학과 프로 스포츠 경기 개막 등 하나씩 일상을 되찾아 가고 있다. 물론 예전과는 여전히 다른 새로운 일상(뉴노멀, Newnormal)이지만, 이젠 영국을 비롯한 유럽이 따라 배워야 할 처지가 됐다.

세계 유력 경제신문인 <파이낸셜 타임스>(FT)가 6일 치 신문 1면 머릿기사로 "가상의 팬들과 함께, 한국이 안전하게 야구 공을 쏘아 올렸다"라고 전했고, <가디언>도 같은 날 스포츠면에서 한국의 프로축구 개막 소식을 톱 사진과 함께 자세하게 실었다. 신문은 "세계가 한국의 K리그 개막을 지켜보고 있다"라면서 경기장 방역과 선수관리, 게임 운영 등을 세세하게 전달했다.

한국프로야구 개막날, 영국은 코로나 사망자 3만2313명... 유럽 최다 불명예
 
 영국 런던의 한 종합병원. 병원 외부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이동식 진료 건물에는 NHS(국가의료서비스) 마크가 선명하게 적혀 있다.
 영국 런던의 한 종합병원. 병원 외부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이동식 진료 건물에는 NHS(국가의료서비스) 마크가 선명하게 적혀 있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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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만 아니다. 영국에서도 상대적으로 감염자나 사망자 등이 상대적으로 낮은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는 이미 한국의 방역 수칙을 따라가고 있다. 폭 높은 검사와 강도 높은 추적·격리 등을 통한 방역 그리고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통해 조심스러운 일상 복귀를 꾀하고 있다.

물론 잉글랜드와 웨일즈 등도 뒤늦게나마 하루 10만 건에 달하는 검사와 별도의 인터넷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추적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도 구체적인 실천 방안 등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일부 슈퍼마켓 등의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시민들은 마스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곧 봉쇄(Lockdown) 완화를 위한 로드맵을 발표한다고 밝혔지만, 이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하다. 존슨 총리는 지난주 회견에서 "영국내 코로나19의 여러 지표가 피크(peak, 꼭지점)를 지나고 있다"라고 짚었다. 하지만 영국내 코로나19 사망자수는 이제 이탈리아보다 많다. 지난 5일 기준으로 사망자 수는 3만2313명. 이탈리아는 2만9029명이다. 

지난 2월 이후 영국은 코로나19 전파가 가장 늦게 시작된 곳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초기 대응 실패와 총리의 코로나 감염에 따른 리더십 부재 속에 이젠 유럽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영국 지방 병원의 한 간호사가 수술실 복도에서 근심어린 표정으로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 지금 현재 영국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 같다. 신문 편집자도 같은 생각을 했던 걸까.
 
 매주 목요일 저녁 8시께 영국 전역에서는 NHS(국가의료서비스) 의료진을 위해 시민들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영국 런던 근교의 한 도로 위에 NHS 를 지지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매주 목요일 저녁 8시께 영국 전역에서는 NHS(국가의료서비스) 의료진을 위해 시민들이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영국 런던 근교의 한 도로 위에 NHS 를 지지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 김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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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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