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익스트랙션> 포스터

영화 <익스트랙션> 포스터 ⓒ 넷플릭스

 
한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의 대부분은 개인적 경험이나 신념에서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목적을 가지고 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행동한다. 그 목적을 달성하게 만드는 건 어쩌면 가장 개인적인 바탕일 수 있다. 누군가를 잃었거나 자신이 가고자 하는 위치가 있는 경우, 우리는 앞으로 나갈 큰 동력을 얻는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한 걸음씩 걸어가며 주변의 어려움들을 컨트롤하기 시작한다. 누군가는 실패해서 나가떨어지고, 누군가는 성공하여 결국 원하는 위치에 도달할 것이다. 

특히나 누군가 보호해야 할 대상이 있을 때는 그 힘이 더욱 배가 된다. 자녀가 있거나 아내 또는 아끼는 친지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힘을 조금 쓰면서 도와줄 수도 있다. 삶의 동력을 잃을 정도로 큰 아픔을 경험한 이후에 대부분은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을 잃는다. 그런 순간 다른 사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힘이 되어주거나, 그 상대방 안에서 자신의 아픔을 볼 때 더욱더 그 행위에 매달리게 된다. 

강력한 힘으로 끝까지 돌파하는 영화 <익스트랙션>

영화 <익스트랙션>은 최근에 나온 영화 중 가장 강력한 힘으로 끝까지 돌파해 나가는 영화다. 작년까지 선보였던 <존 윅> 시리즈처럼 주인공을 극단의 상황에 밀어 넣고 끝없이 밀어붙인다. 영화의 주인공인 타일러(크리스 햄스워스)는 용병으로 위험한 지역에서 많은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그는 6살 아들을 림프종으로 떠나보낸 이후 더욱 위험한 일에 매달리고 있다. 말없이 그저 임무를 수행하는 그를 용병 조직은 가장 위험한 작전에만 투입시킨다. 타일러는 어떤 위험한 임무도 받아들이고 실행한다. 그건 단지 돈 때문이 아니고 과거의 아픔을 잊기 위함이 크다. 

그런 타일러는 새로운 임무를 제안받는다. 인도 마약왕 마하잔(판자 트리파시)이 감옥에 수감된 사이에 그의 아들 오비(루드 락 자스 왈)가 납치 당한다. 그를 납치한 인물은 방글라데시 다카의 마약왕 아미르 아시프(프리 안수 페인 율리)다. 마하잔의 오랜 경쟁자였던 그는 그의 아들을 이용해 마하잔의 마음까지 상처를 주려고 한다. 이에 대항해 마하잔은 자신의 부하인 사주(란디프 후다)에게 아들을 구하지 못하면 사주의 아들을 죽이겠다는 협박을 한다. 사주는 타일러가 속한 용병 팀에게 의뢰하여 오비를 구출하도록 하지만 그에게 비용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 

타일러가 오비를 구출하고 도시를 탈출하기 직전 그는 선택의 기로에 놓는다. 돈을 받지 못했으니 오비를 두고 오라는 회사의 요청, 그럼에도 아이를 구출해야 한다는 자신의 생각이 겹치며 타일러는 고민을 거듭한다. 사실 자식을 잃은 아버지의 입장에서 타일러는 또 다른 아이를 포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영화 속 그의 고민은 꽤 빠르게 결정된다. 그는 아들의 죽음 이후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 일을 해왔다.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 자신을 밀어붙여야 마음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잊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들을 잃은 남자와 아들을 지키려는 남자의 분투
 
 영화 <익스트랙션> 장면

영화 <익스트랙션> 장면 ⓒ 넷플릭스

 
타일러는 영화 초반 동료들과 휴식을 취하다가 갑자기 깊은 물속으로 자신의 몸을 밀어 넣는다. 물속 깊은 곳에서 가만히 앉아있는 그의 모습은 그가 어떤 극한적인 상황에 있어도 당황하지 않고 오래 견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에게 자신의 목숨은 차마 끊을 수 없어 이어가고 있는 것일 뿐이다. 

공포에 떨고 있는 마약왕의 아들 오비는 일반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범죄 집단의 행동이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그런 모습이 타일러가 그를 구출하려고 마음먹게 했을지도 모른다. 타일러가 그를 구출하기로 결정한 이후, 또 다른 마약왕 아미르가 조정하는 방글라데시 군대와 조직원의 다양한 공격에 대항해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타일러의 모습은 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영화 <익스트랙션>에는 오비를 구출하려는 또 다른 아버지가 나온다. 마하잔의 부하인 사주다. 그의 아들은 아직 살아있지만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 자신의 아들을 구하기 위해 사주는 자신이 직접 오비를 구하려고 방글라데시로 향한다. 그곳에서 사주와 타일러가 처음 만나서 대결을 벌이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다. 두 사람의 목적은 같지만 서로를 모르는 그들은 필사적으로 서로에게 주먹을 향한다. 한 사람은 이미 아들을 잃은 아버지이고, 다른 한 사람은 아들을 잃을지도 모르는 아버지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은 잃을 것이 없고, 다른 한 사람은 가진 것을 지켜야 한다. 서로 다른 이유로 두 사람은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진다. 

결국 두 사람의 그런 행위는 한 아이를 구하는 일로 모아진다. 모든 것은 개인의 경험과 관계에서 나온 힘이다. 오비라는 한 아이를 구하는 것이 두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목적이 되었다. 영화 속 이 두 사람이 결국 힘을 모으는 장면은 정반합의 과정처럼 꽤 유기적으로 이루어진다. 

박진감 넘치는 훌륭한 액션 영화
 
 영화 <익스트랙션> 장면

영화 <익스트랙션> 장면 ⓒ 넷플릭스

 
두 사람이 서로 힘을 합쳐 한 사람을 탈출시키는 마지막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박진감이 넘친다. 긴 다리를 건너야 국경을 넘을 수 있는 그곳에 갇혀 오비를 앞으로 보내려는 두 아버지의 필사적인 전투는 마치 전쟁터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라이플, 소총, 기관총, 바주카포처럼 다양한 도구들을 이용한 전쟁 액션이 펼쳐지는 영화의 마지막은 처절하게 느껴지지만 두 아버지가 만들어낸 작은 빛을 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마블의 액션 코디네이터였던 감독 샘 하그레이브는 복잡한 도시인 다카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을 아주 실감 나게 담았다. 특히나 중반부에 담겨있는 10분 정도의 롱테이크 액션 장면은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훌륭한 장면이다. 최근 넷플릭스에 업데이트된 액션 영화 중 가장 훌륭한 액션 영화이면서 두 주인공의 모티브가 자신의 아들이기 때문에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담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익스트랙션 크리스햄스워스 루소형제 액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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