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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재미가 숨겨진 것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한 끼를 때우고 말지만 어떤 사람은 한 끼라도 예쁜 그릇에 정갈하게 담아 먹는 것처럼. 어떤 사람은 음악이라면 이어폰으로 듣는 게 전부지만 어떤 사람은 고급 스피커까지 구비해 음감실을 만드는 것처럼. 삶이라는 건 다른 사람들이 모르고 지나치는 세계에 과감히 발을 딛고 땅을 파볼 때 나만의 것이 된다.

나에겐 달리기가 바로 그런 일이다. 누구나 생애 첫 '출전 선수'가 될 수 있는 종목. 세상에서 가장 쉽지만 그래서 더욱이 매력을 느끼기 힘든 운동, 달리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렇듯이 나 역시 달리기에 도전할 이유나 계기가 없었다. 웨이트처럼 폭발적인 집중력을 쏟기에도, 요가처럼 평화로운 안정을 얻기에도 어정쩡한 운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달린다. 지루하고 힘들기만 한 운동인 달리기는 이제 내게 힘듦을 견딜 만한 가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오늘도 달린다. 지루하고 힘들기만 한 운동인 달리기는 이제 내게 힘듦을 견딜 만한 가치 있는 시간이 되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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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나를 달리기에 매진하게 만든 건 바로 '러닝 크루'. 말 그대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달리기를 즐기는 모임에 참여하면서다. 러닝 크루에 대한 첫 인상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이 세상에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니. 어쩌면 이 사람들이 발을 구르는 덕에 지구가 돌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의 달리기 사랑은 열성적이었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한 날, 6km라는 다소 짧은 거리를 뛰는데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걸 경험했다. 내 앞으로 추월해 나아가는 멤버들을 보며 내 장기 무게가 저들보다 더 나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 바퀴도 채 돌지 못한 나를 두 번이나 스쳐가는 사람들을 보며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때 초보 러너인 내 옆에서 보폭을 맞추던 기존 회원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달리기는 원래 힘든 거예요. 저 사람들도 다 똑같이 힘들어요." 지금은 아무런 감흥없이 이 말을 전하고 있지만 엎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던 그때는 그 말 덕분에 결국 완주를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달리기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달리기에 비유하곤 한다. 지루하고 긴 싸움, 포기하고 싶은 나약한 마음, 나보다 더 앞서가는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은 있다는 점에서 달리기는 여러모로 삶과 많이 닮아 있다.

그러나 그 이야기가 진정으로 마음을 울렸던 적은 없었다. 어차피 인생은 인생이고 달리기는 달리기일 테니까. 마치 화성까지 뻗어 있는 것처럼 길게 느껴지던 트랙 위에서 숨을 헐떡거리며 뛰고 나서야 나는 처음으로 인생은 달리기와 같다는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나보다 앞서가는 저 사람들도 다 힘들다는 것. 내가 부족해서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것. 완주 후 하나같이 운동장에 엎어져 가쁜 숨을 몰아 쉬는 것을 보며 나는 알 수 없는 위로를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러너가 되었다. 어릴 적 계주도 뛰어 보지 못했던 나는 정기적으로 사람들과 만나 도심을 누빈다.

자동차나 지하철이 아닌 내 발로 내 몸을 움직이는 기쁨을 누린다. 달릴 때마다 가슴이 부푼다. 그 안으로도 지금도 온전히 나의 힘으로 결승선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만족감이 차오른다. 옆에서 보폭을 맞추는 동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따뜻함이 밀려든다. 오늘도 이렇게 나를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안도감이 든다.

나는 그래서 오늘도 달린다. 지루하고 힘들기만 한 운동인 달리기는 이제 내게 힘듦을 견딜 만한 가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모든 사람에게 달리기가 완벽한 선택지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의 가슴이 조금이라도 두근거렸다면 오늘은 운동화를 챙겨 밖으로 나가 보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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