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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문자 메시지가 왔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신청 접수가 완료됐다는 안내 문자였다. 신청 마지막 단계에서 약간의 에러가 있어 혹시 접수가 안 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어찌해야 하나 걱정했는데 확인 문자가 도착한 것이었다.

"[안내] 재난기본소득 신청 접수 완료
신청하신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은 정산 접수되어 지급 준비 중입니다. 대상자 확인이 완료되는 대로 문자 발송일로부터 3~4일 이내 지급될 예정이며..."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시큰둥하던 딸이 가장 먼저 신청하다

경기도는 도민이면 누구나 1인당 10만 원씩 지급한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시민의 소비여력을 높이고, 지역상권의 매출을 높이기 위한 경기부양책이다.

4인가구인 우리 가족은 각자 자기의 몫을 알아서 신청했다. 아이들도 모두 성인이니 알아서 신청하고 받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적은 금액일 수도 있지만 도민 전체를 생각한다면 적지 않은 액수다.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에 앉으면 모두 자신의 것인 양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에는 국민의 것을 국민을 위해 쓴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 나는 나름 흡족했다.

처음에 재난기본소득을 준다고 했을 때 우리 아이들은 시큰둥했다. 거액은 아니니 반응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매달 주는 적은 용돈에 보태 조금이라도 여유롭게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친구들과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더라도 평소보다는 낫겠다 싶어, 그만해도 부모 된 입장에서는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며 신청할 것을 종용했었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온라인신청 페이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온라인신청 페이지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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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온라인신청이 개시되는 날이 되자, 딸은 조용히 가장 먼저 신청했고 엄마의 신청도 도와주겠다고 했다. 거실에서 오가는 소리를 들었는지, 아들도 며칠 뒤 어느새 신청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우리 셋 모두 이미 경기지역화폐카드를 가지고 있어서 신청이 훨씬 더 간단한 느낌이었다.

가장 먼저 신청한 딸이 가장 먼저 '지역화폐에 재난기본소득 10만 원이 입금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일찌감치 약속한 대로 먼저 받은 사람이 점심을 쏘기로 했다. '집콕'만 하던 우리 셋은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기 이전에 몇 번 갔던 동네 초밥집으로 향했다.

"내 눈에 정책이 보이고 내 손에 무언가 잡히니까 선거, 정치 이런 게 실감되더라."

딸은 밥을 먹으며 재난기본소득을 받은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도민들의 투표로 선출된 정치인의 정책과 행정을 단 한 가지 경험만으로도 실감할 수 있구나 싶었다.

일상 속에서 정치의 힘을 실감하다

내가 20대 초반일 당시 처음 투표하던 때가 생각났다. 첫 투표에 설렜지만 막상 누구를 뽑아야 할지 선거 포스터를 봐도, 집으로 날아오는 선거공보물을 들춰보며 후보들의 면면이나 공약을 살펴도 알 수 없었다. 

선거는 국민을 대리해서 국가를 운영할 일꾼을 뽑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리고 선거철에 후보들은 너나없이 그 말에 기대어 읍소하곤 했다. 하지만 그들의 읍소는 당선이 됨과 동시에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들의 집단의 이익에 따라 국민은 뒷전으로 물러나는 상황이 허다했다. 얼굴을 맞대고 그들의 인사를 받는 것도 선거철이 유일했다. 올해 총선에서는 그 양상이 조금 달랐지만.

투표는 국민이 선택한 사람이 국가와 지자체 운영의 주체가 되어 사람들을 위한 법을, 사람들을 위한 생활 기반을 마련하라고 뽑아주는 것이다. 국민을 대신해서 국민을 위한 일을 할 사람을 뽑은 것이니 그들이 하는 모든 일의 수혜자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올해 도민을 위한 재난기본소득이 지급되는 걸 겪으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재난지원금이 논의되는 걸 보면서, 국민을 위한 정치라는 말의 무게가 내게도, 딸에게도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누군가는 투표는 최악이 아닌 차악을 뽑는 것이라고 말했다. 20대 당시 투표할 때 나는 내 기준에서 차악을 선택했던 것 같다. 투표를 몇 번 경험했지만 20대의 아이들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막연하게 말하곤 했다. '누구도 나쁘다. 다 똑같다.' 지금은 그런 일들이 사라졌겠지만, 내가 20대 때 언론을 통해서 접하는 선거의 모습들은 후보들이 건네준 선물에 따라서 표심이 오가기도 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번 재난기본소득을 포함한 코로나19 관련 재난지원금은 선거철 후보들의 선물 공세와는 분명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이다. 생계에 위협을 가하는 경기 위기에 맞서기 위한 정책이라는 느낌이 훨씬 더 강하다. 실제로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도내 자영업자 4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3%가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이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늘 어려웠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는 일상 곳곳에서 체감할 정도로 짙고 무겁다. 정치인들이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삶을 중심에 놓고 살피는 정치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고 실현해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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