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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여파로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느라 EBS는 숨가쁘게 돌아갔다.
 "코로나19" 여파로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느라 EBS는 숨가쁘게 돌아갔다.
ⓒ 김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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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잠을 좀 잤다. 4월 16일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며 줄곧 불면에 시달렸다. EBS가 중·고생 대상 온라인 개학을 위한 한 축을 맡고 있는데, 지난 4월 9일 중3, 고3 대상 온라인 개학을 시작한 뒤 연일 EBS의 '온라인 클래스' 서비스에 크고 작은 에러가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개학의 총괄 책임자인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2주일 사이 세 번이나 EBS를 방문했다. 학생, 선생님, 학부모들의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생각하면 할수록 미안해 고개를 들 수가 없다. 

EBS 본사에 종합상황실이 꾸려진 이후 4월 14일 현장에 기술전문가들 중심으로 '기술상황실'이 만들어졌다. 나는 기술상황실장을 맡았다. 그런 뒤부터 지금까지 마치 전쟁터에서 삶을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예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에러가 잇따라 발생했다. 완벽한 서비스는 불가능한가 싶었다.

EBS의 온라인 클래스가 졸속으로 시작한 것은 맞다. 누가 '코로나19' 상황을 예측했으랴. 지난 2월 EBS의 인터넷 학습사이트를 운영하는 학교교육본부 중심으로 아이디어를 냈다. EBS는 2019년부터 클라우드 기반의 소프트웨어 교육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2000명 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소규모 플랫폼이다. 

'이비에스(EBS) 소프트웨어'를 줄여 '이솦'이라는 이름의 플랫폼을 운영해오던 학교교육본부는 (코로나19 여파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뭔가 기여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소규모 사이트 '이솦'을 선생님이 직접 반 편성도 할 수 있고, 출석과 학습진도율 체크도 가능한 '온라인 클래스'로 확대 변경하기로 했다. 2000명이 아니라 300만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규모의 사이트로. 

인터넷사이트의 특성을 아는 사람이라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절박함으로 창의성과 용기를 끌어내자는 시도였다. 진즉에 이처럼 험난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애초에 시도하지 않았을 걸 하는 후회의 소리도 들린다.
  
 8일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EBS를 방문해 원격수업 준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8일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EBS를 방문해 원격수업 준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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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채널이 그렇게 단시간에 5개나 확보되다니...

이런 와중에 갑자기 개학이 연장될 수밖에 없는 '코로나 19' 상황이 벌어졌다. 학생들이 법정 학업 일수를 채울 수 없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자칫 전 학년이 유급될 수도 있는 끔찍한 상황이 닥쳤다. 이 비상상황에서 '온라인 개학'이라는 콘셉트와 새로운 단어가 탄생했다. '오프라인 개학', '온라인 개학', 처음 듣지만 낯설지는 않았다.

EBS는 처음 겪는 이 상황에서 새로운 고민을 했다. EBS는 그동안 학습 방송과 학습 인터넷 서비스를 해 왔다. 그러던 차에 학년별 학교수업 시간표에 맞춰 10개의 학년을 대상으로 인터넷 동시 생방송을 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게 현실화됐다.

10개의 이러닝(e-Learning) 스튜디오에서 초 3·4·5·6학년, 중1·2·3학년, 고1·2·3학년을 대상으로 10개의 생방송을 진행했다. 뜨거운 반응 속에서 4주 동안 진행된 학년별 라이브 특강은 어제(4월 17일) 종료됐다.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이 작업에 참여한 150명 가량의 스태프들은 다들 보람을 느끼며 방송을 했다.

'온라인 개학'이 기정사실화되면서 PC나 모바일기기가 없거나, 이걸 다룰 줄 모르는 아이들이나 가정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디지털 디바이스에서 소외된 아이들은 '온라인 개학'에서도 소외될 게 뻔했다.

초·중·고 12개 학년을 대상으로 학년별 방송 채널을 확보해 방송할 수는 없을까? 이미 학생과 부모들 사이에서는 '주요 지상파 채널을 학년별 학습전문 채널로 바꿔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서비스해야 한다'는 믿기지 않는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교육을 우선시한다. 

EBS는 이런 상황에서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Program Provider) 채널을 추가로 확보하면, 학년별로 전문채널을 구성해 방송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아이디어는 과학기술정통부 관계자에 전달됐고, 거의 열흘도 안 지나서 수용됐다. PP채널이 그렇게 단시간에 5개나 확보되다니, '한국인의 힘'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물론 PP채널은 학생들이 정상적으로 오프라인 등교할 때까지의 임시 채널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오프라인 개학 전까지 초·중학생 전체가 학년별로 전문화된 학습채널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이것은 IPTV 3사, 케이블, 위성방송, 네이버TV, 카카오TV, 웨이브 등 거의 모든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동시에 서비스된다.
 
 4월 16일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EBS는 현장 상황실을 만들어 각계 전문가들과 밤샘 작업을 이어나갔다.
 4월 16일 "온라인 개학"을 앞두고 EBS는 현장 상황실을 만들어 각계 전문가들과 밤샘 작업을 이어나갔다.
ⓒ 김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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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게 '국가의 일, 학생의 일'이라며 대가도 없이...

'온라인 개학'의 화룡점정은 '온라인 클래스'다. 선생님이 구성한 강의 콘텐츠를 올릴 수도 있고, 학급 반 편성도 가능하다. 출석도 체크할 수 있고, 선생님과 학생들 간 쌍방향 소통도 가능하다.

막상 온라인 클래스 서비스가 시작되자, 언론에서는 연일 온라인 클래스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먹통 또 먹통", "접속대란" 등. 완벽한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는 처지에서 무슨 말을 하겠는가. 고민에 빠졌다. 300만 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온라인 클래스는 불가능한가? 에러는 끊임없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건가?

4월 14일 전문가 중심, 현장 중심의 상황실이 운영되면서 큰 물줄기는 잡혀가고 있다. 그동안 겪었던 시행착오의 원인이 신속하게 파악되고 있다. 인프라 전문가, 네트워크 전문가, 소프트웨어 전문가, 교육·통신정책 전문가 20여 명이 오전 7시에 한 자리에 모이고 있다. 실시간으로 논의하고, 실시간으로 해법을 적용하고 있다. 기술적 해법도, 정책적 해법도 실시간으로 적용된다. 

데이터베이스(DB) 케이트웨이 장비를 8대에서 80대로 늘리는 것도 현장에서 바로 결정해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됐다. DB 스토리지를 4배로 올리는 것도 바로 결정하고 적용했다. WEB·WAS 서버 증설도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뿐만 아니다. 교육부와의 정책 조율도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계급장 없는 수평적 대화가 일어난다. 어플리케이션의 수정도 즉각적으로 일어났다. 물론 여기에는 밤샘 작업을 마다하지 않는 개발자들의 수고가 뒤따랐다. 종합상황실이 만들어진 뒤 전문가들의 전문성과 헌신 덕분에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고 있다.

4월 16일 전면적인 '온라인 개학'이 실시되었을 때 '먹통'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선생님들이 전날 신규로 업로드한 동영상을 플레이할 때 약간의 지연은 있었다. 이 때 동시 접속자 수가 67만 명이었다. 이날 하루에 184만 명이 이용했다. 개학 며칠 전 상황을 돌이켜보면 드라마틱한 변화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과연 온라인 개학이 가능할까' 스스로 절망하고 있었다. 물론 아직도 언론의 비판과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더 긴장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틀 사이 EBS '온라인 클래스'에 혁신이 일어났다. 이는 EBS 기술진, 운영사인 '유비온' 기술진, MS 전문가, 베스핀 글로벌 관계자, 교육부와 과학기술정통부 관계자의 전문성과 헌신에 힘입은 것이다.

누구보다도 더 LG CNS 최적화팀에게 감사하다. EBS '온라인 클래스' 사업과는 무관한 분들인데도 기꺼이 이 작업에 참여해주셨다. 4월 13일 급한 마음에 LG CNS측에 간곡하게 요청했다. 그러자, 바로 한걸음에 달려와 순식간에 문제 진단을 하고 솔루션을 제시해주었다. 그리고 바로 적용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 모든 게 '국가의 일, 학생의 일'이라며 어떠한 대가도 없이 기꺼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고마운 마음을 넘어 감동이 밀려왔다. 이것이 '한국인의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힘이 '코로나 19'를 극복하는 한국인의 힘이라는 생각도. 말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그나마 이 정도의 온라인 학습 서비스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이런 분들의 헌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큰 물줄기는 잡았지만, 아직도 지류에서는 물이 새고 있다. 4월 16일에도 17일에도 오류는 발생했다. 월요일인 4월 20일에는 진정한 '온라인 개학'을 맞는다. 예상치 못한 어떤 창의적인 문제점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두렵지 않다. '국가의 일, 학생의 일'을 우선시 하는 한국인과 전문가가 함께 하기 때문이다. 믿음이 없을 때 두렵다. 그러나 이제 믿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유열 EBS 부사장은 지난 2월말부터 '코로나19 교육지원비상대책단' 단장 겸 현장기술상황실장을 함께 맡고 있습니다. 이 글은 김유열 부사장의 페이스북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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