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MBC <뉴스데스크>는 '한 종편 기자의 이상한 취재'를 시작으로 종합편성채널 채널A 기자의 취재윤리 문제와 검찰과의 유착 의혹을 연일 보도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현재 금융 사기죄로 실형을 사는 이철 전 신라젠 대주주에게 채널A 기자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으라며 회유와 협박을 시도했고, 강압적인 취재 과정에서 이씨 측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 검찰 간부와 통화한 내용을 들려주기도 했다.

지난 12일 방송한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선 넘은 협박 취재, 유착인가 일탈인가' 편은 채널A 기자의 협박 취재 논란을 짚어보며 언론의 취재윤리 문제부터 언론과 검찰과의 관계, 검언유착 의혹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교정 당국의 편지 확인 여부 조사해야" 

채널A 기자는 2월 17일부터 3월 10일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이철 전 대주주에게 편지를 보내 "검찰이 가족 재산까지, 먼지 하나까지 털어서 모두 빼앗을 가능성이 있다"며 "유시민을 치면 검찰에서도 좋아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또한, "대표님이 검찰과 공식적인 딜을 할 수는 없지만, '언론사를 잘 이용하라'"면서 자신은 "검찰 고위층 간부도 직접 콘택트할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은 명백한 취재윤리 위반이다. 김준일 뉴스톱 대표의 설명이다.

"이런 식으로 협박을 해서 무언가를 얻어 기사를 써서 단독, 특종이 됐다고 가정을 해본다면 그 보도가 어떤 가치가 있을 것이고, 사람들이 그것에 영향을 받아서 공론장이 왜곡되는 것까지 상상을 해본다면 매우 중요한 문제예요."

채널A 기자가 이철 대주주에게 보낸 편지 내용엔 "남부지검이 수사를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6명의 검사가 투입됐다", "VIK 관계자가 다시 조사받게 될 것이다", "언론사 한 곳을 잘 활용하면 가족 실형을 막을 수 있다" 등 수사 방해 행위, 증거 인멸 우려가 있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담았다.

형집행법에는 '수용자가 주고받는 편지는 검열받지 않는다. 단, 사유가 있으면 그렇지 않다'고 명시돼 있다. 교정 당국은 형사 범죄에 저촉되는 내용이 있다고 의심될 때나 편지 상대방이 누구인지 모를 때 편지를 검열할 수 있다. 임자운 변호사는 교정 당국의 편지 확인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내용의 편지를 보내면서 기자가 검열을 당해도 괜찮다고 생각한 배경은 뭘까? 소장은 정말 보지 않았을까? 봤는데도 (검찰에) 문제 제기 안 한, 이게 문제 제기한다는 게 수사 기관에 보고하는 거거든요. 수사 기관이 검찰입니다. 그럼 보고 안 한 이유는 또 따로 있는 것일까? 이런 지점들이 취재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채널A 기자의 취재윤리 이상으로 심각한 문제는 검사장과 채널A 기자 사이에 오갔다는 통화 녹취록에서 비롯된 검언유착 의혹이다. 채널A 기자가 취재원과 만나 현직 검사장과 친분을 과시하면서 녹취록을 보여주거나 통화 음성을 들려주었고, 수사기관이 아니면 알기 힘든 수사 진행 상황을 알려주었다.

채널A와 검사장은 모두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투전판식 연대보증'을 하는 채널A와 검사장의 입장을 받아쓰는 언론의 태도를 비판했다.

"지금 나오고 있는 기사들을 보자면 (채널A와 검사장이) 서로 연대 보증해 주고 있습니다. 만약에 한꺼번에 연루된 이해 당사자가 있을 때 서로의 알리바이를 보증해 주는 거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데 그걸 성립하는 것처럼 많은 언론이 받아써 주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MBC의 첫 보도가 나간 후 보수언론들의 보도 흐름은 어땠을까? MBC <뉴스데스크>의 첫 보도가 나간 3월 31일과 4월 1일엔 대다수 언론은 한걸음 물러선 상태에서 중계 보도를 하거나 보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나 이 사태를 바라보는 유력 인사들의 말을 받아 기사를 썼다. 

논점 바꾼 <조선>... "팩트에서 검찰 쪽 편드는 방식으로"

이 가운데 조선일보의 대응은 눈여겨볼 필요성이 있다. 조선일보는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 직후인 밤 9시 9분 <채널A 기자, 윤석열 최측근 검사장 내세워 이철 측에 "유시민 비위 알려달라">(2020.3.31.)는 제목의 기사를 온라인에 송고했다. 이 기사엔 "현재 검사장의 녹취록과 같은 통화를 했다면 검찰과 언론의 부적절한 유착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10시 3분에 이 내용을 삭제하고 <신라젠사건 보도 놓고...MBC·채널A 뉴스로 치고받다>로 수정한다. 11시 17분에는 <검사장 신라젠 사건 알지도 못한다, MBC 보도 반박>으로 다시 바꾸었다. 이런 논점 변화를 홍성일 서강대언론문화연구소 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처음에는 팩트에서 출발해서 팩트를 흔드는 논란의 영역으로 갔고, 논란의 영역에서 어느 한쪽을 편들게 됐고. 그것은 검찰 쪽의 편을 드는 방식으로 나갔던 거 같습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애초에 MBC가 제기한 문제는 채널A 기자의 취재윤리 문제, 검언유착 의혹이었다. 그런데 보도가 나간 이틀 뒤인 4월 2일부터 일부 언론사들이 사안을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장모 이어 측근...친 조국 세력 집요한 '윤석열 몰이'>(2020.4.2.), 중앙일보 <'채널A·검찰' 녹취록에 여권 일제히 윤석열 때리기.(2020.4.2.), 문화일보 <친문·친조국 세력의 윤석열 검찰 때리기>(2020.4.2.) 등 '윤석열 때리기', '윤석열 몰이'란 비슷한 제목의 기사를 쏟아내며 정파적 프레임을 들이댔다.

이들이 정파적 프레임을 사용한 건 취재윤리 문제와 검언유착 의혹이란 본질을 흐리기 위해서다. 또, 윤석열 검찰총장과 관련된 여러 의혹은 윤석열을 하차시키기 위한 의혹에 불과하다는 하나의 프레임 안에 가두기 위함이다. 또한, 친 조국과 윤석열 대립 구도를 세워 4월 15일 총선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

4월 3일엔 조선일보 <MBC 제보자, "윤석열 개검총장" "나경원은 원숭이" 도 넘은 인격 모독>(2020.4.3.)을 필두로 세계일보 <[단독] '언론·검찰 유착' MBC 제보자, 열린민주당 지지자였다>(2020.4.3.), 문화일보 <[단독] "독방 이전" 돈 챙긴 변호사 사건서 '채널A 녹취록' 제보자X가 브로커>(2020.4.10.) 등 MBC 제보자의 신원을 문제시 삼은 보도들이 잇따랐다.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자 메신저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보도 행태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고,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사람만이 제보가 가능하다는 황당한 논리를 요구한다. 언론은 제보자의 동기가 어떻든 간에 구체적인 정황이나 증거가 존재하는 의혹이 불거졌다면 취재하여 사실을 보도하면 된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제보자 때리기가 본질이 아님을 강조한다.

"제보의 동기와 무관하게 결국은 그 제보를 받아서 기사를 쓰는 건 기자들 자신이기 때문에 충분한 사실 확인과 검증을 통해서 내보낸 기사라면 그때는 이미 제보자의 동기나 의도와는 무관한 어떤 기사가 되는 것이죠."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저널리즘 토크쇼 J> 프로그램의 한 장면 ⓒ KBS


채널A 클로징 멘트가 갖는 두 가지 의미

채널A는 3월 31일 <뉴스A> 클로징 멘트를 통해 "피의자인 이철 전 대표에 대한 검찰의 선처 약속을 받아달라는 부적절한 요구를 받아온 사실도 파악하고 즉각 취재를 중단시켰다. MBC가 사안의 본류인 신라젠 사건과 무관한 취재에 집착한 배경과 의도는 무엇인지 의심스럽다"라며 회사 입장을 밝혔다.

클로징 멘트 속엔 두 가지 의미가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채널A 기자가 먼저 접근하여 강압적인 취재를 했다는 사실이 명백한데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둘째, MBC의 의도성을 거론하며 본질 흐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현재 채널A는 해당 기자의 취재 방식에 대한 자체 진상 조사를 거쳐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채널A의 행보를 보면 기자 개인의 일탈로 결론짓고 '꼬리 자르기' 할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와 검찰은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취재윤리 문제와 검언유착 의혹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할 일은 자명하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을 조사할 때와 똑같은 기준으로 채널A와 현직 검사장을 수사하여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응분의 법적 책임을 물으면 그만이다. 이 사안을 최초 보도한 장인수 MBC 기자는 채널A 기자와 검사장 사이의 통화 내역과 휴대폰의 녹음 파일만 확인하면 의혹이 해소된다고 말한다.

"만약에 채널A 기자의 핸드폰에서 녹음 파일이 지워졌다면 그 자체가 팩트잖아요. 근데 분명히 어떤 녹음 파일이 있었거든요. (기자와 검사장의) 두 핸드폰을 확인해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확인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널리즘 토크쇼 J 채널A MBC 검언유착 취재윤리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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