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은 LG 트윈스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해로 26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많은 LG팬들이 잊지 못하고 있다. 유지현, 김재현, 서용빈으로 이어지는 최강의 '신인 3인방'과 49승을 합작한 이상훈, 김태원, 정삼흠으로 구성된 선발 트리오, 그리고 '노송' 김용수가 지킨 뒷문까지. 당시 LG의 전력은 공·수·주에서 어느 하나 약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완벽했다.

그리고 그 시절 LG의 전력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한 또 한 명의 투수가 있었다. 쟁쟁한 선배 투수들과 '신인 3인방'에 가려 크게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LG의 4선발로 활약하며 두 자리 승수와 124.2이닝을 책임졌던 루키 인현배였다. 특히 인현배는 1994년 6월 17일 해태타이거즈전에서 불세출의 투수 선동열과 맞대결을 펼쳐 완봉승을 거두는 엄청난 이변을 일으키기도 했다(하지만 인현배의 불꽃은 1994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처럼 한 구단이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주력 선수들 외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신예선수들의 '깜짝활약'이 필요하다. 작년 시즌 정규리그 3위에 올랐던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며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LG에게 '비밀병기'의 활약이 필요한 이유다. 올 시즌 LG의 류중일 감독은 투타의 히든카드로 강속구 투수 이상규와 작년 질롱코리아에서 맹활약한 홍창기를 대기 시켜 놓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LG 트윈스의 자체 청백전이 열리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LG 트윈스의 자체 청백전이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현역 복무 후 구속 10km 상승, LG의 미스테리 우완

1군 경력이라고는 작년 1경기에 등판해 세 타자를 상대로 볼넷 하나와 몸 맞는 공 하나를 기록하며 아웃카운트 하나를 간신히 잡은 게 전부다. 그렇다고 드래프트 상위 지명을 받고 입단한 특급 유망주 출신도 아니다. 185cm의 좋은 신장을 가지고 있지만 77kg의 마른 체형으로 듬직한 체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프로 6년 차를 맞은 이상규는 올 시즌을 앞두고 LG 마운드 최고의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다.

2015년부터 프로생활을 시작한 이상규는 루키 시즌 한 번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한 채 퓨처스리그에서도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2.46으로 부진했다. 이상규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일찍 병역의무를 마치려고 했지만 군경팀에 들어가기엔 실적이 너무 부족했다. 결국 이상규는 현역으로 입대해 의무 경찰로 복무하며 청와대 경호팀에서 근무했다. 야구와 떨어져 있던 2년 동안 야구 이론을 많이 공부하며 복귀를 기다렸다.

이상규는 2018년에도 퓨처스리그에서만 활약했지만 31경기에 등판해 4홀드를 기록하며 프로무대에서 감을 익혔다. 첫 1군 스프링캠프와 1군 데뷔를 이룬 작년 시즌에는 퓨처스리그 14경기에서 2승1패1홀드3.62로 의미 있는 성적을 올렸다. 그리고 작년에 이어 올해도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이상규는 호주와 오키나와로 이어진 스프링캠프에서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며 류중일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사실 이상규는 프로 입단 당시만 해도 시속 140km를 넘기기 쉽지 않던 평범한 투수였다. 하지만 현역 복무를 하면서 야구에 대한 공부를 통해 훈련방법에 변화를 줬고 전역 후 꾸준한 훈련을 통해 구속향상에 성공했다. 작년 퓨처스리그에서 시속 140km 중반의 공을 뿌리기 시작한 이상규는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시속 150km를 돌파하며 단숨에 LG마운드의 비밀병기로 떠오른 것이다. 

이상규는 지난 3월 3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시속 147km의 빠른 공으로 이형종, 김현수, 채은성 등 간판타자들이 포함된 백팀 타선을 3이닝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물론 아직 1군 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은 신예 투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5선발이 유력한 임찬규가 청백전에서 부진하며 흔들리는 가운데 신예 이상규는 류중일 감독이 고려할 수 있는 마운드의 신선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질롱코리아에서 돋보인 활약, 1군에서는?

190cm 94kg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우투좌타의 외야수 홍창기는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3라운드(전체27순위) 지명을 받고 LG에 입단했다. 홍창기는 건국대 시절 대학야구에서 알아주는 호타준족의 강타자였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에는 채은성, 이병규(롯데 자이언츠), 김용의 같은 선배들에 가려 1군에서 단 3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고 시즌 후 곧바로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홍창기는 경찰 야구단에 입대하자마자 곧바로 퓨처스리그를 폭격했다. 2017년 타율 .401 13홈런82타점73득점8도루의 성적으로 퓨처스리그 역대 7번째로 4할 타율을 달성한 것이다. 아직 1군에서 아무런 실적이 없는 흔한 유망주에 불과했던 홍창기는 퓨처스리그 4할 달성으로 단숨에 LG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KBO리그 역대 최다안타 기록(2439개)을 세운 '레전드' 박용택의 뒤를 이을 호타준족 외야수 후보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홍창기는 2018년 9월 전역 후 12경기에서 18타수 3안타(타율 .167)에 그쳤고 23경기에 출전했던 작년 시즌에도 홈런은커녕 단 하나의 타점도 기록하지 못하면서 .250의 평범한 타율을 기록했다. 2018년 1할대의 낮은 타율에도 출루율 4할을 기록했던 것과 작년 시즌 100%의 확률로 3개의 도루를 기록한 것이 홍창기에게서 발견한 의외의 장점들이었다(물론 타자에게 선구안과 주력은 매우 중요한 장점이다).

프로 4년 동안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한 홍창기는 시즌 후 경험을 쌓기 위해 출전한 질롱코리아 파견(?)을 통해 다시금 특급 유망주의 지위를 회복했다. 홍창기는 질롱코리아의 중심타자로 활약하며 37경기에서 타율 .333 3홈런21타점29득점OPS(출루율+장타율) .960으로 맹활약했다. 각 구단의 유망주들이 모여 있던 질롱코리아에서 홍창기의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홍창기는 시즌 개막이 늦어지면서 다른 구단으로부터 많은 트레이드 제안을 받았지만 차명석 단장은 일찌감치 홍창기를 '트레이드 불가선수'로 못 박았다. 그만큼 LG의 미래를 이끌어 갈 선수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과연 홍창기는 차명석 단장의 예측대로 LG의 간판스타로 성장할 수 있을까. 우선 대타요원과 백업 외야수로 1군 진입을 노리고 있는 홍창기의 올 시즌 성적을 보면 이에 대한 해답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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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LG 트윈스 이상규 홍창기 비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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