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삼성 썬더스 감독

이상민 삼성 썬더스 감독 ⓒ 삼성 썬더스


프로농구 2019~2020시즌이 일찍 막을 내리면서 계약이 만료된 프로농구 감독들의 거취가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시즌을 끝으로 기존 구단과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었던 감독만 무려 6명에 이른다.

이중 추일승 고양 오리온 전 감독은 지난 2월 성적부진으로 자진사임하며 가장 먼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오리온은 김병철 감독대행의 정식 감독 승격 가능성이 유력하다. 시즌이 끝난 후인 지난 9일에는 현주엽 창원 LG 감독이 사의를 표했다.

남은 것은 이상범 원주 DB 감독, 유도훈 인천 전자랜드 감독,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 그리고 이상민 서울 삼성 감독이다. 이중 올시즌 DB를 정규리그 1위로 이끈 이상범 감독이나, 현 소속팀에서 10년 이상 지휘봉을 잡으며 프로농구를 대표하고 있는 '장수 사령탑' 유재학, 유도훈 감독의 입지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기존 소속팀과 재계약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물론이고, 설사 시장에 나온다고 해도 사령탑 공석이 늘어나면 검증된 감독을 원하는 여러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유일하게 상황이 애매한 것은 바로 이상민 감독이다.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으로 꼽히는 이상민은 삼성에서 현역 은퇴 후 코치를 거쳐 2014년부터 사령탑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구단 역사상 최악 성적으로 꼴찌만 2번 기록

특급 포인트가드 출신인 이상민 감독은 현역 시절 뛰어난 기량과 승부근성, 후배들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두루 갖춰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 군림했다. 농구대잔치 세대를 대표하는 숱한 스타플레이어 중에서도 '감독이 되어서도 반드시 성공할 만한 선수'로 가장 자주 이름이 거론되곤 했다. 삼성은 2007년 보상선수로 현역 말년에 영입되어 'KCC맨'이미지가 강하던 이상민을 프랜차이즈스타 못지않게 예우했고 은퇴와 코치 보장에 이어 감독 자리까지 맡기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이상민 감독이 삼성에서 올린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2016~2017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기록하며 최고 성적을 기록했으나 당시 라건아(현 KCC)와 문태영 등 모비스의 챔프전 3연패를 이끌었던 호화멤버를 그대로 데려오고도 우승 한 번 차지하지 못한 것은 두고 두고 아쉬움으로 남았다. 

6시즌 동안 플레이오프 진출은 2회 뿐이었고 구단 역사상 최악의 성적으로 꼴찌만 2번(2014-15, 2018-19시즌 11승 43패)이나 기록했다. 첫 번째 재계약 이후로 최근 3시즌 동안은 7위-10위-7위를 기록하며 줄곧 하위권을 전전했다. 라건아가 떠난 이후 팀의 체질개선과 세대교체라는 과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기록만 놓고 봤을 때는 절대 재계약을 언급하기 어려운 성적이다. 물론 멤버가 좋았을때는 그럭저럭 성적을 내기도 했지만, 전술적 임기응변이나 위기관리, 외국인 선수활용, 선수육성 능력 등 감독으로서의 종합적인 평가는 현역 시절에 받았던 기대치에 비하면 크게 못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민 감독이 삼성에서 한번 더 기회를 얻게 된다면 명분은 대략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는 이상민 감독이 가지고 있는 여전한 '스타성'이다. 지도자로 나선 이후 평가가 낮아지긴 했지만, 이상민 감독은 여전히 한국 농구의 아이콘이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 데다 많은 농구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현역에서 은퇴한 지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선수보다 이상민 감독을 응원하기 위하여 삼성의 홈경기를 찾는 팬들도 적지 않다. 구단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가치다.

둘째는 이상민 감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다. 최근 3년간 팀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선수단 장악과 전술능력은 부임 초기와 비교하면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올 시즌에는 다소 기복은 있었지만 객관적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 속에서도 시즌이 중단되기 전까지 6강 경쟁의 희망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프로농구의 대표적인 명장으로 꼽히던 유재학 감독도 감독 데뷔 이후 프로무대에서 첫 우승을 달성하기까지 9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꼴찌를 먼저 경험하는 수모도 당했다. 감독도 어느 정도 다양한 경험이 쌓여야 숙성되는 것이 사실이다.

삼성구단, 어떤 선택 내릴까

마지막으로 이상민 감독을 포기하면 '마땅한 대안'이 있는가하는 고민이다. 사실 이 부분은 최근 삼성이나 프로농구계의 구조적인 문제와 맞물려 있다. 삼성은 한때 프로스포츠를 대표하는 명문이자 부자 구단이었지만 최근에는 축구나 야구에서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가 아니다.

이상민 감독을 포기한다면 단지 감독교체만 아니라 그에 걸맞은 대대적인 팀의 체질 개선이 이루어져야하는데, 최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리그마저 중단되며 스포츠시장의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삼성이 그 정도의 모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또한 유재학이나 유도훈같은 거물급 감독이 기존 구단과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시장에 나오는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프로농구계의 감독 인재풀이 넓은 상황도 아니다.

굳이 팀 내부에서 대안을 찾는다면 이상민보다 프랜차이즈스타에 더 가까운 이규섭 코치같은 인물이 있긴 하다. 허재, 전창진, 이상민같은 감독들은 모두 지금의 이규섭 코치보다 젊은 나이에 첫 감독을 맡았다. 하지만 이규섭 코치 역시 지도자 경험이나 스타성 등 모든 면에서 이상민 감독보다 낫다는 보장도 없다. 최근 현주엽-조동현 등 검증되지 않은 젊은 감독들을 '파격 선임'했던 구단들의 성적표가 그리 좋았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상민 감독이 스타 출신 감독의 또다른 실패 사례로 남게될지, 아니면 유재학 감독처럼 대기만성의 사례로 거듭날 수 있을지, 운명을 거머쥔 삼성 구단이 내릴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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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감독 서울삼성 스타출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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