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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들썩이는 이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코로나19,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코로나19 사태 한가운데 놓인 보건의료노동자의 목소리를 알리고자 합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코로나19 일일 상황보고 체계를 통해 개별 의료기관의 문제를 중앙에서 취합하고, 지방의료원지부, 특수목적 공공병원지부 등 의료기관 특성별 간담회를 가지며 현장 고충을 한데 모아 제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현장의 목소리'에 등장하는 인터뷰는 모두 보건의료노조 산하 지부의 노동자들의 목소리임을 밝힙니다. [편집자말]
 코로나19 확진자 병실을 준비하는 보건의료노동자들. 음압기와 침대 등을 설치하는 모습이다.
 코로나19 확진자 병실을 준비하는 보건의료노동자들. 음압기와 침대 등을 설치하는 모습이다.
ⓒ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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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인 저를 잘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 코로나19 확진자가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 나오는 말이다. 이 환자는 병상에서 영상을 찍고 편집할 수 있을 정도로 경증이다. 그러나 그는 "심장이 머리에 있는 느낌"이라며 두통을 호소하고 미각과 후각이 상실돼 음식을 먹어도 아무 맛이 안 나는 등의 증상을 설명했다.

경증환자의 경우 신체적인 증상보다 격리 생활로 인한 심리적 고통이 더 클 수 있다. 1인실에 격리된 경우 음성이 나올 때까지 혼자 생활해야 하고, 창문도 열 수 없는 음압 병상에서 종일 음압기 소음을 들어야 한다. 대부분의 '코로나19 감염병 전담병원'(이하 전담병원)은 환자 상태 확인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병실 내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했다.

상태 확인과 식사 제공을 위해 몇 차례 들어오는 의료진마저 '우주복' 같은 보호복을 입고 있어 소통이 어렵고 의사전달은 주로 전화로 해야 한다. 확진자에 대한 비난이나 기피 여론, 주변에 폐를 끼쳤다는 심리로 인한 위축감도 작용할 수 있다.

하루 이틀이면 괜찮겠지만, 때에 따라서는 증상이 없는 상태로 30일 넘게 버텨야 한다. 환자들은 한 주에 한 번씩 하는 검사에 한껏 기대했다가 양성 결과에 실망하는 과정을 몇 번이나 겪고 "초조하고 앞이 깜깜한 막막함"에 무너져 울기도 한다.

격리 상태인 환자들의 악화된 심리 상태를 돌보기 위해 의료진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담병원으로 지정되어 70여 명의 확진자를 돌보고 있는 A병원의 한 간호사는 "확진자들이 무력감과 우울감을 많이 호소하고 있다"며 "환자 통제가 안 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전담병원의 간호사는 "문조차 열 수 없는 작은 병실 안에서 생활하는 환자분들의 답답하고 속상한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근무 중 갑자기 폭언을 들으면 '내가 감정 쓰레기통이 되려고 여기 서 있나?'라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며 "자존감이 떨어져 혼자 숙소에 돌아가 눈물을 흘리고 잠이 들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의료인들
 
 2019 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의 78.8%가 폭언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2019 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의 78.8%가 폭언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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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이 아닐 때도 의료기관 내 폭언·폭행 사건은 비일비재했다. 보건의료노동자 3만여 명이 참여한 '2019년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의 79%가 폭언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으며, 14.5%가 성폭력 사건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특히 '부당하거나 막무가내 요구로 업무수행에 어려움이 있다'는 노동자는 69.1%, 감정노동으로 인해 퇴근 후에도 힘든 감정이 남아있다는 응답은 80.2%에 달한다.

평소에도 이런데 코로나19 상황이라고 의료기관의 현실이 달라질 리가 없다. 특히 격리상황에서 모든 행동이 제약되는 감염병 환자를 돌보는 일은 평소와 다른 종류의 문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감염병이다 보니 환자가 원치 않아도 치료가 의무시 되지만 모든 환자가 이를 쉽게 납득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의 경우 환자가 체감하는 증상이 없어도 검사 결과가 양성일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없는데 가둬두면 어떻게 하냐"며 매일같이 나가게 해달라고 호소하거나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항의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내가 원해서 온 것도 아닌데 원하는 대로 못 하게 한다"며 식사와 반입 물품 제한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기도 한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본인 의사와 무관한 격리에 대한 불만으로 의료진을 신뢰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간호사를 전문적인 의료인으로 대우하지 않는 편견도 원활한 치료를 어렵게 만든다. 전담병원인 B병원의 간호사는 "앞으로 검사할 계획을 설명하니 왜 당장 PCR 검사를 안 해주냐며 간호사 말고 의사를 바꾸라고 소리쳤다"고 했다. C병원의 간호사는 "환자가 간호사를 못 믿겠으니 직접 검사 결과지를 가져와야지만 믿겠다고 화를 냈다"고 말했다.

환자들을 주로 대면하는 간호사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간호하고, 방호복을 입은 상태에서 확진자 병동과 화장실을 청소하는 등 기존 업무가 아닌 일도 도맡아 하지만 의료인으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환자들 우울감 간호사에 투사... 의료진 심리방역 대책 필요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지쳐서 쉬고 있다.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지쳐서 쉬고 있다.
ⓒ 보건의료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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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5일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코로나19 통합심리지원단'을 꾸리고 심리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확진자와 격리자 등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이들에게 '감염병 스트레스 마음 돌봄 안내서'와 '심리지원용품' 등을 배포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현재 일선 전담병원까지 이 내용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한 상태다. 보건의료노조에서 10개 전담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당 내용을 고지받거나 지원받은 곳은 한 곳밖에 없었다. 또한 국가트라우마지원센터에서 제공하는 컬러링북, 색연필 등이 담긴 심리지원용품은 재고가 없어 4월 중순에서 말경에나 신청접수가 가능한 상황이다.
      
의료진에 대한 심리 방역 대책도 필요하다. D병원 간호사는 "입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환자들이 실망과 불안, 분노와 우울감을 간호사에게 투사하여 간호사들이 마음의 상처를 안고 일을 한다"고 말했다. 숙소에서 생활하며 확진자를 돌보는 C병원 간호사는 "가족을 보고 싶은 그리움, 자유로운 사회생활이 어려운 조건에 마음이 외롭고 우울하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물론 힘을 주는 사람들도 많다. D병원 간호사는 "환자 자신도 힘들 텐데 '고생한다', '미안하다', '감사하다'며 마음을 표현해 주시는 분들도 계셔 말 한마디에 힘이 난다"며 "응원해주시는 크고 작은 마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E의료원 노동자는 "병원 앞에 (응원) 현수막이 걸리고 지원 물품이 매일 같이 온다"며 "초등학생들 편지부터 각종 간식까지 들어온다"는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장기전을 위해 환자와 의료진에 대한 마음 건강 살피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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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안태진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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