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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학원가를 중심으로 카페형 독서실('스터디카페')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기존의 엄근진(엄격·근엄·진지) 분위기라면, 그보다 밝고 개방된 분위기의 학습 공간이 성인뿐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동네마다 새로 오픈했다는 스터디카페 홍보에는 화려한 인테리어 사진이 대부분이라 시선을 사로잡기는 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이용할 때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할 지에 대한 정보들은 생각보다 부실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스터디카페를 직접 탐사 취재하기 위해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을 발표한 지난 31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를 찾았다. 
 
코로나19에도 대치동 일부 스터디카페는 오전부터 학생들이 결제 줄을 설 정도로 문정성시를 이루고 있다.
 코로나19에도 대치동 일부 스터디카페는 오전부터 학생들이 결제 줄을 설 정도로 문정성시를 이루고 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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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도 줄 서서 들어가는 대치동 학원가 스터디카페

대로변과 골목 곳곳을 장악한 학원 빌딩, 그 인근에 즐비한 스터디카페는 대치동에만 족히 20군데 이상 영업 중이었다. 학원가 스터디카페는 주로 학원 수업을 마치고 또는 다른 학원으로 이동 전에 이용되니 특히 학원과는 공생 관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는 대치동에만 최대 6호점까지 분점을 낼 정도로 대치동 스터디카페는 호황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지만, 대치동 일부 스터디카페는 오전 시간부터 결제 후 입장하기 위해 학생들이 줄을 설 정도로 성업 중이었다.

스터디카페 대부분이 지하에 입지해서 환기나 대피시설 갖추기에는 취약해
 
스터디카페는 주로 건물 지하에 위치해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곳들이 많다.
 스터디카페는 주로 건물 지하에 위치해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곳들이 많다.
ⓒ 밤비(lovekhk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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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한 대부분의 대치동 스터디카페는 학원가 건물 지하에 위치해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곳들이 많았다. 지하는 지상보다 임대료가 저렴하고 조용하게 독립된 공간을 꾸릴 수 있어 업주에게는 분명한 장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하층은 환기나 대피시설을 갖추기에는 지상층보다 여의치 않다. 그래서 화재와 같은 상황에서 위험하기 때문에 현행 학원법은 학원이나 독서실의 지하 입지를 금하고 있다. 그러나 스터디카페는 학원법 대상이 아니라 이러한 지하 입지가 현행법상 규제가 안 되고 있다. 요즘 같은 코로나 국면에서는 잦은 실내 환기도 중요한데, 지하 스터디카페는 그 점에서도 취약해보였다.

키오스크, CCTV로 완전한 무인운영 방식
 
스터디카페 출입문 앞에있는 키오스크 기계. 이곳에서 먼저 결제를 해야 입장할 수 있다.
 스터디카페 출입문 앞에있는 키오스크 기계. 이곳에서 먼저 결제를 해야 입장할 수 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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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카페 출입문 목전에는 CCTV 아래 사물함과 키오스크 기계가 있었다. 이곳에서 먼저 결제를 해야 스터디카페로 입장할 수 있는 무인 운영 방식이다. 개인정보(이름,전화번호)를 입력하고 결제한 다음 핸드폰으로 전송되는 바코드를 태그하면 출입문이 열린다. 한 스터디카페는 개인정보에 부모님 전화번호를 선택적으로 입력하게 하기도 했다. 입력자에 한해 스터디카페 입퇴장 정보를 학부모에게 문자로 전송하기 위함이다. 스터디카페에 학원의 출석체크 기능이 접목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2시간에 4천원선...시간권으로 이용 가능해 편리

스터디카페의 요금제는 다양했다. 카페처럼 잠깐 이용하려면 시간권을, 일정 기간 이용하려면 기간권 이용도 가능했다. 지역마다, 업체별로 이용 요금은 다른데 대치동에서 2시간권은 4천원선이었다. 기간권을 구매해도 독서실처럼 고정 좌석을 얻는 것은 아니다. 매번 입장할 때마다 이용할 좌석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대치동 스터디카페들의 이용 요금표. 기간권을 4주(28일 또는 29일)로 정해 학원법 적용 기준(30일 이상)을 피했다.
 대치동 스터디카페들의 이용 요금표. 기간권을 4주(28일 또는 29일)로 정해 학원법 적용 기준(30일 이상)을 피했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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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점은 기간권의 이용 일자가 1달(30일)이 아닌 4주(28일 또는 29일)로 되어 있었다. 통상 '1달(30일)' 단위로 되어있는 독서실과 다른 점이다. 1달 단위면 매월 정해진 일자마다 결제하면 되는데, 4주 단위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결제일이 헷갈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결제 단위를 이렇게 해놓은 이유는 학원법의 적용을 피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학원법상 '30일 이상' 학습장소로 제공되는 시설은 독서실로 등록해야 하니, 스터디카페들은 30일 미만의 요금제까지만 만들어 학원법 적용을 피하는 것이다. 

학원법상 환불 규정 적용 안 받아 소비자 피해 우려돼

보다 더 심각한 소비자 피해는 바로 환불 문제이다. 지난달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스터디카페의 학원법 미적용 문제에 대한 보도자료를 발표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시민으로부터 스터디카페에서 4주권을 결제하고서 취업이 돼 당일에 환불을 요청했으나 거부를 당했다며 구제 절차에 대한 문의가 들어왔다. 
 
스터디카페는 학원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서 명확한 환불 규정이 없어 환불 분쟁이 발생하기 쉽다. 사진은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접수된 스터디카페의 환불 거부 관련 문의.
 스터디카페는 학원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서 명확한 환불 규정이 없어 환불 분쟁이 발생하기 쉽다. 사진은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접수된 스터디카페의 환불 거부 관련 문의.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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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스터디카페가 독서실처럼 학원법에 적용됐다면 이런 문제는 아마도 발생하지 않았을 거다. 학원법상 한 달 기준으로 환불 비율이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터디카페는 학원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서 이용 도중 취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환불 분쟁이 일어나기 쉽다. 환불 규정도 없는데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곳이 대부분이라 환불 절차도 번거로우니 소비자가 고스란히 금전적 피해를 입기 쉬운 상황인 것이다.

마스크 착용 관리하거나 스터디룸 출입 통제 안해... 코로나19 감염 예방책 미비

바코드를 찍고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봤다. 카페같은 은은한 조명 아래 칸막이된 책상을 앞에 두고 고등학생, 대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여럿 앉아있었다. 인테리어는 기존의 어둑한 칸막이 독서실에 비하면 밝고, 넓고, 개방적이고, 고급스럽다. 인테리어 분위기는 카페와 비슷했지만, 배경음악이 흘러나오거나 식음료를 만드는 소리 같은 소음은 없었다. 기존 독서실과 같이 엄격하고 근엄한 분위기는 아니더라도, 카페에 비하면 분명 진지한 학습 공간이었다.
 
스터디카페는 키오스크로 결제하면 알림톡으로 좌석번호, 이용 시간, 바코드를 알려준다.
 스터디카페는 키오스크로 결제하면 알림톡으로 좌석번호, 이용 시간, 바코드를 알려준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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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전 결제한 좌석에 가보니, 한 학생이 이미 자리에 앉아 인강을 듣고 있었다. 좌석을 잘못 찾았나싶어 재차 좌석 번호를 확인해봐도, 틀림 없이 결제한 그 자리가 맞았다. 소리를 내기에는 어려운 분위기이니 허리를 숙여 결제한 좌석 번호표를 보여주며 자리를 치워달라는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아마도 관리자가 상주했더라면 관리자를 통해서 해결했을 상황이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스터디카페가 무인으로 운영되므로 이전 시간 이용자의 좌석 정리 또는 무단 이용자 문제, 정숙 분위기 문제 등에서 소비자 입장에서 다소 불편한 상황이 생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 블로그 등을 통해서도 스터디카페에서 이와 같은 상황을 경험했다는 글은 쉽게 발견되었다.
  
무인 스터디카페의 좌석 관리 미흡 문제에 대한 불만 글
 무인 스터디카페의 좌석 관리 미흡 문제에 대한 불만 글
ⓒ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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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카페를 찾은 날은 코로나19로 학교가 휴업 중인 기간이라 특히 고교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여럿 보였다. 그러나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고, 무인 운영 시스템이라 방역을 관리할 만한 상주 직원도 보이지 않았다. 손으로 터치하는 키오스크 결제 방식인 점, 여러 학생들이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칸막이조차 없는 넓은 책상을 갖추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스터디카페에 감염의 위험요소들은 적지 않아 보였다.

특히 대부분의 스터디카페마다 밀폐된 방 구조의 스터디룸들을 갖추고 있는데,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스터디룸 이용을 제한하는 곳은 그 어느 곳도 없었다. 손소독젤을 구비해놓은 것 이외에 사람이 관리하거나 감염 공간을 통제하는 적극적인 바이러스 예방책은 미비했다.

청소년도 24시간 출입 가능해... 무인 심야영업에 청소년 안전은 무방비상태

스터디카페 입장에는 나이도 시간도 제한이 없었다. 좌석 예약과 결제를 맡은 키오스크 기기만 두고 무인으로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니 클릭만 할 줄 안다면 남녀노소 누구나 언제든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대치동 스터디카페는 학원가 주변이라 이용객 대부분이 학생들인데, 이들에게도 24시간 내내, 심야에도 얼마든지 이용이 자유로운 것이다.

PC방, 노래방, 찜질방 같은 청소년 놀이 공간도 밤 10시가 넘으면 보호자 동반 없는 출입이 금지돼있다. 학원과 독서실도 학교수업과 건강을 위해 심야 영업이 제약되고 있다. 그런데 무인으로 운영되는 스터디카페에 청소년 심야 영업이 제약받지 않는 건 참으로 모순적이다. 주변 학원에서 영업 제한시간 이후에 스터디카페로 장소만 옮겨 심야교습을 이어가는 것이 너무 쉬울 것이다. 안전도 문제다. 아무리 CCTV가 곳곳에 깔려 있더라도 관리하는 사람이 없고 창이 없는 지하인 곳이라면 더욱 범죄 등의 위험에 노출되기 쉬워보였다. 다른 교육기관들이 적용받고 있는 성범죄자의 취업제한 규정도 스터디카페는 적용받고 있지 않은 것도 안전에 커다란 우려점이다. 

영업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건 청소년들의 안전과 건강한 학습권 아닐까. 청소년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스터디카페에 독서실과 같은 학원법 적용이 시급하다. 

태그:#스터디카페, #학원법, #사각지대, #대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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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입시경쟁과 사교육 고통을 해결하는 대중운동입니다. 대표 사업으로는 출신학교차별금지법 제정운동, 영유아인권법 제정운동, 대학서열해소, 학부모교육사업인 등대지기학교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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