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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2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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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4일 오전 11시 3분]

그동안 제주 4.3사건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유해발굴사업 완수와 정부 차원의 배·보상,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을 약속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히 정부 차원의 배·보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4.3 특별법 개정안' 처리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주에서 열린 제주 4.3사건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제주 4.3은 법에 의한 배·보상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4.3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다"라고 4.3 특별법 개정안의 신속한 처리를 정치권과 국회에 호소했다.

앞서 제주 4.3사건 71주년 때(2019년)에는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완전한 진상규명과 희생자에 대한 배상·보상,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립 등을 언급하며 "대통령으로서 끝까지 챙기겠다"라고 다짐했다(관련 기사 : 제주 4.3사건 71주년... 문재인 대통령 "끝까지 챙기겠다").

지난 2018년에는 제주 4.3사건 70주년 추념식에 직접 참석해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유해발굴사업 완수, 정부 차원의 배·보상,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을 약속한 바 있다(관련 기사 :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 4.3... 완전한 해결 약속한다").

"진실은 정의를 만날 때 비로소 화해와 상생으로 연결"

"제주의 깊은 슬픔"이 들어간 문장으로 시작한 추념사에서 문 대통령은 "4.3의 해결은 결코 정치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제적으로 확립된 보편적 기준에 따라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고 치유해 나가는 '정의와 화해'의 길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진실은 용서와 화해의 토대다"라며 "진실은 이념의 적대가 낳은 상처를 치유하는 힘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3월 16년 만에 '추가진상보고서' 제1권이 발간된 것,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제주 4.3사건이 '국가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이었음을 명시하고 진압과정에서 국가의 폭력적 수단이 동원됐음을 기술한 것 등을 언급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진실은 정의를 만날 때 비로소 화해와 상생으로 연결된다"라며 "진실을 역사적인 정의뿐 아니라 법적인 정의로도 구현하는 것이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4.3의 완전한 해결의 기반이 되는 배상과 보상 문제를 포함한 '4.3 특별법 개정'이 여전히 국회에 머물러 있다"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제주4.3은 개별소송으로 일부 배상을 받거나, 정부의 의료지원금과 생활지원금을 지급받는 것에 머물고 있을 뿐 법에 의한 배·보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더딘 발걸음에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참으로 무겁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너무 오래된 정의는 거부된 정의"라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을 인용한 뒤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생존해 있을 때 기본적 정의로서의 실질적 배상과 보상이 실현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라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권과 국회에도 '4.3특별법 개정'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다"라며 "입법을 위한 노력과 함께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신속하게 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지난날 제주가 꾸었던 꿈이 지금 우리의 꿈"

또한 문 대통령은 "4.3희생자·유족 추가신고 사업 재개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한 4.3 희생자를 최초로 인정한 사례(송정순씨) 등을 언급하며 거듭 정부의 지원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단 한 명의 희생자도 신고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추가 신고의 기회를 드리고 희생자들의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유해발굴과 유전자 감식에 대한 지원도 계속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4월부터 시범운영되는 '4.3트라우마센터'를 언급하면서 "제주도민들이 마음 속 응어리와 멍에를 떨쳐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며 "관련 법률이 입법화되면 국립트라우마센터로 승격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라고 약속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4.3은 과거이면서 우리의 미래다"라며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노력은 4.3 그날부터 시작되었다. 지난날 제주가 꾸었던 꿈이 지금 우리의 꿈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동백꽃 지듯 슬픔은 계속되었지만 슬픔을 견뎠기에 오늘이 있다"라며 "아직은 슬픔을 잊자고 말하지 않겠다, 슬픔 속에서 제주가 꿈꾸었던 내일을 함께 열자"라고 호소했다.

추념사 앞부분에서도 "4.3은 제주의 깊은 슬픔이다, 제주만의 슬픔이 아니라, 대한민국 현대사의 큰 아픔이다"라며 "제주는 해방을 넘어 진정한 독립을 꿈꿨고, 분단을 넘어 평화와 통일을 열망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금 평화와 통일을 꿈꾸고, 화해하고 통합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제주의 슬픔에 동참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은 "제주 4.3이라는 원점으로 돌아가 그날, 그 학살의 현장에서 무엇이 날조되고, 무엇이 우리에게 굴레를 씌우고, 또 무엇이 제주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라고 '완전한 진상규명'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그렇게 우리의 현대사를 다시 시작할 때 제주의 아픔은 진정으로 치유되고 지난 72년, 우리를 괴롭혀왔던 반목과 갈등에 자유로울 수 있다"라며 "평화를 위해 동백꽃처럼 쓰러져간 제주가 평화를 완성하는 제주로 부활하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추념식에는 송승문 제주 4.3 희생자 유족회장, 양조훈 4.3 평화재단 이사장, 양춘자 고 양지홍 희생자 유족(딸), 김대호 고 양지홍 희생자 유족(증손자) 등 60여 명의 유족과 유관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치권과 정부·지자체에서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장정숙 민생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추미애 법무부 장관, 원희룡 제주지사가 참석했다. 다만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김정화 민생당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태그:#72주년 제주 4.3사건 추념식, #문재인, #4.3특별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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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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