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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 게 아니라 아직 못 이긴 거야."
"여기서 막을 내려도, 끝이 아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또 다른 길을 열어갈 것이다."


'경남학생인권조례'를 만들기 위해 나섰던 청소년들이 결국 '실패'로 끝났지만 '용기'를 잃지 않고 있다. 청소년들은 "이기는 날까지, 이제는 청소년들의 삶이 괜찮다 말할 수 있는 그날까지 그 몫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조례만드는청소년'이 2일 오전 경남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해산 선언'을 했다. 청소년들은 2018년 9월 "우리의 권리를 찾겠다"며 모였다.

경남도교육청이 제출했던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은 경남도의회 상임위원회(교육)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경남도의회는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이지만 당론으로 학생인권조례안를 채택하지 않았고, 개별 의원들이 판단했다.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심의 때 민주당 소속 원성일(창원)‧장규석(진주) 의원이 옛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의원들과 같이 '반대표'를 던져 조례안은 부결되었다.

조례안은 경남도의회 본회의에 '직권상정'되지 않았고, 결국 2019년 7월 19일 자동폐기되었다.

청소년들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다. 청소년들은 "다시 한번 청소년인권"이란 제목으로 청소년인권문화제를 열기도 했고, 연대단체들과 함께 '범도민대회'를 열기도 했다.

또 청소년들은 '촛불시민연대'와 함께 1만명의 서명을 받아 경남도의회에 제출하기도 했고, 경남도의회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경남도의회 상임위원회에서 조례안이 부결된 뒤, 조례만드는청소년은 진주와 창원에서 각각 장규석‧원성일 의원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2018년 9월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결성되었던 '조례만드는청소년'이 4월 2일 경남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해산'을 선언했다.
 2018년 9월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결성되었던 "조례만드는청소년"이 4월 2일 경남도교육청 현관 앞에서 "해산"을 선언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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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

활동명 '해별'은 이날 "이후에도 활동을 계속 하고자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청소년 운동의 역사를 보면 3년을 주기로 나타났다 없어졌다를 반복한다고 한다"며 "그만큼 청소년 운동은 오래, 꾸준히 버텨내기 힘들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비록 조례만드는청소년은 끝났지만 저희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또 다른 길을 열어갈 것"이라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야기하고, 행동하면서 더 나은 길을 찾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활동명 '정현'은 "조례만드는청소년을 처음 만난 것은 횡단보도 가로등에 덕지덕지 붙여져 있는 포스터였다. 학생이라는 말 뒤에 인권이라는 말이 붙어있었다"며 "그 단어부터 충격적이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인권에서는 배제된 것이 학생인 듯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의 사전적 정의, 인권의 역사처럼 투박한 것들만 달달 외우며 인권에 대해 아는 줄 알았다. 이 정도면 잘 아는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이 세상이 꽤 살만한 곳이며 적어도 나는 인권침해를 당한 적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학생에 인권이라는 단어를 붙여보니 당장에 나부터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었다. 눈뜨고 코 베인 기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정현'은 "결국 '경남학생인권조례'는 제정되지 못하였다. 소식을 들었을 때 그곳은 눈물바다였다. 저 또한 울었고, 마음이 아팠다"며 "많은 이유와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들 중 누구 하나 떳떳하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잘 싸웠고,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그는 "아직 바꿔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이 보인다. 앞으로도 지금, 여기, 당장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움직일 것이다. 이번 운동을 통해 많은 걸 배우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했다.

"원래 있어야 할 우리의 권리 찾기"

조례만드는청소년은 해산선언문을 통해 해산선언문을 통해 "사람들이 이제 학생인권 괜찮지 않냐 묻는다. 그러나 학교는 여전히 괜찮지 않다. 여전히 학교는 폭력과 모욕의 공간이고, 학생과 청소년은 같은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스무 살이 된 후에, 또는 성공한 후에 인간다운 대접 받는 것이 아닌 '지금', '여기서' 바꾸기 위해 모였다"며 "학생인권조례를 제정을 통해 원래 있어야 할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모였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청소년인권의 보장이라는 큰 목표를 가지고 탄생했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을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한정한 임시적인 단체였기에 조직을 해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앞으로의 활동을 어떤 지역에서, 어떤 형태로, 어떤 조직으로 할지에 대해 논의 중에 있다"며 "우리는 2월과 3월 동안 해산 절차를 밟았고, 조례만드는청소년의 남은 자산은 이후 활동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어받기로 했다"고 했다.

조례만드는청소년은 "비록 이번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은 실패했지만, 우리는 진 게 아니라 아직 못 이긴 것일 뿐"이라며 "새롭게 모인 사람들과, 우리가 함께한 값진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어떻게 활동해 나갈지는 남은 사람들의 몫"이라고 했다.

태그:#학생인권조례, #경남도의회, #경남도교육청, #조례만드는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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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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