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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청 재난상황실에서 코로나19 대응 시장·군수 영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청 재난상황실에서 코로나19 대응 시장·군수 영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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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기본소득의 시대다. 남의 나라 예기로만 치부되던 기본소득이 빛의 속도로 제도화되기 시작한 건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역병 탓이 크다. 하지만 이재명이라는 유력정치인이 기본소득의 전도사 역할을 꾸준히 하지 않았다면 기본소득이 현실화되는 타이밍은 좀 더 늦춰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중앙정부에서 하위 70%의 가구에 집행하기로 결정한 긴급지원금은 학자들이 말하는 기본소득과는 거리가 있다. 심지어 기본소득의 전도사 이재명 지사가 집행을 결정한 경기도재난기본소득 같은 경우만 해도 기본소득의 요건을 완전히 충족시키지는 않는다. 

본디 학계에서 정립한 기본소득의 정의는 개인 단위로(개별성), 모두에게(보편성), 정기적으로(정기성), 자산 심사나 근로 요건 없이(무조건성), 현금으로(현금성) 지급되는 급여다. 이 기준으로 봤을 때 문재인 정부의 긴급지원금은 말할 것도 없고 이재명 지사의 경기도재난기본소득도 기본소득의 학문적 정의와는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이재명 지사의 경기도재난기본소득은 전 도민들에게 무조건적으로 10만원씩 지급한다는 점에서는 기본소득에 정확히 부합하나 정기성과 현금성 원칙은 충족시키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긴급지원금과 이재명 지사의 경기도재난기본소득이 혁명적 의미를 지니는 건 기본소득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시민들에게 기본소득의 맛을 알게 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거대한 실험과 첨예한 논쟁의 선봉에 이재명 지사가 있다.

기본소득의 전도사 혹은 부동산공화국 혁파의 선봉장

대한민국 현역 정치인 가운데 기본소득의 제도화와 부동산공화국 혁파를 위한 투쟁에 가장 적극적인 정치인은 누굴까?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이재명 경기지사다. 이 지사는 2017년 대선 당시 민주당 예비경선에 참여해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를 주창한 바 있다.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는 전국 모든 토지를 과세대상으로 국세보유세 15조 가량을 걷은 후 이를 모든 시민들에게 기본소득으로 배당하는데, 배당의 형식은 현금이 아닌 지역상품권이다. 즉 '국토보유세 + 기본소득+ 지역상품권'의 3종 세트가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의 얼개다. 

이 지사가 제안한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는 대략 세 개의 정책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대거 환수하고 이를 통해 만악의 근원 부동산공화국을 혁파하겠다는 것이 하나고, 모든 시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해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함과 동시에 소비여력을 늘리겠다는 것이 다른 하나이며, 지역상품권을 지역에 투하시켜 벼랑에 내몰린 중소 영세상공인들을 구원하겠다는 것이 마지막 하나이다. 이 지사가 제안한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가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이 정책이 부동산공화국의 근간인 부동산 불로소득을 정확히 겨냥하며, 이 부동산불로소득을 기본소득의 주요재원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했다는 사실이다. 한 마디로 기본소득의 제도화와 부동산공화국 혁파를 연계시켜 두개의 전략적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인 것이다.

이 지사는 경기지사가 된 이후에도 기본소득의 제도화와 부동산공화국 혁파를 위한 장정을 부단히 하고 있다. 이 지사는 건설원가 공개, 표준시장단가 도입 대상 확대, 후분양제 도입, 공시가격 현실화 등을 계속 의제화하며 부동산공화국 혁파를 위해 광역자치장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이 지사는 개발이익도민환원제를 적극적으로 천명하는가 하면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줄기차게 설파했다. 

이재명 지사의 행보와 발언들을 따라가다 보면 부동산공화국 혁파에 대한 이 지사의 사유의 넓이가 계속 확장되어 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지사는 부동산 불로소득의 사유화가 부동산공화국의 핵심임을 간파하고 국토보유세를 통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공적으로 환수하려 했는데, 그러는 과정 중에 보유세의 과세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제도에 치명적 문제점이 있음을 깨닫고 공시가격 제도를 건드릴 생각을 한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이 지사는 특권과 부패의 대명사인 건설원가, 선분양제 등의 개혁에도 발빠르게 나서고 있는데, 이는 이 지사가 부동산공화국이 지닌 여러 얼굴들을 정확히 직시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기본소득을 세계최초로 제도화한 대한민국?

기본소득은 싫건 좋건 이미 우리 앞에 온 미래다.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나라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복지국가들마저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인한 좋은 일자리 감소에 신음중이다. 4차 산업혁명이 아직 본격화하기 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가까운 미래의 좋은 일자리 감소의 속도와 총량은 예측하기도 어렵다. 복지국가들의 복시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고용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으며, 따라서 고용의 양과 질이 빠르게 무너지면 이에 기반한 복지시스템도 붕괴된다. 기본소득이 공동체 유지에 긴절한 까닭이다.

만약 기본소득이 제도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가 사회를 덮치면 인공지능 등의 생산수단을 가진 소수의 부자들은 인류가 지금껏 본 적 없는 거부들이 될 것이지만, 가진 게 노동력 밖에 없는 압도적 다수의 시민들은 불안정노동자(Precariat)신세가 되거나 그마저도 못 구해 노숙인 처지로 전락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 갈등과 긴장은 최고도에 이르고 폭동과 소요가 끊이지 않게되며 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지배하는 정글로 추락할 것이다. 디스토피아가 펼쳐지는 것이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선택이 아닌 필수고, 이상이 아닌 현실이며, 미래가 아닌 현재다. 나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 최초로 기본소득을 제도화해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에 선도적으로 대응하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기본소득의 최우선적 재원은 만악의 근원이자 특권 중의 특권인 부동산불로소득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부동산불로소득을 주된 재원으로 하여 전국민 기본소득이 실현되는 전 세계최초의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온다. 

기본소득의 선구자이자 부동산공화국 혁파의 선봉장, 이재명 지사는 얼마 전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토지 공개념은 헌법에도 명시돼있는데, 토지에 대해서 세금을 일률적으로 내고 기본소득으로 배분하면 다수에게 이득이 될 것으로 본다. 저희가 약간의 설계를 거쳐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토지를 가진 95%에게는 오히려 이익이었다", "이제껏 우리는 '저 세금이 날 위해 쓰인다'라고 느낀 적이 없는데,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로 '세금을 내는 게 나한테 손해가 아니다'라는 경험을 처음으로 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 있다. 당장 입법은 어렵겠지만 공감대를 확대해나가면 그렇게 멀지 않은 시기 내에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기본소득의 본질과 효능감을 꿰뚫는 통찰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이재명 지사의 정치적 앞날을 예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본소득의 제도화와 부동산공화국 혁파를 위해 정면대결하는 이 지사의 분투는 그 자체로 의미가 클 뿐 아니라 여권 내 유력 정치인들에게 일종의 닻내림(anchoring)효과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참으로 귀하다. 기본소득의 전도사이자 부동산공화국 혁파의 선봉장, 이재명 지사의 모험을 계속 지켜봐야하는 이유다. 

태그:#이재명, #문재인, #기본소득, #경기도재난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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