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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 개학도 어려울 것 같아. 더 연기될 것 같아." (실제 정부는 4월 9일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부터 '온라인 개학'을 할 계획이라고 3월 31일 밝혔다. 이후 고등 1~2학년과 중등 1~2학년, 초등 4~6학년은 4월 16일, 초등 1~3학년은 20일 순으로 온라인 수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 편집자 말)

내 말을 듣더니, 딸아이는 그저 체념한 듯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몇 주 전과 비교했을 때 반응이 극과 극이다. 3주 전, 코로나19의 여파로 개학이 연기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 땅이 꺼지는 듯 실망했다. 이제는 적응한 걸까?

딸아이는 올해 고3이다. 지난 2월 셋째 주, 기숙사의 짐을 모두 뺐다. 거의 이삿짐 수준의 짐이 기숙사 방안에서 꾸역꾸역 나왔다. 산더미 같은 짐을 대충 날라와서 집 거실에 널브려 놓았다. 꼼꼼히 정리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일주일 후면 다시 기숙사로 돌아갈 테니까. 가족들 통행에 문제없을 정도로 대충 치워놓기만 했다.

하지만 그 일주일은 벌써 5주를 넘어 두 달에 접어들었다. 그때는 몰랐다. 일주일이 두 달이 될 줄을. 반 편성이 끝난 친구들과 서운함과 반가움을 서로 나누며, 손을 흔들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을 때만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질 줄 누가 상상조차 했으랴.

고3이 학교에 못 가면 벌어지는 일
 
 아이의 학습플래너에 써 있는 '개학 D-7'... 그 밑에 작은 글씨로 (과연...)이라고 적었다. 아이도 4월 6일 개학을 확신하지는 못했나 보다.
 아이의 학습플래너에 써 있는 "개학 D-7"... 그 밑에 작은 글씨로 (과연...)이라고 적었다. 아이도 4월 6일 개학을 확신하지는 못했나 보다.
ⓒ 안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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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가지 않는 고3 딸아이와 한 집에 있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식구들도 모두 조용조용 이야기하고, 살살 걷는다. 티브이도 안 보고, 가급적 공기 흐름을 어지럽게 하지 않으려 한다. 말로만 듣던 '고3 상전'을 지척에서 모시게 될 줄이야.

시간이 흐름에 따라 딸아이의 태도와 양상도 변해갔다. 2월 말, 처음 개학 연기 소식을 들었을 때는 약간의 당황과 어이없음, 황당함이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하긴. 그땐 모두 다 그랬다. 3월 첫째 주가 중반 즈음 지나고 다시 2주 연기 소식이 들려왔을 때는 초조해하고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중간고사는 어떻게 할 것이며, 수행평가는 어떻게 해야 하냐는 등. 모르는 문제도 많은데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냐며 안절부절못했다. 2002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팔자도 기구하다는 등 나중에는 운명론(?)까지 등장했다.

식구들은 그저 '다다음주에는 학교 갈 수 있을 거야'라는 근거없는 소리만 반복해야 했다.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나 역시 "위기를 기회로 삼아", "너만 힘든 건 아니야"라는 판에 박힌 소리만 했다. 내가 생각해도 별 도움이 안 되는 조언이었다.

아이는 기숙사에서 2년 가량 생활하며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래서 3월 초순까지만 해도 기숙사 생활에 맞춰, 기상도 하고 휴식을 취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늦잠과 낮잠, 휴식과 식사가 서로 혼재된 형태로 번갈아 가며 등장했다. 생활은 느슨해졌고 일상은 이것과 저것의 융합(?)이 되었다. 그리고 그 후에는 반드시 '자책'이 뒤따랐다.
  
아이는 독서실과 스터디카페도 가지 않고 도서관도 가지 않았다(도서관은 못 갔다고 표현하는 편이 맞다). 아이가 있을 곳은 오로지 집밖에 없었다. 친구도 만나지 않고, 정말 필요한 일이 아니면 외출도 하지 않았다. 나는 우스갯소리로 '진정으로 자가격리를 하는 사람은 너'라고 말해주었다.

나는 아침에 식사를 함께 한 뒤, 아이가 먹을 점식식사와 간식, 과일 등을 챙겨놓고 출근을 한다. 어쩌다 저녁 약속이나 일이 있는 날에는 아이 혼자서 저녁까지 있을 때가 있다. 내가 보기엔 거의 유배 수준이었다. 어떻게 하루종일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을 수가 있을까 신기했다. 가뜩이나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고 친구들 좋아하는 아이인데. 제법 하루종일 책상 앞에 오래 붙어 있는 게 신기하긴 했다.

그러다 난 딸 아이의 신기한 공부법을 알았다. 공부법이라기보다는 그 또래의 공부 문화라고 할까. 딸아이만 그런 건 아니고, 그 또래 아이들은 대부분 이렇게 하는 것 같다. 바야흐로 '혼공'(혼자 공부하기)의 시대다.
  
스마트폰 세대의 신박한 혼공 비법
 
 이것은 명언인가, 자기 암시인가. 독서대에 붙어있는 메모들.
 이것은 명언인가, 자기 암시인가. 독서대에 붙어있는 메모들.
ⓒ 안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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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타임랩스(저속으로 촬영한 영상을 빠르게 보여주는 기법)으로 찍는다. 그것도 하루종일. 예전에도 딸 아이가 밥 먹을 때나 떡볶이 먹을 때도 타임랩스로 찍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저런 걸 왜 찍나 신기했는데, 나중에 보니 공부하는 모습도 찍고 있었다. 처음에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누구 보여줄려고 공부하나 싶었는데, 맞았다. 자기 자신에게 보여주기 위해 공부하고 있었다.

최근 퇴근하고 돌아온 나에게 딸아이가 하루종일 찍은 타임랩스를 보여줬다. 밥 먹을 때는 책상 위에 '점심시간'이라고 표지판을 세워놓고, 잠시 쉴 때는 '휴식 시간'이라고 표지판을 세워 놓았다. 나머지 시간에는 계속 공부했다.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있는 모습이 쉬리릭 지나갔다. 해가 떴다 지는 동안 방안의 밝기와 아이의 의상, 머리가 변화했다. 책상 위 책들의 배열과 정리 정돈도.

하루종일 이렇게 시간을 보냈구나 싶은 마음에 대견하기도 안쓰럽기도 했다. 타임랩스를 찍는 이유를 알겠다. 누군가 자신을 지켜본다는 의식을 갖게 함으로써 스스로를 격려하고 느슨해지는 걸 막는 장치인 셈이다. 본의 아니게 '자가 격리(?)' '홈스쿨'을 해야 하는 요즘 상황에서는 딱 맞는 공부법이라고 해야 할까.

둘째, 친구들과 영통(영상통화)이라는 걸 한다. 친구와 영통을 하기는 하는데, 말은 안 하고 서로 공부만 하는 모습을 비춰준다. 서로를 의식하면서 자극하는 셈이다.

여기까지는 이전에도 알고 있었던 방식이다. 지금부터는 이번에 새로 알게 된 공부 문화다.

셋째, '유튜브 친구'를 켜놓고 공부한다. 유튜브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 친구의 채널을 구독한다. 그리고 그 채널을 켜놓고 함께 공부한다. 영상 속 그 친구도 성실히 공부를 하고 있다. 서로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유튜브 친구를 보면서 함께 기운을 얻는 것 같다.

오늘도 퇴근하고 돌아온 내가 딸아이에게 "외롭지 않았어?"라고 묻자, 딸 아이는 "이 친구가 있어서 외롭지 않았다"고 했다. 어쨌든 다행이다 싶어서 고개는 끄덕였지만, 딸아이의 공부문화는 1990년대 고등학교에 다닌 나에게 꽤나 흥미롭다.

넷째, 이것도 유튜브 기반인데, 자신이 가고 싶은 대학의 채널을 켜놓고 공부한다. 도서관에서 대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자신이 그 대학의 도서관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며 공부에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 역시 나로서는 생소할 뿐이지만, 이해를 못 할 것도 아니다.

다섯째, 스마트폰에 앱(애플리케이션)을 깐다. 스터디 앱인데, 서로 경쟁하듯 공부하는 시간을 실시간으로 올리면서 공부한다. 그날은 아이가 10시간 넘게 공부를 했다고 내게 기록을 보여주었다.

내가 "대단하다"고 하자, 딸아이는 "그런 애들이 여기에도 몇천 명은 된다", "나는 대단한 축에도 못 낀다"며 그 앱을 보여줬다. 그곳에는 현재에도 공부하고 있는 아이들의 실시간 타임코드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자리를 뜨거나 공부를 안 하면 그 스터디룸에서 강퇴당한다고 했다.

내가 보기엔 '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을 컨트롤하겠다는 게 요즘 아이들의 '의지'이며 공부 문화이다. 어쨌거나 딸아이 또래의 그런 공부 문화를 뭐라고 할 수는 없고 내게는 그저 '신박할' 뿐이다.

전국의 고3들이여, 건강하게 버텨보자
 
 집에 있는 아이의 참고서 문제집들. 바야흐로 '혼공'의 시대다
 집에 있는 아이의 참고서 문제집들. 바야흐로 "혼공"의 시대다
ⓒ 안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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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중순까지만 해도 '학교 가고 싶다' '친구들 보고 싶다'며 매일 노래를 부르던 딸아이였는데, 요즘은 조금 잠잠하다. 물어보니 "그럭저럭 적응이 되어가는 것 같다"고 한다.

다만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는데, 건강이 안 좋아진다는 것이다. 책상에 앉아 있기만 하고 운동도 안 하고, 활동량도 없으니 소화도 안 되고 어깨 근육도 뭉쳐서 아프다고 한다. 집에서 가끔 스트레칭을 하긴 하지만 매일같이 3, 4층 교실을 오르락내리락 하고 기숙사 방과 도서관, 급식실과 운동장을 걸어 다니던 그 운동량에 비할까.

3월 둘째 주였나. 딸아이가 나에게 걱정하듯 말한 적이 있다.

"짝방식(기숙사에서 짝꿍이 되는 방 아이들끼리 밤새워 이야기하고 노는 일)은 보통 3월에 하는데 이번에는 3월에 못 하겠지? 그럼 4월에 하면 중간고사와 겹치는데..."

나는 그때 "개학해도 짝방식 같은 건 꿈에도 꾸지 마라, 아마 못 할 거다"라고 찬물을 끼얹었다. 내 말에 딸아이는 "그래도 짝방식은 해야 한다, 그게 얼마나 추억에 남는 건데..."라며 곧 울 것 같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그래도 그때는 3월 하순에 개학한다는 일말의 기대라도 있었다. 지금은 짝방식은 고사하고 학교에 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지덕지다.

다음 주부터는 온라인 개학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아이들은 집에서 이미 인터넷 강의도 듣고, 유튜브도 보고 있어 '온라인' 강의에는 충분히 익숙하다. 문제는 학교 현장이고,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일부 가정이다. 다음 주부터 온라인 강의를 해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선생님과 대면 강의만 할까 싶다.

온라인 개학으로 일단 시작을 한다고 하지만, 등교 개학은 언제쯤 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지금은 조금 정리됐지만) 거실에 널브러져 있는 기숙사 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도 불확실하다. 수능일도 12월 3일로 2주 연기됐다. 불안하고 불투명한 하루하루. 그나마 한가지 기쁜 것은, 수능일이 자기 생일보다 간발의 차로 앞선다는 것이다. 생일이 시험보다 앞서 있다면, 생일에 마음껏 놀지 못하리라는 생각 때문에서였다.

그럼에도 '힘내라'는 말 대신, 그냥 하루하루 잘 버텨보자는 말밖에 할 수 없다. '짝방식'은 물 건너갔지만 그래도 다른 추억을 또 만들 수 있길 바라며... 우리 딸아이를 비롯한 전국의 모든 고3 수험생들, 모두 다 건강하게 버텨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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