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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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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현직 판사들이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추진 중인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양형 기준 설정과 관련해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청했다.

26일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젠더법연구회 소속 판사 13명은 전날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양형기준 마련을 위한 심의를 전면적으로 다시 해달라"고 건의했다.

이들은 "미성년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촬영하게 하고, 이를 유료로 운영하는 텔레그램 비밀방을 통해 유포한 n번방 사건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다"며 "이런 유형의 범죄는 다른 디지털 범죄와 본질적으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동·청소년들은 n번방 사건에서 보듯 스스로 성착취의 대상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촬영물이나 신상 유포 등을 빌미로 계속해서 협박을 당하고 피해가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며 "아동·청소년에 대한 범죄는 보다 더 교묘하고 집요하게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그러나 대법원이 최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 양형기준 설정을 위해 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는 이런 범죄의 심각성과 중대성이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판사들은 "설문에서 예로 든 사안이나 기준이 되는 형량 범위, 가중·감경 사유로 든 사유 등 그 무엇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만일 이대로 양형기준이 마련된다면 피해자는 물론 일반 국민도 납득하기 어려운 양형기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우선 해당 설문조사에서 양형 기준 설정 보기로 제시된 양형이 지나치게 낮다고 지적했다.

설문조사는 14세 여아를 대상으로 한 성착취 영상 제작의 양형 보기의 범위로 '2년 6개월∼9년 이상'을, 영리 목적 판매 및 배포의 경우 '4개월∼3년 이상'을 제시했다.

예컨대 영상물 제작 범죄의 경우 법정형은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임에도 보기에 제시된 양형 범위가 지나치게 낮게 제시됐다는 것이다.

판사들은 "성착취 영상 제작·판매·배포·확산이 피해자에게 가하는 피해의 정도를 고려할 때 보기로 제시된 양형의 범위가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제작, 영리 목적 판매, 배포, 소지 사이의 죄질 차이가 크다고 볼 수 없음에도 이런 점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설문에서 형량 감경 사유로 아동 피해자의 처벌 불원이나 의사능력 있는 피해 아동의 승낙 등이 포함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구체적으로 ▲ 양형기준 마련을 위한 설문 다시 진행 ▲ 범죄의 특성이나 복잡·다양한 형태의 범죄 유형에 대한 심도 있는 조사 ▲ 법관뿐 아니라 국민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청회 개최 ▲ 양형위원회 구성에서의 성비 다양성 확보 등을 요청했다.


한편, 설문조사를 분석 중인 양형위는 다음 달 20일로 예정된 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동·청소년 대상 음란물 범죄에 대한 적절한 형량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관계기관 의견조회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는 6월께 양형기준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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