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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가 끝나면 기자들과 청와대 관계자가 항상 나누는 문답이 있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요구하고 있는 재난기본소득에 관한 논의가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고 답변이 오간다. 답변은 정해져 있다.

"재난기본소득 관련 논의는 없었다."

지난 24일 열린 2차 비상경제회의도 마찬가지였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재난기본소득과 관련한 논의는 없었다"고 서면으로 브리핑했다. 청와대는 금기를 대하듯 재난기본소득에는 철저하게 선을 긋고 있다. 그런데 이날은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오늘 회의에서 4대 보험료와 전기료 등 공과금의 유예 또는 면제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으나 구체적인 결론을 도출하지 않았음."

청와대의 브리핑대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위기 대응책으로 재난기본소득 지급보다는 건강보험료 등 4대 사회보험료 감면이나 납부 유예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4대 보험료 감면, 4월 현실화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관련 2차 비상경제회의에 앞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관련 2차 비상경제회의에 앞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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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 등 4대 사회보험료 납부 유예 및 감면 추진이 공식화된 건 문 대통령이 '특단의 조치'를 주문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24일 열린 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4대 보험료와 전기료 등 공과금의 유예 또는 면제에 대해서도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4월부터 바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에서 지원 규모별 정책 효과와 재정 부담 등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정부는 다음 주에 열리는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4대 보험료와 전기료 등 공과금의 구체적인 지원 대상 및 지원규모를 결정할 계획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는 4대 보험료와 전기료 등 공과금 유예 및 면제의 대상과 범위에 대해 구체적인 결론을 도출해 조속히 시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재난기본소득 형태의 현금 지원 대신 우회로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는 주무 부서인 기획재정부가 재난기본소득에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난기본소득에 다시 한 번 선 그은 부총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염종현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과 함께 24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송한준 경기도의회 의장, 염종현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과 함께 24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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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연일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기되고 있는 재난기본소득 도입 요구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 부총리는 경기도가 도민 전체에 1인당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한 24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박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홍 부총리는 "일부 국가의 경우 영업장 폐쇄, 강제적 이동제한 등 경제 서든 스톱이 사실상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편으로 대규모 긴급부양책, 재난수당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면서 "일각에서는 실제 사용처가 없는 상태에서 돈을 푸는 엇박자 정책이 될 가능성도 지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현금을 지원해 봐야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급하더라도 긴급방역, 마스크 대책, 재정·세제·금융 패키지, 지역경제 회복지원, 통화스와프·금융안정까지 순서에 맞게 전략적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것이 코로나19의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정부 재정적자 확대로 인한 국가부채 증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건강보험료에 주목하는 이유

대신 정부는 4대 사회보험료 중에서도 건강보험료에 주목하고 있다. 나머지 4대 보험 중 국민연금의 경우엔 보험료를 감면할 경우 그만큼 나중에 받을 연금액수가 줄어들 우려가 있고, 고용보험의 경우엔 미가입자가 많아 지원 범위가 줄어든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건강보험은 거의 대부분의 국민이 가입해 있기 때문에 보험료를 감면해 주면 큰 행정비용 없이 모든 가구에 혜택을 줄 수 있다. 또 직장가입자의 경우 보험료의 절반을 기업이 부담하고 있어 그만큼 기업의 부담도 줄어든다. 기업들과 소상공인들도 4대 보험료 감면을 요구하고 있다.

건보료는 소득의 6.67%를 낸다. 작년 상반기 기준 가입자의 월평균 보험료는 11만1000원이다. 건보료를 3개월 감면하면 33만3000원의 가처분소득 증가 효과를 낼 수 있다. 정부가 직접 현금을 지원하지 않더라도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고 동시에 기업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셈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추후 줄어든 건강보험료 수입을 보전해야 하는 문제가 남지만, 당장은 재정 부담도 크지 않다. 나중에 경제가 제 자리를 찾으면 보전할 수 있다고 본다.

저소득층에 대한 건보료 지원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1차 추가경정예산안에는 건보료 납부액이 하위 20%인 저소득층의 보험료를 3개월간 50% 깎아주는 예산이 포함됐다. 484만5000가구에 평균 9만3000원씩의 혜택이 돌아간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건보료 납부액 하위 50%로 지원대상을 늘렸다.

이미 시작됐지만... 사회보험료 감면의 치명적 맹점
 
 9일 오후 코로나19 발생 여파로 평소 관광객과 상인들로 북적이던 서울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며, 오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다.
 9일 오후 코로나19 발생 여파로 평소 관광객과 상인들로 북적이던 서울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며, 오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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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사회보험료와 공과금 감면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는 지난 19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즉각적인 소비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진짜 사람들을 도와주려면 기본 생활에 필요한 비용들, 집세라든가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 그런 걸 도와줘야 된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도 자영업자나 기업이 부담하는 사회보험료가 포함된 급여세(Payroll Tax)를 올 연말까지 면제하는 방안이 추진된 바 있다.

다만 건보료 등 4대 사회보험료 감면은 감세와 마찬가지로 보험료를 많이 내는 고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강보험료를 3개월간 감면했을 때 최대 15조원이 필요한데, 실제 피해가 큰 계층보다 버틸 여력이 있는 계층에 더 많은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정치적 부담이 없어서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 같은데, 건보료 감면은 나중에 정부가 메꿔야 한다"라며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건보료 납부가 부담스러운 지역가입자 등에게 보험료를 낮춰주는 건 좋은 아이디어지만,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직장가입자들까지 보험료를 낮춰주는 게 필요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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