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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홈쇼핑의 KF80 마스크 판매 방송. 이 마스크는 결국 화면으로만 볼 수 있었다.
 공영홈쇼핑의 KF80 마스크 판매 방송. 이 마스크는 결국 화면으로만 볼 수 있었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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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통화 중입니다. 다음에 다시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벌써 45번째. 공영홈쇼핑 콜센터는 끝내 연결이 되지 않았다. 4일 오전 9시 30분 기습적으로 이뤄진 공영홈쇼핑의 마스크 판매 방송은 방송시작 8분 만에 '완판'을 알린 뒤 종료됐다. "오후에도 판매 방송이 예정돼 있다"는 안내 멘트와 함께.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마트나 편의점 진열대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마스크였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면서, 마스크를 구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워졌다. 정부가 마스크 긴급 수급조정조치를 내리고 매점매석 등의 행위를 강력 조치하는 등 원활한 마스크 수요를 독려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급은 부족해 보인다.

지금 시점에서 온라인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에 마스크를 구매하는 것은 가능할까. 기자는 4일 인터넷과 TV홈쇼핑 등 온라인 유통망을 통한 마스크 구매(KF 80 이상, 필터교체형 마스크 제외)를 시도했다. 마스크의 합리적인 가격은 수급 현황을 고려해 개당 2000원 이하로 정했다.

번역투 문장에 상품 상세 설명도 제대로 안돼

우선 오픈마켓 쇼핑몰인 쿠팡에서 '마스크'를 검색했다. 검색 랭킹 상위권 제품 가운데 'KF94 KN95 5매 일회용마스크 50매'라는 제품이 눈에 띄었다. 마스크 50매의 가격은 7만 5000원, 1개당 2500원꼴이었다.

그런데 상품 상세 내역을 확인해보니, 판매 제품이 KF인증 마스크인지 일반 마스크인지 정확한 확인이 어려웠다. 판매자는 '저희 가게 상품을 구매하실 때 발송된 상태라면 단순 변심이나 잘못으로 주문을 취소하는게 허락하지 못합니다'라는 어색한 문투로 공지했다.

반품 수수료는 무려 3만 원을 받았다. 판매자의 전화번호도 게시돼 있지 않았고, 환불을 요구하는 글들도 많았다. 마스크 가격은 합리적인 수준에 근접했으나, 신뢰하기 어려운 판매자였다. '마스크'로는 더 검색되지 않아, 'KF 마스크'로 다시 검색을 시도했다.

검색 1위에 올라온 '3종필터마스크 보호마스크 COVID-19 50pcs 3' 역시 제품 상세 설명에 '1회용 마스크 50마리를 함유하고 있으며...' 등 문법에 맞지 않는 설명이 있어 신뢰하기 어려웠다. 검색 랭킹 4위에 올라와 있는 'KF 94 방역 기능성 마스크 (10매)'의 경우, 가격 7만 4000원이었다. 마스크 1매 가격이 무려 7400원이란 얘기다.

KF 마스크와 살균 소독제 2개를 세트로 판매하는 경우도 많았다. 보통 마스크 5매와 소독제 2개를 포함한 가격이 3만 9900원이었다. 다른 오픈마켓도 개당 2000원 이하의 마스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티몬에서 KF94 마스크는 10매당 3만 5900원~3만 6900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10매당 3만 5000원에 판매되는 KF94 마스크는 일찌감치 '품절'이었다.

웬만한 오픈마켓에선 1장당 4000원 이상
 
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마스크는 개당 4000원 이상이 기본이었다.
 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마스크는 개당 4000원 이상이 기본이었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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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에서는 KF80 마스크 2개에 1만200원(개당 5100원), KF94 마스크 5매는 1만9500원(개당 39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KF94 마스크의 경우, 대형은 품절되고 성인이 사용하기 어려운 중소형만 재고가 남은 상태였다. G마켓에서는 KF-94 마스크 5매가 2만 78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쯤 되면 가격을 따지기는커녕 재고가 있는지를 따져야 하는 형편이다. 만약 현 시점에서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마스크를 구입한다면, 1개당 4000원 이상의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아울러 상품 상세설명과 후기를 꼼꼼히 읽어볼 필요도 있다. 제품 상세설명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번역체의 설명 문장이 있는 경우, 반품 등 소비자 불만이 많은 경우에는 거르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온라인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마스크를 구할 수 있는 곳은 공영홈쇼핑 정도였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적 유통채널인 공영홈쇼핑은 정부가 지정한 마스크 공적 판매처다. 공영홈쇼핑은 하루 2~3차례 게릴라 형태로 마스크 판매 방송을 하고 있다. 마스크 가격은 개당 1000원 안팎 수준이다.

TV를 틀고 마스크 판매 방송을 기다렸다. 오전 9시 30분 마스크 판매 방송이 나왔다. KF80 마스크 25매, 가격은 2만 750원에 판매한다는 방송이었다. 방송이 나오고 즉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중이니 잠시후 걸어달라"는 안내 멘트가 나온 뒤 전화가 끊겼다. 이후 45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 중"이라는 말만 반복됐다. 장년층 접근성이 어렵다는 이유로 모바일 주문은 받지 않았다.

100번 넘게 전화했지만... "통화중"

오전 9시 38분, 판매가 다 됐다는 멘트와 함께 방송은 마무리됐다. 준비된 마스크 2238박스가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오후에 다시 판매 방송을 하겠다"는 공지가 있어, TV를 켜두고 귀를 기울였다.

낮 12시 30분 또다시 마스크 판매 방송이 나왔다. 이번엔 KF94마스크 30매를 2만 4900원에 판매했다. 개당 900원가량으로 마진조차 남지 않을 것 같은 가격이었다. 방송 시작과 동시에 전화를 들고 46차례에 걸쳐 연결을 시도했으나 상담원 연결에는 실패했다.

딱 한번 ARS가 연결됐지만, 연결되는 과정에서 전화가 끊기기도 했다. 이번에는 불과 6분만에 판매가 완료됐다는 안내가 나왔다. 오후 5시 20분에도 게릴라 마스크 판매 방송이 나왔지만, 여전히 상담원과 연결은 닿지 않았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하나로마트 서서울농협 사직점에서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하나로마트 서서울농협 사직점에서 시민들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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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등을 살펴보니, 계속되는 공영홈쇼핑 통화 불통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도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었다. 가족 4명이 동시에 전화를 600번 넘게 걸었지만, 단 한 번도 연결되지 않았다는 사례도 있었다.

별다른 왕도는 없었다. 상담원이 연결될 때까지 계속 시도해야 한다는 것. 어떤 블로그에서는 "유선전화 자동재다이얼을 활용하면, 더 빠르게 여러 번 시도할 수 있다"는 팁을 알려주기도 했다.

결국 이날 온라인상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마스크는 구입하지 못했다. 적당한 가격의 마스크를 사는 게 '불가능'까지는 아니겠지만 무척이나 어려운 지금이다.

태그:#마스크,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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