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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국립중앙의료원 1일 기자회견 장 앞에 붙어 있는 안내문.
 국립중앙의료원 1일 기자회견 장 앞에 붙어 있는 안내문.
ⓒ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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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선별진료소에 다녀오셔야 해요."

날벼락 같은 소리였다. 나는 1일 오후 3시부터 열리는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 참석하고자 이날 서울 중구에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았다.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이었으므로 기자회견장에 들어가기 전에 ▲열이 37.5도 이상 나는지 ▲최근 호흡기 관련된 질환이 있는지 ▲대구경북, 중국, 동남아시아, 일본과 같은 해외 방문 이력이 있는지 체크리스트를 작성해야 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귀에 온도계를 대고 발열 체크를 했다.

일주일 전에 아시아 지역을 잠깐 방문한 적이 있어 일단 해외방문 이력란에 '있음'으로 작성하고서 발열 체크를 해주는 간호사에게 물었다.

"해외 방문 이력이 있으면 기자회견장에 못 들어가나요?"
"아니에요. 호흡기 질환 없으시죠? 열이 안 나면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마음 놓고 발열 여부를 체크하는데 약간의 열이 있었다. 체온계로 양쪽 귀를 모두 재어봤지만 37.7도가 나왔다. 당시 몸 상태에 전혀 문제를 느끼지 못했으므로 적잖이 당황했다. 간호사가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어... 이거... 지금 선별진료소에 다녀오셔야 해요. 해외 방문 이력도 있고 이대로는 기자회견장에 못 들어가실 것 같아요."

금방 돌아오겠노라고 대신 자리를 맡아달라고 의료진에게 부탁을 하고 나서 국립중앙의료원의 다른 건물에 있는 선별진료소로 향했다. 평소처럼 취재를 위해 갔던 곳에서 뜻밖의 코로나19 선별진료를 받게 된 것이다.

아마 평소에도 열이 많은 편이라서 그랬을 것이라고, 3월에 맞지 않게 너무 옷을 두껍게 입어서 열이 나서 그랬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면서 선별진료소로 향했다. 그리고 탁자가 여러 개 들어갈 법한 비닐하우스 모양의 큰 대기실로 안내를 받았다. 그 대기실에 있는 사람은 나 혼자였다.

대기실 밖으로는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여러 명 돌아다니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공포감이 엄습했다. 이대로 대기실에서 기다리다가 코로나 검사를 받게 되면, 원래 취재 예정이었던 기자회견에는 시간 맞춰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만에 하나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하는 질문도 떠올랐다.

30분 정도 지났을까, 의료진이 와서 나를 선별진료소로 안내했다. 다시 체온을 쟀다. 두꺼운 패딩을 벗었지만 여전히 37.7도였다. 체념하고 의료진의 인터뷰에 응했다. 기자로서 인터뷰를 많이 해봤지만, 인터뷰를 당해본 적이 거의 없어서 긴장했다.

"환자분, 최근에 호흡기 질환은 없었나요?"
"네. 없었습니다."

"몸이 으슬으슬 떨리거나 근육통이 있거나 그러시진 않나요?"
"아, 그렇지 않습니다."

"혹시 해열제를 드시진 않았죠?"
"아... 제가 열 나는 것도 오늘 여기 와서 알았는 걸요."


마지막으로 의료진은 숨을 한 번 훅 참더니 내쉬면서 다음의 질문을 물어봤다.

"환자분, 실례지만 종교가 혹시...?"
"없습니다."


의료진은 내게 코로나19 검사받는 것을 추천했다.

"혹시 검사에 돈이 드나요?"
"코로나 검사에는 비용이 들지 않지만 입원비는 조금 내셔야 해요."


그동안 코로나19 관련 취재를 몇 주간 해왔지만, 선별진료를 받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정보가 없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의료진 말에 따라 코로나19 검사를 받기로 했다. 인터뷰가 끝나자 비닐로 된 앞치마와 발토시, 그리고 손장갑이 주어졌다. 하나씩 주섬주섬 입고 나서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 내부의 한 격리 병실로 들어갔다.
 
 검사를 위해서는 비닐 앞치마를 두르고 손장갑을 끼고 발토시를 신은 채로 음압병실에 누워있어야 한다.
 검사를 위해서는 비닐 앞치마를 두르고 손장갑을 끼고 발토시를 신은 채로 음압병실에 누워있어야 한다.
ⓒ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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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화장실도 갈 수 없다

선별진료를 받는 동안 화장실에 가려면 의료진 대동 하에 허락을 받고 가야 했다. 나는 유리벽으로 된 병실에 앉아 가만히 의료진을 기다렸다. 내부에서 선별진료소에서 했던 인터뷰를 한번 더 했다. 의료진이 밖에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인터뷰를 하는 비대면 방식이었다. '종교가 있는지'를 다시 물어보았다. 동시에 이미 내 휴대전화에 '선별진료실 안내문' 문자메시지가 전송됐다.

"입실 동안 이동은 통제됩니다. 화장실을 이용하실 때는 다른 환자와 동선이 섞이지 않게 조정을 해야 하므로 의료진을 호출하여 통제에 따르도록 합니다. 화장실 이용 후 비누로 손씻기를 잘 해주시고 세면대에 비치된 분무기를 용변 처리 후 직접 사용한 곳에 분무하도록 합니다. 다른 환자가 사용한 직후에는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의료진은 손가락 크기만한 작은 병 하나를 쥐여주면서 홀로 있는 음압 병실에서 가래를 뱉으라고 했다. '검체통'이었다. 그간 기사에서 본 적 없는 검사 방법을 안내받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예? 가래요?"
"환자분, 마스크 벗으세요. 마스크 벗고 여기에 가래를 할 수 있는 만큼 뱉으셔야 해요. 침을 뱉으면 안 되고요, 가래를 뱉어야 해요. 제대로 뱉지 않으면 다시 검사해야 하니 주의해주세요."


살면서 한 번도 제대로 집 밖에 나와 가래를 뱉어본 일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목에 힘을 줘봤지만 나오는 건 그르릉 거리는 목소리뿐이었다. '다시 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이 무서웠다.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30분가량을 땀나게 씨름했더니 엄지손톱 높이만한 가래를 뱉을 수 있었다. 가래는 약 3ml 이상 뱉어야 한단다.

검사는 크게 두 가지로 진행됐다. 먼저, 폐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흉부 엑스레이 검사가 진행됐다. 엑스레이 촬영 또한 내가 엑스레이실로 가는 게 아니라 엑스레이를 촬영하는 휴대용 기기가 내가 있는 병실로 왔다. 만일 폐렴이 있거나 엑스레이로 판정이 어려울 때는 흉부CT를 찍어야 했다.

또 하나는 바이러스 검사였다. 바이러스 검사는 두 가지 방법으로, 하나는 내가 방금 뱉은 가래를 이용해 '객담배출'을 하는 것이었고, 코랑 목을 쑤셔 나오는 분비물로 '비강도말검사'를 하는 게 그 다음이었다.

"잠시만 참으세요."

얼굴에 플라스틱 위생 마스크를 쓴 의료진이 비닐을 벗기고 얇고 긴 막대기를 꺼냈다. 일회용 면봉이 끝에 달린 막대가 쑥 목 뒤쪽까지 들어왔다. 내가 구역질을 하면서 켁켁거리는 동안 또 다른 막대가 빠르게 코 안으로 들어왔다. 막대기가 코 안을 넘어 목까지 들어갔다. 코와 목이 연결돼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원하지 않던 방식으로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순간적으로 눈물이 찔끔 났다. 코 안으로 주사를 맞는 느낌이었다.

왜 굳이 이렇게 깊숙하게 찔러서 검사를 하는 걸까? 코 뒤쪽에서 바이러스 농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 한 번의 검사로 바이러스를 잡아낼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란다.
 
 이런 유리벽을 두고 의료진을 보게 된다. 감염 위험 때문에 의료진 또한 이 유리벽 안으로 마음대로 들어오지 못하고 방호복을 착용한 채로 들어와야한다.
 이런 유리벽을 두고 의료진을 보게 된다. 감염 위험 때문에 의료진 또한 이 유리벽 안으로 마음대로 들어오지 못하고 방호복을 착용한 채로 들어와야한다.
ⓒ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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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를 받고 대기하는 동안 순식간에 두 시간이 흘러 있었다. 그동안 만난 의료진의 수는 셀 수가 없었다. 모두들 얼마나 급박하게 일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선별진료소 내부의 감염 관리도 철저했다. 신용카드도 전염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모양인지, 카드는 의료진의 손에 그대로 전해지는 게 아니라 비닐 주머니 속으로 먼저 들어갔다. 소독을 한 뒤에 검사비용을 결제했고, 휴대폰 문자에는 5만 원가량의 비용이 찍혀 있었다.

지급받은 의료비 내역 영수증을 보니, 공단에서 지급되는 의료보험이 없었다면 50만 원가량이 청구됐을 터였다. 사실상 실제 검사 비용의 10% 정도의 금액만 결제됐기에 큰 부담없이 검사를 받을 수 있었던 셈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전경
 국립중앙의료원 전경
ⓒ 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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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이후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아야 하므로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나와 차를 이용해 집으로 귀가했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처방해준 두툼한 타이레놀이 든 비닐봉투를 들고서였다.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나오자마자 7가지 안내사항이 담긴 '퇴실 안내문'이 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송됐다.

"퇴실시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 결과 확인 전까지는 자가격리 대상이므로 격리 원칙을 준수하시기 바랍니다.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초기 검사에서는 위음성 판정이 가능하므로 증상 치료를 병행하면서 표준주의 원칙을 준수합니다."

집으로 돌아가 다음날인 2일 오후 5시가 넘도록 집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검사를 받을 때부터 의료진은 신신당부했다. 집에 들어가서 자가격리 수칙을 지켜달라고. 이 때문에 검사 다음날은 재택근무를 해야 했다. 1일 오전 나와 함께 사무실에 일했던 선배들은 내가 음성 판정을 받을 때까지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새삼 내가 타인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비단 좁은 원룸에 사는 게 나뿐만은 아니겠지만 온종일 누구도 만나지 않으면서 작은 집 안에만 갇혀 있다는 게 무척 답답했다. 음식을 해먹으려고 해도 침대 바로 옆에 주방이 있는 작은 방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말라고 했으니 카페 같은 곳도 당연히 갈 수 없었다.

늦어도 오전까지 나온다는 결과는 24시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았다. 2일 오후 5시가 넘어서 드디어 문자가 왔다.
 
 음성 판정 안내 문자는 이렇게 사진 파일로 날아온다.
 음성 판정 안내 문자는 이렇게 사진 파일로 날아온다.
ⓒ 국립중앙의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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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입니다. 환자분께서 금일 검사하신 코로나바이러스 PCR검사는 음성으로 나왔습니다."

'음성'에 빨간색 강조 표시가 돼있었다. 3월 1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전국에서 약 9만 명이 넘게 받은 검사에 나도 +1을 더한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밖으로 나갈 수 있게 돼 무엇보다 기뻤다. 이 기사를 쓴 뒤로 마스크를 쓰고 손세정제를 챙겨서 근처 공원을 산책할 것이다. 모든 환자들과 의료진들의 건강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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