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를 실은 응급차량이 2일 오전 '생뢀치료센터'로 지정된 대구 신서혁신도시 교육부 중앙교육연수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실은 응급차량이 2일 오전 '생뢀치료센터'로 지정된 대구 신서혁신도시 교육부 중앙교육연수원으로 들어오고 있다. ⓒ 조정훈

 
"제가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좌파일까요, 우파일까요? 아니면 진보일까요 보수일까요?" 

한 언론학부 교수가 던진 질문치고 수준이 너무 낮은 말 아닌가 싶을 찰나, 다행히 비유법이었다. 하루가 무섭게 바이러스는 확산 중인데 국민에게 진실을 전해야 할 언론과 필요한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정치권이 특정 프레임에 갇힌 채 그것을 확대 재생산 하는 현상을 짚는 말이었다.

지난 1일 방송된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 J>의 주제는 '코로나19, 언론은 어디를 보고 있나'였다. 방송인 최욱, 강유정 평론가, 임자운 변호사를 비롯해 이날은 김용찬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와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전문의가 패널로 참석했다.

'우한 코로나'와 '대구 코로나'의 모순

시작은 보수 진보 언론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었다. '집단 감염 닥쳤다(<한겨레>)', '둑이 터졌다(<조선일보>)' 등의 헤드라인을 두고 임자운 변호사는 "기사 제목만 놓고 보면 당장 (한국을 떠나) 대피해야 할 상황같다"며 언론사들의 자정을 촉구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조선일보>는 유독 '우한 코로나'라며 중국의 지역명을 강조했다. 패널들은 유일하게 <조선일보>만 우한이라는 지역명을 고집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WHO(세계보건기구) 권고, 재난 보도 준칙에 모두 어긋나는 행동이라 비판했다. 

"우한에 지금 사람이 살고 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고, 거기에서 오신 한국 교민도 있다. 대구 코로나로 얘기했을 때 가장 큰 피해자가 바로 대구에 살고 있는 분인 것처럼 우한 코로나라고 이름 붙였을 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인권적 배려가 없는 것이다." (강유정 교수)

이재갑 전문의가 거들었다. WHO가 2013년과 2015년에 걸쳐 만든 신종 바이러스와 신종 감염병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후 새롭게 드러나는 감염병에 대해서 지역 이름을 넣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 그는 "신종플루가 처음 유행했을 때 멕시코 플루라고 불려서 멕시코의 항의를 엄청 받았고, 돼지 독감이라고 했더니 양돈업계가 완전히 무너지는 상황이 발생한 적도 있었다"며 "명칭 하나가 잘못 정해져 언론에서 유통시키면 생각지도 않은 영역에서 피해를 보는 일이 있을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KBS1TV < 저널리즘 토크쇼 J >의 한 장면.

KBS1TV < 저널리즘 토크쇼 J >의 한 장면. ⓒ KBS1

 
흥미로운 건 <조선일보>의 황당한 논리다. 여러 비판이 이어짐에도 우한 코로나를 고집했던 <조선일보>는 정부가 우한 코로나 명칭 사용에 부정적이자 "중국 눈치를 보고 있다"며 연일 비판 기사를 낸 바 있다. 하지만 대구 지역 확진자가 대거 나온 뒤 정부에서 관련 보도자료를 내면서 제목에 '대구 코로나19 대응 범정부특별대책지원단 가동'이라고 쓰자, 이에 대해선 앞서 논리와는 정반대로 해당 용어가 대구 지역에 상처가 된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조선일보> 논리면 정부가 대구 코로나라고 한 건 칭찬해야 하지 않나"던 최욱의 말이나. "대구 코로나라고 했으니 정부는 대구를 편드는 건가? 대구 눈치를 보는 건가? 하는 궁금증이 든다"며 의문을 제기한 임자운 변호사의 말이 일리 있게 들린다.

<뉴시스>는 한술 더 뜬다. 2월 23일자 '대구 코로나라는 대한민국 정부 대구 시민들 분노했다'는 기사를 통해 강하게 정부를 비판했던 해당 언론사 기자는 2일 앞선 2월 21일엔 '대구 코로나19 확진자 남구 달성구 집중 멘붕'이라는 기사를 썼다.

이 사실을 전하며 강유정 평론가는 "유체이탈 화법이다. 나는 (대구 코로나라고) 썼지만 내 잘못은 아니고 정부는 잘못이라는 건데 정부는 그래도 사과라도 했다. 그런데 왜 언론은 절대 사과하지 않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언론의 심각한 직무유기

이날 방송에서 가장 열변을 토한 이는 다름 아닌 이재갑 전문의였다. 재난 상황에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기에 최대한 방송 출연이나 언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던 그는 논란을 위한 논란에 목매는 언론사들의 보도행태를 성토했다.

'헌혈은 위험한 거 아니냐'는 일부 언론사들의 반복되는 질문은 다소 애교였다. 이재갑 전문의는 "이미 그런 건 가짜뉴스라 말했고, 정리된 문제임에도 (언론들이) 다시 논쟁거리로 만들고 있다"며 "실제로 그런 보도 때문에 헌혈이 줄었고, 일반 응급환자들도 위험해지고 있다. 오히려 지금 헌혈해야 할 때라고 (보도 관점이) 넘어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중국발 인원 입국 전면 금지 논란에 대해서도 소신을 분명히 밝혔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은 지난 2월 26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의 답변을 두고 거짓말 논란이라는 취지의 보도를 이어오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대한의사협회가 7차례 중국인 입국 금지조치를 건의했는데 왜 시행하지 않냐"며 공세를 펼쳤고, 박 장관이 "감염학회는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를 추천하지 않았다"고 답한 걸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 
 
 KBS1TV < 저널리즘 토크쇼 J >의 한 장면.

KBS1TV < 저널리즘 토크쇼 J >의 한 장면. ⓒ KBS1


이재갑 전문의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지 두 달이 넘어가는데 왜 아직도 중국인 입국으로 싸우고 있나. 모든 사람이 대구 지역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인데 그런 논란을 가지고 시간 버리는 걸 보며 정말 한가하게 사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라며 "책임 소재 운운하며 실패든 말든 방역 당국을 비난하다 당국이 일을 못하게 되면 그 책임을 언론사가 질 것인가. 질병관리본부장 내쫓고 자기들이 그 일을 할 것도 아니면서 방역당국이 일하기 힘든 상황을 만드는 걸 보며 사실 분노가 막 치민다"고 속내를 밝혔다.

최욱이 조심스럽게 "(상황 발생) 최초에 중국인 입국을 원천 차단했으면 도움이 됐을 거라는데 실효성이 없다는 건지"라고 재차 묻자 이 전문의는 "(그때가) 3, 4주 전 상황인데 감염 의심 환자를 즉각 진단 어려웠던 때였다. 그들이 흩어지면 환자가 늘어날 수도 있었다"며 "병원 입장에선 절박한 상황이었기에 여러 방법을 써서 안 되면 (중국인) 입국 금지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제안을 했던 것"이라 답했다. 

"어쨌든 큰 프레임은 정치권에서 결정해라. 그런데 병원 또는 방역 당국에 부담을 주는 부분들은 확실히 줄여달라는 취지로 얘기한 건데 그게 자꾸 중국인 입국을 막냐 마냐는 거대 담론 프레임에 갇히니까 당시 의료계의 절박함은 묻혀 버린 거지. 환자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의료인들을 정책 프레임에 갇히게 했거든. 그건 정말 언론이 잘못한 거라고 생각한다." (이재갑 전문의)

보도 관점 바꿀 때

이날 패널들은 공통적으로 현재 언론의 추측성 보도와 발생 상황 중심의 보도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월 21일부터 24일까지 사실상 코로나19 확산의 큰 축으로 지목된 신천지 관련 보도는 1300여 건이었음에 비해 이례적으로 확진자 사망이 이어지고 있는 청도대남병원 사례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다. 게다가 신천지 관련 보도는 교인들의 특수성, 확인되지 않은 사실의 나열이었기에 전문가들은 신천지 교인들이 오히려 더 음지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얼마 전 대남병원에 다녀왔는데 기사들이 대부분 (전파경로에 대해) 신천지와 연관 있다는 것만 보도하지 환자들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는 보도하지 않고 있다. 기사화 안 되는 중증환자가 많다. 정신과 전문의 세 명, 간호사 여덟 명이 용감하게 내려와서 일하고 있는데 환자들이 이름표도 떼어지고 아예 방치됐던 상태였다. 여론을 모아 이런 곳에 도움이 쏠리도록 (기사 관점이) 넘어갔어야 하는데 여전히 신천지 관련 보도만 나오고 있다." (이재갑 전문의) 

이런 현상을 강유정 평론가는 언론 자체가 코호트(동일 집단 격리) 돼 있다고 표현했다. 강 평론가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걸 찾는 언론이 소수라도 있어야 하는데 자극적인 단어만 붙이고 있고 (이는)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평했다.
 
또한 이날 방송에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구독자 이벤트로 마스크를 상품으로 주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공분케 했다. 생필품 사재기 현상을 공포스럽게 보도해놓고 정작 언론사가 사재기 해놓고 장사를 하고 있다는 현실은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였다. 물론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지난달 26일 <미디어오늘>과 한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마스크 3만여장을 구입했다. 봄에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독자들께 마스크를 제공하는 캠페인을 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라는 답변을, <중앙일보>는 "매년 정례적으로 해온 것"이라며 "부적절하다는 사내외 지적을 받아 이후 추가적인 이벤트는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포를 확대재생산 할 것인가, 벗어날 방안을 모색할 것인가. 패널들은 지금의 주요 언론에 이같은 질문을 던지며 보도 관점과 소재의 전환을 촉구했다. 일반인들이 정말 원하고 있는 코로나19 예방 수칙, 퇴치 방법 등 대안 중심의 보도를 이제부터라도 호소하고 기대해 볼 순 없을까.

국민 10명 중 6명이 이런 보도로 불안을 느끼고 있고, 10명 중 4명이 가짜뉴스를 경험했다는 한 통계자료를 언론사들은 뼈저리게 반성하며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미래통합당 대구 저널리즘 토크쇼 J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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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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