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남자 테니스를 대표하는 권순우가 살아있는 전설 라파엘 나달 선수에게 완패했다. 권순우는 한국 시간 28일 오후 2시께 시작된 멕시코 오픈 8강전에서 세트 스코어 0-2(2-6, 1-6)으로 분루를 삼켜야 했다.
 
권순우로서는 '졌그잘싸' 였다. 경기 내내 긴장한 빛이 역력했으나, 기죽지 않고 나달에 선공을 여러 차례 퍼부었다. 졌지만 그런대로 잘 싸운 경기라 할 만했다.
  
 멕시코 오픈 8강전에서 권순우는 나달에게 0-2 완패를 당했다. 그러나 내용상으로는 그런대로 잘 싸운 경기였다.

멕시코 오픈 8강전에서 권순우는 나달에게 0-2 완패를 당했다. 그러나 내용상으로는 그런대로 잘 싸운 경기였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스코어 보드가 모든 걸 말해주지 않는 경기가 종종 있는데, 권순우가 나달에게 무릎을 꿇은 이 경기가 그랬다. 획득한 총 포인트에서 권순우는 40개대 64개로 나달에게 밀렸다.
 
승점의 개수로만 보면 대략 2대3 정도였는데 실제 두 사람의 전력 차이도 그 정도로 봐줄만 했다. 두 세트를 통해 12게임을 내주고 단 3게임만 가져올 정도로 경기 내용이 일방적이지는 않았다.

나달이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은 이날 경기를 잘 요약해 준다. 그는 "결과가 말해주는 것보다 훨씬 터프했다. 내 생각에는 관전하기에 멋있는 경기였다"라며 "강한 상대를 만나 벌인 훌륭한 경기였다. 나는 그가 아주 훌륭한 테니스 경력을 쌓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첫 세트에서는 예상대로 나달의 강력한 탑스핀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4번째 게임 자신의 서브를 내주며 밀리기 시작한 게 세트 내내 이어졌다.
 
그러나 두 번째 세트는 스코어 상으로는 첫 세트보다 나빴지만, 처음 4게임이 모두 듀스 경기였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승부를 펼쳤다. 브레이크 위기를 더 많이 맞은 건 권순우가 아니라 나달이었다.
 
나달은 모두 8차례나 브레이크 당할 뻔한 위기가 있었는데 모두를 세이브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권순우는 6번의 브레이크 위기에서 자신의 서브를 단 2차례 밖에 지키지 못했다. 이날 승부를 가른 대목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브레이크에서의 성패라 할 수 있을 정도다.
 
권순우 자신도 졌기에 만족스러울 수 없는 경기였겠지만, 후회 없이 싸운 한판이었다. 세계 최강의 선수 가운데 하나를 상대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은 권순우에게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월 12일 개막하는 시즌 첫 마스터스 대회(ATP 1000)인 인디언 웰스 대회에서 엔트리가 받아들여질 경우, 팬들은 다시 한번 권순우의 경기를 기대해볼 만 하게 됐다. 한편 권순우는 3월 2일 발표되는 새 랭킹에서, 다른 선수들의 성적을 봐야겠지만 60위권 후반 진입까지도 노려볼만한 상황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권순우 테니스 나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