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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동네의사와 기본소득]이 매주 여러분을 찾아 갑니다. '동네의사'는 과거 국경없는의사회에서 활동했고, 한국 최초의 에볼라 의사이기도 합니다. '동네의사'가 진료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기본소득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풀어 봅니다. [기자말]
 
 3일 70대 노모와 40대 딸 3명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성북구의 한 다세대 주택 출입문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집 안에서 유서로 보이는 종이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정확한 사인과 사망 시기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다.
 2019년 11월 3일 70대 노모와 40대 딸 3명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성북구의 한 다세대 주택 출입문에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집 안에서 유서로 보이는 종이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찰은 정확한 사인과 사망 시기 등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할 계획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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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3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한의사 부부와 5살과 1살 자녀 등 일가족이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A씨는 아내와 자식의 목을 졸라 죽음에 이르게 한 후, 자신 역시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코로나19 사태에 쏠리는 바람에, 4명이 죽음을 맞아야 했던 이 참혹한 사건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이런 종류의 '가족' 참사는,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신기한 일도 아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 1월 5일 경기도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여성, 60대 어머니, 8살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이 30대 여성은 지인에게 수백만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고, 지인은 그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상태였다.

좀 더 멀게는, 2019년 12월 23일 대구의 한 주택에서 40대인 부모와 중학생 아들, 초등학생 딸 등 일가족 4명이 역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했고, "부모가 개인 사업을 했는데, 최근 형편이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연합뉴스 보도 인용)

"일가족이 생활고 비관해서..." 이런 기사 안 보고 싶다면
   
 포털 사이트에서 '일가족 생활고'로 검색한 결과
 포털 사이트에서 "일가족 생활고"로 검색한 결과
ⓒ 네이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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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가족 생활고'라는 검색어를 포털사이트에 입력하면, 이렇게 비슷한 형태의 사건들이 줄줄이 나온다. '아이들은 무슨 죄인가?' 싶지만 뉴스를 보는 우리가 씁쓸하게 혀를 한 번 차고 넘기고 마는 이유는, 너무나도 판에 박힌 '전형성' 때문일 것이다.

한의원이 경영난에 시달렸다든지, 부인 B씨나 부친과 경제적 갈등을 겪었다든지, 경찰이 정확한 사인과 사건 경위를 조사하겠다는 발표조차, 우리에게 어떤 호기심이나 감흥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이 상대적 무관심에는 극단적 선택을 '함께' 한 가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의식적 공감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필자는 안타까움 속에서 궁금했다. 그,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A씨는 누구에게 무엇이 미안했던 것일까?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가 아니라 소유물로 여기는 한국의 가족관계가 문제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흘려듣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대신 '환자'가 되어주려는 부모들

어린이나 청소년 환자는 부모와 함께 진료실에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상한 고집이지만, 필자는 꼭 환자인 어린이나 청소년을 바라보고 묻는다. "어디가 아프세요?" 그러면 십중팔구 엄마나 아빠가 대답한다. "우리 애가 기침을 많이 해요." 또는 "우리 애가 열이 났어요." 심지어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학생인 자녀를 '우리 아기'라고 부르는 부모도 드물지 않다.

필자는 굽히지 않고, 환자에게 다시 묻는다. "언제부터 그랬어요?" 그럼 환자는 당황한 기색을 보인다. 자신에게 질문이 돌아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어린이나 청소년 환자들은 위기에서 구해 달라는 듯 부모를 쳐다본다. "3일 전부터 그랬어요." 부모가 대신 대답해 준다. 간혹 다른 상황도 벌어진다. 자신이 언제부터 아팠는지, 환자가 잠시 생각에 잠기는 것이다. 그때 부모들은 귀한 의사 선생님의 시간을 그렇게 빼앗으면 곤란하다는 듯, 자녀 대신 재빠르게 끼어들어 대답한다.

"환자 이야기 좀 들어볼게요. 나중에 빠진 부분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부모에게 양해를 구하고, 증상에 대해 환자인 자녀에게 본격적으로 물어본다. 그러면 놀랍게도 '우리 애'인 환자들, 심지어 4·5세 어린이들도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또박또박 대답을 잘한다. 옆에 서 있는 부모는 평소와 달리 대답을 잘하는 자녀가 신기한 듯 쳐다본다. 많은 부모들은 자녀가 환자 역할을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지 못한다. 병치레도 부모가 대신해주는 것이다.

자기 몸을 알고 믿기

부모가 데려오는 어린이 환자는 감기에 걸린 경우가 제일 많다. 여기에 잘 알려져 있지만, 자주 무시 당하는 사실이 숨어 있다. 감기에는 약이 없다는 것이다. 감기는 독감이나 코로나19와 달리 사람의 목숨을 빼앗지도 않는다. 감기에 걸리면, 집에서 잘 먹고 푹 자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선진국이라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그렇게 한다. 감기로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부모들은 항변한다. '초기 증상이 비슷한 감기와 독감, 폐렴, 코로나19 등을 비의료인인 자신들이 어떻게 구별하냐'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에 집안일까지 해야 하는 부모들, 학교 끝나고 학원에서 학원으로 돌아다녀야 하는 자녀들에게는, 분명히 쉽지 않은 일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스스로 돌본 경험이 부족하다. 방치하거나 전문가에게 의지할 뿐이었다. 한국 사회가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하는 동안, 포기하거나 미루었던 것이 어디 민주주의뿐이었겠는가? 내 몸 어디가 언제부터 어떻게 아팠고, '이 병은 감기이니 쉬면 낫는다'는, 자기 몸에 대한 앎과 확신은, 한 인간이 독립한 인격체로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생물학적' 기초다.

독립된 인격을 위한 물질적 기초
 
 26일 '국제기본소득행진(Basic Income March)'에 참여한 기본소득 지지자들이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핸드프린팅으로 만든 현수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불로소득 나눠 갖자’,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힘차게 외쳤다. 이날 전 세계 10개국 26개 도시에서 동시에 행진이 벌어졌으며, 서울 대학로에서 보신각까지 진행된 행진에 150여 명의 지지자들이 참여했다.
 2019년 10월 26일 "국제기본소득행진(Basic Income March)"에 참여한 기본소득 지지자들이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핸드프린팅으로 만든 현수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불로소득 나눠 갖자’,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힘차게 외쳤다. 이날 전 세계 10개국 26개 도시에서 동시에 행진이 벌어졌으며, 서울 대학로에서 보신각까지 진행된 행진에 150여 명의 지지자들이 참여했다.
ⓒ 최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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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소유물로 여기는 우리 사회 가족관계는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는 가부장 문화와 성차별, 가계 중심의 사회복지제도, 입시 위주 교육제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결과다.

당연히 한두 가지 대책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 인간에게 필요한 '물질적' 기초다. 살기 위해 먹고 마시는 일을 누군가에게, 심지어 그것이 부모일지라도 타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면, 독립적 인격의 기초는 한편에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병치레를 대신해 주듯, '빚더미에 자녀만 내던지느니 차라리 목숨을 빼앗겠다'는 극단적인 선택도 서슴지 않는다. 자기 몸을 이해하고 스스로 돌보는 일처럼, 하나의 독립된 경제주체로서 성장하는 것도 어릴 때부터 익히고 훈련할 때 가능하다. 이를 통해 스스로 그리고 부모를 포함한 타인에게서 하나의 인격으로 인정받게 된다. 부모가 주는 용돈이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당연한 권리로 주어지는 기본소득이 필요한 이유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상훈씨는 기본소득당 서울시당 공동위원장입니다. 기본소득당은 평균나이 27세의 당원들이 만든 정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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