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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가칭) 안철수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사법정의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권은희 의원.
▲ 사법정의 혁신방안 발표한 안철수, 함께한 권은희 국민당(가칭) 안철수 창당준비위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사법정의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권은희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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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안철수계 의원들은 당명 문제로 홍역을 겪었다. 안철수 신당의 이름을 '안철수신당'으로 하려다가 제지당하고, 이후 '국민당'으로 하려다가 또 제지당한 것이다. '안철수신당'의 경우에는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국민당의 경우에는 국민새정당과의 유사성이 이유였다.

때문에 안철수 신당의 이름은 '국민의당'이 되었다. 2016년 안철수 대표가 있었던 정당의 이름과 같다. 한편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대안신당이 함께하는 3자 통합은 아직 진행중이지만 이름을 '민주통합당'으로 정했다. 이는 2012년 한명숙 대표가 이끌던 당의 이름이다. 당시 민주통합당은 총선과 대선에서 연이은 패배를 한 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역사를 거슬러서 당명을 '발굴'한 셈이다.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이합집산이 분주하다. 선거를 2달 남기고 이루어지는 창당과 통합을 알리는 일은 쉽지 않다. 인지도를 위해서 각 당이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이름을 꺼내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 선호한 안철수

사실 안철수 전 대표가 과거에 당명으로 가장 좋아했던 단어는 '국민'이 아닌 '미래'였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당시에도 통합정당은 '미래당'이라는 이름으로 당명을 신청하려 했었다. 그러나 청년정당인 '우리미래' 측이 미래당을 약칭으로 등록했기 때문에 미래당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었고, 대안으로 선택된 것이 바른정당의 바른을 미래와 합친 '바른미래당'이었다. 국민의당의 국민이라는 글자는 통합 과정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지금 '미래'라는 글자는 자유한국당을 위시로 하는 보수세력이 가져간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 제도에 맞서서 비례대표형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자유한국당 측은 그 당의 이름에 처음에는 '비례'를 붙이려 했으나 이는 불허되었고 대신 '미래한국당'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

보수통합을 준비하는 통합신당준비위원회에서 조율한 이름 역시 '미래통합당'이다. 자유한국당의 자유가 빠지고 새로운보수당, 전진당과의 통합을 알리는 통합이라는 글자가 들어갔다. 여기에 미래라는 단어를 맨 앞에 넣어서 미래한국당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 것이다. '미래'라는 브랜드를 통해서 낡은 이미지를 희석하려 한 것인데, 안철수 전 대표로서는 단어를 하나 빼앗긴 셈이다.

한편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바른미래당의 통합 신당 이름은 '민주통합당'으로 정해졌다. 민주통합당은 과거 제1야당이었으나 2012년 총선, 대선에 패한 후에 2013년 민주당으로 당명이 개정되면서 사라진 이름이다. 3당의 의원들이 대부분 민주당 출신인 점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각 당이 과거의 향수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름을 만드는 이유는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다. '안철수신당'은 의원 수 부족으로 선거 투표용지에서 뒷번호를 받는 당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안철수 신당은 지역구 의원이 권은희 의원 1인뿐인 상황으로, 바른미래당 측에서 안철수계 비례대표를 풀어주지 않으면 투표용지에서 뒷번호를 받을 운명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나름의 아이디어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구상으로 끝났다. '국민당'과 '국민의당' 역시 2016년 총선에서 제3지대 돌풍을 일으켰던 국민의당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맥락이 같다.

가장 오래된 이름은 정의당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통합 정당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의 바른미래당에는 보수 정당 출신 국회의원이 빠져나간 상황이다. 때문에 지금의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은 그 뿌리가 2016년의 국민의당으로 같다.

그러나 국민과 관련된 이름을 통합 정당의 이름으로 사용할 경우 자칫 호남에서 영향력이 크게 떨어진 안철수 전 대표의 이미지가 씌워질 가능성이 있다. 각 당의 이름을 쓰는 것은 불가하고, 안 전 대표와는 최대한 거리가 있는 이름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감안하면 민주당을 대세적으로 지지하지만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을 원하는 이들의 비례표를 받을 필요도 있다. '민주통합당' 카드 역시 급한 창당으로 인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원내 정당 중에서 한 이름을 가장 오래 사용한 정당은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통합진보당 분당 사태에서 비당권파가 만든 진보정의당에서 기원한 소수정당이었고, 기반도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2013년부터 현재까지 동일한 당명을 사용하고 있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면 '통합'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당은 통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통합당은 계파 갈등으로 극단적인 대결에 치달았다. 잦은 당명 개정과 통합은 정당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덧셈 정치가 아닌 분열의 정치를 조장했다. 때로는 무겁고 진중한 정치가 필요한 이유다.

태그:#안철수, #통합, #정치, #선거,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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