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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무 일도 아니었을까.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되기까지 했던 '사법농단' 사태의 1심 판결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무죄 또 무죄, 또 무죄다.

세 재판부는 전·현직 법관 5명이 전부 죄가 없다며 '법이 정한 만큼 벌한다'는 죄형법정주의를 내세웠다. 검찰의 입증이 부족하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무죄추정원칙도 강조했다. 하지만 너무도 엄격했다.

누구를 위한 엄격함인가
 
 2012년 10월 23일, 임성근 당시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10월 23일, 임성근 당시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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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송인권, 판사 김택성 김선역) 판결은 조금이나마 앞으로 나아가긴 했다. 재판부는 2015~201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시절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 등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된 임성근 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재판 관여 행위는 위헌"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형사재판으로 임 부장판사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했다. 대법원 판례는 공무원이 ① 주어진 권한 내에서 ②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키는 등 권리행사를 방해할 때 직권남용죄가 성립한다고 정했다. 재판부는 이 기준에 따라 임 부장판사가 '재판 개입권자'는 아니기 때문에 무죄라고 결론 내렸다.

설령 그가 직권을 남용했더라도, 피해법관들이 "독립적으로" 판단해 그의 요구를 반영했기 때문에 '의무 없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일은 형사처벌이 아닌 내부 징계로 풀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정말 죄가 아닐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13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왼쪽부터)가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지난 13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왼쪽부터)가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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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유영근, 판사 신동주 배인영)는 재판개입으로 의심스러운 상황조차 사법행정이라고 판단했다. 2016년 신광렬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은 조의연·성창호 영장전담판사로부터 보고받은 '정운호 게이트' 사건 수사내용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했다. 검찰은 이 일이 공무상 비밀누설이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장재판은 비공개로 이뤄진다. 검찰의 수사 상황과 증거관계는 누구나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정보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시 현직 법관의 비리 문제가 불거진 터라 "사법행정 차원에서" 법원행정처가 사건 정보를 파악해야 했다고 봤다.

또 검찰이 이미 언론에 브리핑하거나 법원행정처에 업무 협조차 공유한 정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공무상 비밀이 아니라고 했다. 법원행정처에서 '잘 보라'며 내려 보낸 문건이 영장 심리에 영향을 준 일 역시 없다고 했다. 문건에 적힌 법관 가족 관련 영장 발부여부는 영장판사들이 "실무상의 원칙과 관행에 부합"하게 처리했을 뿐이란 얘기였다.

정말 정당한 행위일까.
 
'증거인멸' 논란 유해용 전 판사 소환 압수수색영장 기각 후 자료를 파기해 증거인멸 논란을 일으킨 유해용 변호사(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가 12일 오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고 있다.
 유해용 변호사(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가 지난 2018년 9월 12일 오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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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나온 '사법농단 1호' 판결은 전관예우를 사실상 인정했다. 1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재판장 박남천, 판사 심판 이원식)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출신 유해용 변호사가 퇴직 때 재판연구관 보고서를 들고나간 일은 변호사법 위반 등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관행상 일하던 서류들을 '우연히' 들고 나갔을 뿐이고, 재판연구를 지휘·총괄한 모든 사건을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취급했다고 볼 수 없다는 재판부 결론은 나름 타당하다. 그런데 유 변호사는 개업 3개월 만에 수석재판연구관 시절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던 사건을 맡았다. 해당 재판은 그가 수임한 뒤 의뢰인 쪽이 원하는 대로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결정이 취소되고, 수임 17일 만에 상고기각 판결이 나왔다.

정말 우연일까.

"더 이상 법관 탄핵을 미룰 수 없다"
  
'사법농단 가담법관 탄핵 촉구' 나선 박주민-윤소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소하 정의당 의원,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 시국회의가 공동주최해 1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사법농단 가담 법관 탄핵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소하 정의당 의원,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 시국회의가 지난 2019년 3월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법농단 가담 법관 탄핵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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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판결은 헌법과 형법의 복잡미묘한 경계에 서있다. 사법농단의 속성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사건 초기부터 수사보다는 자체 조사, 형사처벌보다는 징계, 기소보다는 법관 탄핵 이야기가 꾸준히 나왔다.

잦아들었던 목소리들은 '3연속 무죄' 판결로 다시 커지고 있다. 사법농단 문제를 처음 제기한 이탄희 변호사는 14일 <오마이뉴스>에 "줄줄이 무죄 나면 사법농단의 역사 정리가 안 된다"며 "최소한 재판개입과 헌법위반은 확인된 만큼 반드시 법관 탄핵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도 같은 날 논평에서 "법리적인 이유로 형사재판 무죄가 선고된다고 그 행위가 면죄부를 받고 용납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 이상 (법관) 탄핵을 미룰 수 없다"며 "국회가 법원 개혁에 진정성 있게 나서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법원도 재판 개입이 재발하지 않도록 실효적인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관련 기사]

'사법농단' 첫 판결 무죄... 재판부, 검찰 수사 지적도 http://omn.kr/1mafw
1심 무죄, 웃으며 악수 나눈 '사법농단' 의혹 판사들 http://omn.kr/1mjmi
"위헌이지만 무죄" 후배 법관에 90도 숙인 선배 '피고인' 법관 http://omn.kr/1mk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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