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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창호 부장판사 (맨앞).
 성창호 부장판사 (맨앞).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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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3일 오후 5시 5분]

"현명한 판단을 해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합니다."
  
신광렬 부장판사가 굳은 표정으로 법원을 빠져나갔다. 이른바 '사법농단'과 관련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을 받던 그는 13일 오전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와 함께 재판을 받은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날 선고는 사법농단 관련 첫 현직법관에 대한 1심 판결이었다. 세 사람은 재판 업무에서 배제돼 '사법연구'로 발령이 난 상태였다. 앞서 당시 법관이었던 유해용 변호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바 있다(관련기사 : '사법농단' 첫 판결 무죄... 재판부, 검찰 수사 지적도 http://omn.kr/1mafw).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이날 선고공판을 통해 세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신 부장판사는 2016년 '정운호 게이트'라는 희대의 법조비리가 터졌을 때 검찰 수사상황과 향후 계획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달했다. 관련 보고서는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가 넘긴 영장 사건기록을 토대로 작성됐다. 당시 신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였다.

검찰은 이들이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판사들을 상대로 한 수사를 저지하기 이 같은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이들을 기소했다. 이후 재판을 통해 신 부장판사에겐 징역 2년, 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겐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재판부 "법원행정처 보고 내용, 비밀로서 가치 없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13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왼쪽부터)가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13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왼쪽부터)가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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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배척했다. 유영근 부장판사는 "피고인 신광렬이 (조의연·성창호) 영장판사들로부터 수사정보를 보고받아 이를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것은 사법행정상 조치의 필요성이 높은 상황에서 관련 규정에 근거해 상급 사법행정기관인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만을 상대로 이뤄졌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배척했다.

이어 "그 무렵 검찰이 언론을 활용해 관련 수사내용을 적극 브리핑하거나 법원행정처 사법행정에 협조해 수사상황을 상세히 알려주기도 한 정황을 볼 때 (신광렬이 임종헌에게 보고한 내용은) 비밀로서 유지하고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전·현직 법관의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신광렬이 좀 더 상세한 보고를 요청했고 이에 조의연·성창호에 의해 보고된 정황이 엿보이지만 이를 묶어서 수사정보를 외부에 누설할 의도로 공유하고 범행을 사전에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유 부장판사가 무죄로 결론을 내리자 세 사람과 변호인들은 미소를 내보이며 악수를 나눴다. 법정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들까지 이들과 악수하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보였다.
  
판결 직후 신 부장판사는 "현명한 판단을 해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라고 취재진의 질문에 짧게 답한 뒤 자리를 떠났다.

성창호 부장판사는 말을 아꼈고 대신 변호인이 "이 사건이 (대법원판결을 통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이 불편한 재판이었을 텐데 충실하게 심리하고 현명하게 판단해주신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라며 "사실관계 면에서나 법리적인 면에서나 (검찰의) 무리한 기소였다는 점이 1심에서 확인됐다"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1심 판결에 항소해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을 다시 구하겠다"며 반발했다. 사법농단 수사팀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법원행정처가 '정운호 게이트' 사건 수사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피고인들에게 수사기밀 수집과 보고를 지시하고, 피고인들이 수사보고서를 통째로 유출한 사실 등이 공판과정에서 객관적인 증거와 진술에 의해 모두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수사기밀을 법원행정처에 누설하고, 법원행정처는 영장재판 가이드라인 및 수사확대 저지방안을 시행하거나 수사대상자에게 (그 내용을) 누설함으로써 수사 및 재판 기능에 중대한 위험을 야기한 사안"이라며 "무죄 선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태그:#사법농단, #신광렬, #조의연, #성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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