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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구 석면안전관리협의회 회의 모습
 강동구 석면안전관리협의회 회의 모습
ⓒ 강동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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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서울시 강동구(구청장 이정훈)는 보도자료를 통해 오랫동안 이슈가 되어왔던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석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1만 2000여 세대의 둔촌주공아파트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건축 지역으로 2018년 1월 기존 주민의 이주가 끝났음에도 1년 넘게 철거를 시작하지 못했다. 철거계획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일부 누락되었음이 발견된 것이다.

따라서 철거 전 면밀한 재조사 작업이 필요해졌고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철거할 경우 석면 가루가 날려 주민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해당 지역에는 많은 학교가 있다. 강동구청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지난 12월 드디어 문제를 해결했다고 선포했다.
 
구는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건설이 진행되는 만큼 주민 건강 확보와 불편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석면 안전관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지난해 10월 '강동구 석면안전관리 및 지원에 관한 조례'제정을 통해 석면 안전관리와 지원을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고, 석면안전관리협의회와 석면주민감시단을 구성·운영하며 주민 참여 보장에도 힘을 쏟았다.

특히 주민감시단은 석면 해체 제거 작업 현장을 면밀히 살펴, 발견된 미흡사항을 즉시 보완 조치하여 석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역할을 톡톡히 했다. 철거작업을 진행하면서 석면 논란, 주민과 조합원의 갈등 등 어려움도 많았으나, 주민 의견에 귀 기울이고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하나둘 풀어나갔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이번에 주민과 함께 소통하며 추진해온 일련의 과정들을 이정표 삼아, 강동구 내 다른 재건축 현장에서도 주민 건강과 환경을 지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 강동구청 보도자료
 
구청이 보도자료를 뿌려 자화자찬할 만큼 모든 것은 완벽해 보였다. 지난달 9일 MBC에서 단독 기사 "석면 나뒹구는 재건축 현장...어떻게 착공 '허가'가"를 내기까지는.

MBC의 보도와 기막힌 현실
 
 MBC의 강한 문제 제기
 MBC의 강한 문제 제기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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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보도 내용은 기가 막혔다.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는 낡은 상하수도나 보일러 배관들이 곳곳에 나뒹굴고 있었는데, 이들 배관 사이의 이음새인 개스킷에는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40%나 섞여 있다고 했다. 이런 석면 개스킷 1만 2000여 개가 전혀 통제되지 않고 굴러다니고 있는 모습이라니.

인터뷰에 응한 석면 제거 기술자에 따르면 배관 개스킷들은 대형 가림막 텐트 안으로 가져와 방진복과 마스크 등 안전 장구를 착용한 인원들이 제거해야 되는데 현장에서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석면 제거가 한창인 현장 바로 옆에서 일반 작업복만 입은 노동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구청은 알고 있었을까. 방송사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구청 관계자는 억울하다는 듯 자신도 성질이 난다며 현장소장과 소통했다고 했지만, 믿을 수 없었다. 담당자는 석면 제거를 먼저 끝내고 착공하라는 조건부 허가였다며 시공사에 책임을 떠넘겼지만, 업계에서는 착공허가에 조건부라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구청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은 채,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내 석면이 모두 완벽하게 철거됐다고 자화자찬한 것이다.
     
이와 같은 구청의 태도에 대해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주위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구청은 말로만 주민들과 열심히 소통하고 석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지, 실제로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석면현장감시단으로 일했던 이아무개씨는 '구청은 조례를 통해 석면현장감시단을 만들어 운영했지만 형식적일 뿐이었던 만큼 이번 사태는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고도 했다.

"구청은 애초부터 석면과 관련해서 주민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잔재물 조사'에 대해 매우 소극적이었어요. 재건축과 관련해 광명이나 과천시는 시민들이 석면현장감시단을 꾸려 제대로 조사를 했는데 강동구청은 그러지 않았어요. 강동구청은 조합과 현장 감시단을 민원 대 민원, 민원인 대 민원인으로 보고 제대로 된 개입이나 중재를 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뭐 제대로 석면이 철거되었겠어요?"

"안전한 석면 철거는 구청장의 공약"
 
 19일, 서울 강동구청 앞에서 한산초 학부모 비대위가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석면 철거공사에 문제가 있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대책을 요구했다.
 2018년 11월 19일 한산초등학교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 강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석면 철거공사에 문제가 있다며 안전대책을 요구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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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석면 문제가 불거지고 사업이 지연되자 재건축조합은 사업지연의 부담 등을 이유로 시민들이 중심이 된 현장감시단을 주거침입죄로 고발(이후 무혐의 처리)하는 등 압력을 가했지만 이에 대해 구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씨는 '구청 소속 감시단이 시위하고 방문민원 등을 했음에도 오히려 구청장은 자리를 피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구청은 조례를 만들어 석면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지만 말뿐이었습니다. 오히려 현장감시단을 동영상감시단과 현장감시단으로 나누어 분열을 초래했고 '"안전'보다는 주먹구구 땜질식의 감시단 운영을 자초했습니다. 또 '민원'을 이유로 동영상 감시구역 감시활동을 비공개 처리했어요. 도대체 무슨 활동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니 검증이 안 되죠."
     
방송국 취재 이후 강동구청은 시공사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거나 노동청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은 회의적이었다. 지난 1년 동안 석면 철거와 관련된 행정의 보여주기식 모습을 보면서 크게 실망한 까닭이다. 석면현장감시단으로 일했던 이씨는 이렇게 말했다.

"안전한 석면 철거는 구청장의 공약이었어요. 재산권보다는 건강권을 더 강조했었는데 말뿐이었죠. 오히려 주민들끼리 사이만 나빠지고. 그래서 아예 이사한 사람들도 있어요."

보도에서는 이 모든 것이 4월에 실행되는 분양가 상한제와 관련 있는 것 같다는 인근 부동산중개업자의 목소리까지 담았다. 돈 때문에 착공을 서두를 수밖에 없는 조합과 시공업자들의 필요가 인근 주민들의 건강권을 침해했고 구청이 이를 방조했다는 것이다.

물론 재건축에는 많은 사람들의 엄청난 이권이 달려 있는 만큼 갈등 조정이 어렵다. 구민 모두의 눈치를 봐야 하는 공무원의 입장으로서 관련된 일이 쉬울 수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행정의 책임이라면 피하지 말고 우선순위를 두어 일을 처리해야 한다. 당장 석면 때문에 주민들이 못 살겠다고 이사 갈 정도라면 구청이 나서야 하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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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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