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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이냐, 미래냐.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9일 오후 총선 출마지역인 서울 종로구 일대를 각각 돌아다니면서 보여준 행보를 한 줄로 정리한 결과다. 66일 후로 예정된 '4.15 총선 빅매치'의 주인공인 두 사람이 나란히 같은 날 현장 행보를 통해 사실상 전초전을 선보인 격이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들을 만나 지역 공약을 발표하고 종로구 사직동 일대를 방문해 재개발 관련 민심을 청취했다. 황 대표는 같은 날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 거리' 일대 상가를 방문해 경제 침체 상황을 부각하는 데 힘썼다.

경기침체 부각한 황교안 "문재인 정권 심판하는 선거"
   
21대 총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학교 인근 분식점을 찾아 떡볶이를 먹고 있다.
 21대 총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성균관대학교 인근 분식점을 찾아 떡볶이를 먹고 있다.
ⓒ 자유한국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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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파이팅!"

황교안 대표가 이날 오후 1시께 서울 종로구 관철동 '젊음의 거리'에 모습을 드러내자, 한 지지자가 두 손을 모아쥐며 외쳤다. 황 대표에게 건넬 장미꽃을 든 여성 지지자들도 있었다. 황 대표는 최경애 종로구의원의 설명을 들으면서 '젊음의 거리' 내 공실 임대상가들을 둘러봤다.

그는 "공실" 혹은 "임대"라고 적힌 빈 상가를 발견할 때마다 걸음을 멈추는가 하면, "이건 언제부터 비었는지 아시나", "일요일엔 원래 이렇게 사람이 없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마스크를 쓴 젊은 커플들을 만나선, "여러분들이 더 자주 들려주시면 어려운 소상공인들이 힘이 날 것 같다. 여러분이 애국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거리 초입부터 황 대표 일행을 따라 온 구아무개(79)씨는 "조사할 것도 없다. 내가 이곳에서 35년을 살았는데 (상권이) 다 죽어버렸다"면서 "커피 8000원짜리 팔다가 1000원짜리 파는 곳으로 다 바뀌었는데 그마저도 장사가 안 된다. 새벽 도주한 상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공산당으로 가는 건 막아야 한다. 창신동 쪽엔 호남 사람이 많다"면서 황 대표의 승리를 기원했다. 황 대표가 "제가 오늘 오전에 창신동의 동신교회 예배에 참석했다"고 답했을 땐 "공부를 많이 하고 오셨네"라고 반기기도 했다.

황 대표는 "마음 한쪽이 참 참담하다"면서 정부·여당에 책임을 돌렸다. '심판론'이었다.

그는 구체적으로 "내가 알고 있던 종로는 경제의 중심지였고 정치의 중심지였는데 지금 보니 옛날의 활력은 다 없어지고 보시는 것처럼 문을 다 닫았다"면서 "잘못된 정책으로 망가뜨린 종로의 경제를 되살려 내겠다"고 말했다.

또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으면서 지역 주민들이 힘들어 한다. 이제 주민 중심의 정책, 특히 원주민들이 살기 좋은 그런 종로가 돼야 한다"면서 원주민 중심·관광객 유치 등을 위한 투 트랙 전략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황 대표는 자신의 모교인 성균관대 등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심판론'을 부각했다. 그는 "성균관대 앞길은 사람이 부대껴서 힘들 정도의 번화한 곳이었다"며 "일요일이라서 못 나온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전체적인 경제침체 상황이 여기에도 반영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기고등학교 옛 부지였던 정독도서관을 방문한 뒤 '총선 전략'을 묻는 질문에도 "종로구민들의 마음을 얻는 게 필요하다. 그를 위해 종로의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문제가 중요할 것 같다"면서 "가장 중요한 건 경제를 먼저 살리기 위한 노력"이라고 답했다.

"종로 외 다른 지역 선거 지원도 나설 계획이냐"는 질문엔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는 총선 아닌가"라며 "(현 정부를) 심판할 수 있도록 제가 밤잠을 자지 않고서라도 돕는, 그런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미래 앞세운 이낙연 "내 장점, 일을 제대로 해본 사람"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을 방문, 재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종로 출마를 선언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을 방문, 재개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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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가 종로 출마를 선언하던) 그날, 제가 한 줄의 입장을 발표했다.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종로의 미래에 관한 제 생각을 (오늘) 말씀드린 것이다."

이낙연 전 총리가 이날 오후 2시 40분께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종로를 '심판 1번지'로 만들겠다"는 황 대표의 출마선언에 대한 생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른 후보들의 선거에 대해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한 말이다.

특히 그는 이날 "4.15 총선을 종로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출발로 삼고자 한다. 다른 후보들도 그런 논의를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서 ▲ 청년이 돌아오는 종로 ▲ 교통이 원활한 종로 ▲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종로 ▲ 삶의 질을 개선하는 도시재생사업 재추진 등을 주축으로 한 4대 지역공약 방향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교통이 원활한 종로' 공약과 관련, "고양 삼송과 용산 구간 신분당선 연장을 추진하려고 한다"면서 "광화문광장 조성 문제는 교통문제 해결이 선결된 뒤에 공론화를 해 나가도록 임하겠다"고 설명했다.

도시재생사업 재추진 문제는 이날 방문한 현장과 연결됐다. 재개발 여부를 놓고 10년 가까이 서울시와 갈등 중인 '사직 2구역'이었다. 김금옥 종로구의원과 정영미 사직2구역 재개발조합장의 안내를 받고 사직 2구역 내 폐가와 공가 등을 둘러본 이 총리는 "이 상태로는 안 된다는 건 확실하다. 행정부의 수요도 충족하면서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지혜를 짜보겠다", "관계부처의 요구가 있을텐데 양쪽을 충족하면서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직경로당을 방문한 자리에선 예전에 들린 적 있던 인근의 식당을 거론하면서 특유의 친화력을 자랑하는 모습도 보였다. 또 경로당에서 고스톱을 즐기고 있던 이들에게 "아내가 교사라서 아이를 장모님에게 맡겼는데 아이가 장모님을 따라 경로당을 다녀서 고스톱 용어를 금세 익히더라"면서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다만, 이 전 총리는 자신을 "일을 제대로 해본 사람"이라며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였던 황 대표를 '저격'하기도 했다. 그는 "후보로서의 강점을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일을 제대로 해 봤다. 과거 총리들과 다르게 문제의 본질에서 눈을 떼지 않고, 해결을 직접 모색하고 진두지휘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면서 "감염병, 재난재해를 많이 겪었지만 대체로 안정적으로 관리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당이 종로 외 수도권 지역에 대한 지원 유세를 요청하면 응할 것이냐"는 질문엔 "종로 선거가 커지면 종로에서 선전하는 것 자체가 다른 곳에 대한 지원도 될 수 있다"며 "(황 대표의 출마로) 종로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답했다.

태그:#이낙연, #황교안, #4.15 총선, #종로구, #도시재생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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