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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 있는 문학상의 하나인 이상문학상이 작가들에게 가해온 불공정하고 부조리한 처우는 그간 한국 문단에서 창작자의 권리가 침해돼온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상문학상 제도는 자의적이고 무책임하게 운영됐다." (4일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
 

이상문학상을 둘러싼 '저작권 논란'으로 인해 출판·문화계 내 문학사상 보이콧(거부) 운동이 이는 가운데, 정의당이 정당으로선 처음으로 이를 지지하는 논평을 냈다.

정의당 문화예술위(구자호 위원장)는 이날 '이상문학상의 불공정한 작가 처우를 규탄하며, 양심의 목소리를 내준 작가들에게 연대의 뜻을 표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오랫동안 지속해온 출판 계약상의 불공정한 관행을 타파하고 창작자의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적극적인 조치의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 작가(윤이형)의 절필 선언을 들으며, 오랜 묵인하에 지속되어온 한국 문단의 부조리한 현실을 다시금 떠올릴 수밖에 없다"며 "예술이라는 무형의 유산과 작가의 소명을 손쉬운 양도의 담보물로 격하시키는 행위는 더는 묵인돼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문화예술위 측은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논란의 중심인 (주)문학사상을 향해 "해묵은 관행이다, 반성을 촉구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수상 거부부터 '절필' 선언까지... 문인들, SNS로 목소리 내

이는 앞서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이어진 작가·시인·평론가·번역가 등 문인들의 반발과 맞닿아 있다. 

이상문학상 주최 측인 문학사상은 수상 작가들에게 '작품의 저작권을 출판사에 3년간 양도한다'는 등의 문구가 들어간 계약서를 제시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 사실을 통보받은 작가들이 수상을 거부하면서 문제가 공론화됐고, 소설가 김금희·최은영·이기호씨는 지난 1월 4일 수상 거부를 선언했다. 이에 문학사상 측은 6일로 예정했던 수상작 발표·기자간담회를 모두 무기한 연기했다.

하지만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고, 지난 1월 30일엔 2019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윤이형 작가가 수상 거부 문인들을 지지하며 절필을 선언했다. 윤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부당함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일하지 않는 게 제 작품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소설가 권여선·구병모·김이설·박상영·안보윤·정세랑·조해진·황정은, 시인·번역가 등 수십 명이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 해시태그를 각기 SNS에 올리며 동참과 지지의 뜻을 밝혔다. 한국작가회의·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등도 연대 성명을 냈다. 
 
이상문학상 ‘저작권 논란’으로 인해 출판·문화계 내 문학사상사 보이콧(거부) 운동이 이는 가운데, 정의당이 정당으로선 처음으로 이를 지지하는 논평을 냈다. 이는 애초 2020년 수상자였던 소설가 김금희·최은영·이기호씨가 지난달 4일 수상을 거부하면서 공론화됐고, 소설가·시인·번역가 등 수십 명이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 해시태그를 각기 SNS에 올리며 동참과 지지의 뜻을 밝혔다.
 이상문학상 ‘저작권 논란’으로 인해 출판·문화계 내 문학사상사 보이콧(거부) 운동이 이는 가운데, 정의당이 정당으로선 처음으로 이를 지지하는 논평을 냈다. 이는 애초 2020년 수상자였던 소설가 김금희·최은영·이기호씨가 지난달 4일 수상을 거부하면서 공론화됐고, 소설가·시인·번역가 등 수십 명이 ‘#문학사상사_업무_거부’ 해시태그를 각기 SNS에 올리며 동참과 지지의 뜻을 밝혔다.
ⓒ 트위터화면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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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사상 "폐습과 운영 미흡... 올해 이상문학상 발표 않겠다"

문학사상은 4일 뒤늦은 입장문을 내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임지현 대표이사' 명의로 낸 공식 입장문에서 "(주)문학사상은 일련의 상황을 심각히 인식하고 있으며, 깊은 책임을 느낀다"라며 "본 사태에 대해 작가와 독자들께 용서를 구한다. 이번 사태로 상처와 실망을 드린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작권 3년 양도'를 '출판권 1년 설정'으로 정정하는 등 문제를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주)문학사상사의 이상문학상 ‘저작권 논란’으로 인해 출판·문화계 내 문학사상사 보이콧(거부) 운동이 이는 가운데, 4일 문학사상 측이 한 달 만에 공식 입장을 내고 사과했다. 지난해 대상을 수상한 윤이형 작가는 이들을 지지하며 1월30일 절필을 선언하기도 했다. 사진은 2019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주)문학사상사의 이상문학상 ‘저작권 논란’으로 인해 출판·문화계 내 문학사상사 보이콧(거부) 운동이 이는 가운데, 4일 문학사상 측이 한 달 만에 공식 입장을 내고 사과했다. 지난해 대상을 수상한 윤이형 작가는 이들을 지지하며 1월30일 절필을 선언하기도 했다. 사진은 2019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 (주)문학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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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번 사태가 "본사의 폐습과 운영진의 미흡함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며 "올해 이상문학상은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입장 발표가 늦어진 데 대해 "편집부 직원들이 대거 퇴직해 수습이 원활치 못했고, 수상 안내 등 사실 확인에도 시간이 소요됐다"며 "통렬한 반성을 통해 앞으로 더 낮은 자세로 독자·작가가 원하는 문학사상이 되겠다"라고 덧붙였다. 

문학사상은 처음 올린 입장문에선 "김금희 작가, 최은영 작가, 이기호 작가, 윤이형 작가를 비롯해 상처 입으신 모든 문인 분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실명을 거론해 사과했으나, 이후 이를 삭제한 뒤 "이번 사태로 상처와 실망을 드린 모든 분께 먼저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라고 표현을 바꿨다. 4일 오후 5시20분 현재, 문학사상 홈페이지는 트래픽 초과로 인해 접속이 아예 불가능한 상태다.

태그:#문학사상, #김금희, #윤이형, #이상문학상,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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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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