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올해 설날 연휴 역시 자싱파 3개 방송사들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편성해 4일간의 휴일동안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최근 위축된 방송계의 분위기는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번 설 연휴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나름 "스페셜', "설특집" 등의 이름을 단 프로그램들이 TV편성표 속을 채웠지만 잔치처럼 흥겹고 떠들썩하기보단 마지 못해 시간 떼우기식 내용들이 넘쳐났다. 이런 흐름 속에 어느덧 명절 연휴 지상파 예능은 이른바 "3무(無) 시대"에 돌입했다. 이쯤되면 <백종원의 골목식당> 속 가게들 마냥 대대적인 회생 솔루션 도입이 시급할 지경이다.

명절 특집 예능 없고... 기존 <아육대> 역대 최저 시청률
 
 MBC < 2020 설특집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 >

MBC < 2020 설특집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 > ⓒ MBC

 
더이상 연예인 가족 대거 출연, 온갖 장기자랑 혹은 노래자랑류의 기존 명절용 특집 예능은 지상파TV에서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해서 다른 형식을 취한 설특집 프로그램이 나온 것도 아니었다. 특집 혹은 스페셜 등의 이름만 붙이고 기존 인기 예능의 주요 내용을 발췌한 짜깁기 프로들이 오전 오후 가릴 것 없이 각 채널을 메운게 대부분이었다.

전통의 명절 예능 <아이돌 스타 선수권대회(아육대)>, <송가인 콘서트>(이상 MBC) 정도를 제외하면 올해 설날 지상파 TV는 이렇다한 특집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아육대>는 지난해 추석 때보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2019년 9월 고작 4~5%대 안팎의 시청률에 그치면서 "아육대 위기론"이 곳곳에서 제기되었지만 이번 설특집 아육대에선 별다른 변화 없이 만들어졌고 그 결과는 최하 2.8%(24일 1라운드 3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까지 추락했다. 무려 총 3일 550분 편성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지만 첫날 내용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거의 끌어내지 못한 셈이다. 

대중성보단 팬덤 위주 활동으로 변화한 아이돌 그룹의 현재 위상은 <아육대>의 위기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골수팬이 아니라면 일반 시청자 입장에선 팀이름 조차 생소한 출연진들로 채워진 프로그램은 채널 고정을 더이상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이와 함께 별다른 변화 없이 매너리즘에 빠진 기획, 구성은<아육대>의 인기 부진을 더욱 재촉하고 말았다.

파일럿 예능 없고... 고정 편성 장담하긴 이른 KBS <엑시트>
 
 KBS < 음치는 없다 - 엑시트 >

KBS < 음치는 없다 - 엑시트 > ⓒ KBS

 
매년 3사 합계 많게는 5~6개 정도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이 등장하던 시기가 설날 혹은 추석 명절이었다. 하지만 하나 둘씩 줄어들던 파일럿 예능은 이번 설연휴에는 거의 가뭄 수준으로 사라지다시피했다. 

간신히 찾아볼 수 있는 신규 예능은 KBS가 24일 선보였던 <음치는 없다- 엑시트> (엑시트)가 전부였다. 연예계 대표 음치 스타들과 국내 최고 실력파 가수들이 1:1 맞춤 트레이닝을 통해 음치 탈출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총 2부에 걸쳐 다뤘다. 그동안 각종 가창 예능이 수년 동안  쏟아져 나왔지만 음치를 중심에 등장시킨 건 Mnet <너의 목소리가 보여> 정도였고 "음치 클리닉"을 다룬 예능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배우 김응수와 소유진을 비롯해서 강성태 강사, 이혜성 아나운서 등의 출연진을 상대로 김태우, 홍경민, 황치열 등 유명 가수들이 총 한달간의 기간을 거쳐 이들을 훈련시키고 무대에 등장시키는 <엑시트>는 명절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내용을 담았다. 

7.3% 정도의 무난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것만으론 정규 편성을 장담하기 이르다. 지난 2016년 이래 <노래싸움 승부>, <건반 위의 하이에나>, <뮤직셔플쇼 더 히트> 등은 파일럿 방영 때의 기세를 정규 편성에선 이어가지 못하고 몇주만에 폐지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추석에도 파일럿 <달리는 노래방>이 7%대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정식 프로그램으로는 제작되지 못했다.

1개월간의 준비 기간은 일회성 편성에선 감당하기 용이하지만 주1회 방영되는 정규편성에선 매주 내용을 채우기 위한 제작진의 치밀한 기획이 뒤따라줘야 한다. 최종 무대에서의 과도한 후보정(오토튠 작업) 혹은 립싱크 등에 대한 일부 시청자들의 불만 어린 지적은 귀담아 들을 필요도 있다. 어차피 단기간의 교습만으로 음치 연예인들이 갑자기 프로 수준의 가창력을 얻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이를 감안하면 있는 그들의 노력에 좀 더 많은 비중을 두면서 그대로의 소리를 방송에 담아 내는게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인기 예능은 결방 없고...드라마 휴방과 대조
 
 MBC < 나 혼자 산다 >

MBC < 나 혼자 산다 > ⓒ MBC

 
이번 설연휴 기간 동안 <스토브리그>, <사랑의 불시착> 등 지상파와 케이블 인기 드라마들의 연이은 결방 결정은 해당 프로그램 팬들의 불만을 자아냈다. 연휴 특성상 드라마들은 기존 시청률 유지하기 쉽지 않은데다 제작 후반기에 도달하게 되면 촬영 시간 확보 등 여러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한주 쉬어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반면 지상파 인기 예능에게 연휴 기간 결방은 그저 다른 동네 이야기(?)에 불과하다. 사라진 명절 특집 예능 대신 설날 분위기를 물씬 담은 내용으로 기존 인기 예능을 전면에 내세운다.

<나혼자 산다>를 비롯해서 <슈퍼맨이 돌아왔다>, <1박2일>, <복면가왕> 등 3사의 대표 프로그램들은 변함없이 제 시간을 지키면서 시청자들과의 만남을 갖는다.  이밖에  <놀면 뭐하니>는 기존 방영분을 감독판 형태로 재편집하긴 했지만 지난해 말 진행된 유산슬 콘서트를 중심으로 담아 트로트를 선호하는 어르신 및 가족 단위 시청자들의 재미를 다시 한 번 이끌어 내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설특집 지상파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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