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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미투' 운동을 통해 여성들은 일상이었던 성차별·성폭력 경험들을 공론의 장에서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말하기'를 통해 성폭력은 '일부' 여성들이 겪는 남의 일이 아니라 일상 곳곳에서 일어난다는 것, 그 원인은 성차별과 성폭력이 용인되는 현실에 있다는 것을 수면 위로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폭력을 정당화는 시선들과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2차 피해들과 마주해야 했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이러한 맥락 속에서 미투 이후, 현재 여성들의 현실과 일상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리고자 <2019년 함께 쓰는 성폭력사전(아래 함께사전)>을 기획했습니다. 여성들이 직접 적어준 892개의 경험과 생각으로 엮은 내용과 더불어 미투 이후의 이슈를 담은 기획기사를 4번에 걸쳐 다뤄 볼 예정입니다.[편집자말]
 
 가수 정준영과 승리가 14일 오전과 오후 각각 '불법동영상 촬영 및 유포 혐의'와 '성접대 의혹'과 관련,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가수 정준영과 승리가 2019년 3월 14일 오전과 오후 각각 "불법동영상 촬영 및 유포 혐의"와 "성접대 의혹"과 관련,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출석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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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기사: 성폭력 사건인데, '우리 부장님이 그럴리 없다'는 직원들]

2019년 1월, 가수 승리와 정준영을 주축으로 모인 단톡방에서 승리의 성매매 알선 의혹과, 단톡방 맴버들이 불법으로 성관계 동영상을 촬영 및 유포, 약물을 이용해 강간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후 2019년 3월, 교육대학교 졸업생인 현직 초등남교사가 재학생들이 포함된 단톡방에서 초등학교 여학생을 성적 대상화하는 발언을 한 사건이 드러났다. 한 달 뒤인 4월, 기자들이 '기자 단톡방'에서 불법촬영물을 공유했다는 사실이 연이어 드러났다. 이 이슈들은 사실 오래 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있어왔다.
 
'진짜 남자 되기' 방법?
졸업 후, 오랜 시간이 흘러 '복학생모임'에 참여했었는데, 서로 서먹한 사이임에도 주로 나오는 이야기는 사귀었던 여성과의 성관계 이야기였다. 단순한 연애 이야기도 아닌 다분히 폭력적이고 여성혐오적인 이야기였다 – '함께 쓰는 성폭력 사전' 온라인 말 모으기 내용 중
 

한 대선후보자가 45년 전, 강간약물(돼지발정제)을 사해 여성을 항거불능 상태로 만들겠다는 준강간 범죄를 모의한 것을 자서전으로 출판한 일, 2007년 전 청와대 행정관이 중학교 시절 또래 여학생을 섹스의 대상으로 동년배들과 '공유'했다는 경험담이 에세이로 출판되어 사회적으로 비판 받은 일도 있었다. 남성들은 여성과의 성관계 경험을 '자랑 거리'로 인식한다. 그리고 그 경험이 많은 것이 남성다움의 지표라 생각하며 남성들과의 자리에서 그 경험담을 소비하고, 서로 경쟁한다.

성관계 경험을 트로피 삼는 문화는 강간약물을 사용하거나 술에 만취해 항거불능한 상태를 이용하는 범죄에도 둔감하게 만들며, 그것은 성관계가 아니라 '강간'임에도 동의한 성관계와 동의하지 않은 성폭력을 구분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함께사전> 온라인 말 모으기의 한 참여자는 '학교 현장에서는 쉴 새 없이 여자 아이들을 향해 외모 품평을 하거나 야한 농담하기, 성희롱을 유머로 소비하기도 하고 거기에 함께하지 않는 남자아이들을 배제하고 따돌린다' 고 이야기한 바 있다.

성희롱을 놀이로, 강간모의를 치기어린 실수로 치부하는 문화들은 나이/연령/학교/직장 등 모든 시 공간을 넘어 일상에 퍼져있다. 그리고 이것이 진정한 '남자되기', '남성성' 이라고 오해하며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성장 하도록 한다.
 
여성을 매개하고, 착취하며 강화되는 '남성카르텔'

 
 3억원대 뇌물 혐의, 성접대 혐의와 관련해 1심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되어 나오고 있다.
 3억원대 뇌물 혐의, 성접대 혐의와 관련해 1심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11월 22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되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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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고 장자연씨에 대한 강제추행죄로 기소된 조선일보 전 기자 조아무개씨가 무죄를 선고 받았다. 2009년 사건 당시, 장자연씨에 대한 강제추행 및 접대 강요행위에 대해 검찰은 사건의 핵심증인의 일관적인 사건 진술에도 불구하고 불기소 처분했다. 이후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검찰에 재수사를 권고했고, 조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해당 술집은 종업원이 수시로 드나들고 공개된 장소였다", "성추행이 있었으면 생일파티 분위기는 안 좋았을 것" 이라는 납득 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무죄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2019년 11월, 김학의 전 차관, 윤중천에 의한 성폭력 사건 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강간치상으로 기소된 윤중천에게 면소 및 공소기각을 선고, 뇌물수수죄로 기소된 김학의 전 차관에게는 무죄를 선고하였다. 윤중천은 별장에서 김학의에게 여성을 이용해 '접대'하였고, 그 별장에서 여성은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의혹이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성폭력 피해를 폭력으로 보지 않고 '뇌물죄'로 기소하였고, 법원은 그마저도 면죄부를 주었다. 그런데 '접대문화'는 지위나 권세를 가진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회사에서는 회식이 끝나면 늘 남자직원들끼리 룸살롱을 간다. 승진 정보, 회사의 생태계 이야기, 업무시간에 차마 공유 받지 못한 정보 들은 그 자리의 참석한 남성들에게만 공유 되며, 남성 직원들끼리 화합과 의리를 다진다. –'함께 쓰는 성폭력 사전' 온라인 말 모으기 내용 인용.
 
남자친구가 군대에 입대하자마자, 일종의 '관례'라며 군대 선임들과 함께 외박을 나가 성매매 업소에 다녀왔다는 것을 알았다.(중략)군대 가서 성매매 안 해본 남자가 없다고 말했고, 군대에선 성욕을 풀 수 없으니, 가는 것은 당연한 거라고 말했다. –'함께 쓰는 성폭력 사전' 온라인 말 모으기 내용 인용.
 

군대에서 선임/동기와 함께 성매매 업소에 가는 관례와 회사에서 의전이나 친목의 이름으로 룸살롱/안마방에 가는 문화, 위 문화와 관례라는 이름 뒤에서는 성폭력이 이루어지고, 끊임없이 성착취가 일어난다. 이렇듯 여성을 차별하거나, 또 다른 여성을 매개하여 착취하는 방식으로 남성카르텔은 공고해 진다. 

공기처럼 스며든 미디어 속 강간문화

놀이나 관례쯤으로 치부하고 넘어갔던 일상의 폭력들은 다시 재생산되어 미디어에서 아무문제 없이 나온다.
"드라마 쌈마이웨이 2화에서 여주인공을 두고, 대학 남자 동기들이 자기 차에 태우면 100만원, 호텔에 데려가면 200만원을 걸고 내기하는 장면을 보고 경악 했다." –'함께 쓰는 성폭력 사전' 온라인 말 모으기 내용 인용.
 
"영화나 드라마에서 여남이 밀폐된 공간에 있으면 당연히 여성은 섹스에 동의했다 전제하고, 상대 의사를 묻지 않고 스킨십을 하는 장면들을 많이 보았다. 그리고 이것을 로맨틱한 장면처럼 묘사하곤 한다." –'함께 쓰는 성폭력 사전' 온라인 말 모으기 내용 인용.
 

미디어 안에서의 이런 여성혐오, 폭력, 강간문화의 장면들은 공기처럼 스며들어 있어, 내용상 자연스러운 맥락에 기반 한 서사인 듯 그려져 문제의식을 갖기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이 불편한 장면들은 일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강간문화'의 산물이며, 뿌리 뽑지 못한 강간문화들이 게임, 광고, TV, 드라마, 유튜브 등의 미디어 장면에서 그대로 가져와 소비되는 것이다.
"게임을 할 때도, '캐릭터가 죽는다', '몬스터를 죽인다'라는 말 대신에도 '강간'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1:1로 대결하다 지면 '강간당했어?' 라고 말하거나, '강간 해버린다' 라고 한다. 상대방의 캐릭터가 '여자'로 보이는 경우이거나, 상대 플레이어의 성별을 몰라도 비하하는 목적으로 쓴다." –'함께 쓰는 성폭력 사전' 온라인 말 모으기 내용 중.
 

그러므로 우리는 일상 곳곳에서 스며들어 있는 강간문화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당신이 즐기고 있는 '그것', 놀이가 아니라 '강간문화'다.

 
클럽 내 성폭력 근절 촉구하는 여성들 세계 여성의 날인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역 인근에서 '불꽃페미액션'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불태우자 강간문화'라고 쓰인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클럽 내 성폭력 근절 등을 촉구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퍼포먼스 등을 마친 뒤 클럽 '버닝썬'까지 행진했다.
 세계 여성의 날인 2019년 3월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역 인근에서 "불꽃페미액션" 등 여성단체 회원들이 "불태우자 강간문화"라고 쓰인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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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사전>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성차별, 성폭력, 디지털 성폭력(불법 영상물 촬영, 유포 및 배포, 유포협박), 접대문화, 남성카르텔 등을 매일 느끼고 경험한다고 적어주었다. 그리고 이 경험들을 폭력이 아니라 '놀이'로 여기는 것, 성관계 경험을 트로피 삼는 것, 여성을 매개하여 성착취하는 것들을 '강간문화'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이 단어에 대해 과한 표현이고, 비약이라며 남자라면 으레 하는 인사치레, 놀이와 같은 친목도모 행위일 뿐이라고 말한다.
"남성 전반에서 흐르는 인식이나 유흥문화를 생각하면, '강간문화'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이상하다거나 지나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까지 강간, 성폭력에 더 가벼운 이름을 붙여 부름으로써 실제 폭력을 더 가벼운 일인 양 포장해온 전반적인 흐름이 더 문제다." –'함께 쓰는 성폭력 사전' 온라인 말 모으기 내용 중.
 

'강간문화'는 비약이 아니고, 놀이 또한 아니다. 강간문화를 멈추는 첫 단계는 위와 같은 불편한 상황을 마주하게 됐을 때, 이것은 놀이, 문화가 아니라 '폭력'임을 인지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참여 하지도 동조하지도 않는 것이다. 성희롱 농담에 웃지 않고 정색하기, 여성의 외모를 품평하는 단톡방에 초대 됐을 때 문제제기 하고 중단시키기 등 일상의 작은 실천을 통해 강간문화를 멈추는 첫 사람이 되어보자.
 

태그:#강간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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