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 날카로운 눈빛 21일 전북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프로농구 전주 KCC와 고양 오리온의 경기. 이대성이 빈틈을 노리고 있다.

▲ 이대성, 날카로운 눈빛 21일 전북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프로농구 전주 KCC와 고양 오리온의 경기. 이대성이 빈틈을 노리고 있다. ⓒ 연합뉴스

 
이대성은 올시즌 전주 KCC의 뜨거운 감자다. 대형 트레이드로 울산 현대모비스를 떠나 KCC의 유니폼을 입은 이후 잘하든 못하든 항상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

KCC는 올시즌 이대성과 라건아를 영입하며 순식간에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기대가 무색하게 KCC는 트레이드 이후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며 성적이 오락가락했다. 트레이드 이후만 놓고보면 순위는 오히려 4위로 떨어졌고 승률은 겨우 5할에 턱걸이하는 수준이다. '슈퍼팀'이라던 기대치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결과였다.

이대성은 이적 초반 달라진 팀전술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였고 설상가상 지난 연말에는 부상을 당하며 한동안 전열에서 이탈했다. 공교롭게도 KCC는 이대성이 빠져있는 동안 3라운드에서만 8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이대성의 복귀 시점과 맞물려 다시 연패에 빠졌고 순위도 하락했다.

사실 이대성만의 영향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묘하게 이대성의 플레이스타일이 기존 KCC 농구와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 두드러진 탓에 유독 비난의 화살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하필 이대성이 기록상 좋은 활약을 보여도 정작 팀은 패하는 경기가 반복되며 '이대성 사용법'에 대한 논란은 계속됐다.

21일 고양 오리온전은 모처럼 KCC가 이대성을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 해결의 실마리를 보여준 경기였다. KCC는 이날 오리온을 96-83으로 제압하며 3연패를 탈출했고, 이대성은 이날 3점슛 4개 포함 20점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터진 3점포는 물론이고 수비와 경기조율에서도 힘을 보탰다.

승리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이대성 외에도 KCC가 자랑하는 '국가대표 삼각편대' 이정현(22점 8어시스트)과 라건아(22점 13리바운드)가 함께 폭발했다는 점이다. 세 선수가 동시에 한 경기에서 20점 이상을 넘긴 것은 오리온전이 처음이다. 코트에서 함께 뛸 때 시너지 효과보다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크다는 지적을 받았던 세 선수가 모처럼 공존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고무적이다.

이대성을 '1번'(포인트가드)으로 기용할 때의 장점이 살아난 것도 의미가 크다. 이대성은 이날 2쿼터부터 1번 역할을 맡아 매끄러운 경기조율과 어시스트로 공격을 풀어나가는데 기여했다. 이전에 비하면 볼처리가 한결 간결해졌고 동료들을 활용하는 시야도 여유로워졌다. 경기 초반 오리온 가드 한호빈을 제대로 막지 못해 고전했던 KCC는 이대성을 투입하며 수비에서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공격에서는 미스매치를 유발하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었다.

이대성은 모비스에서는 양동근이라는 국가대표 가드가 있음에도 종종 1번으로도 활약한 바 있다. 팀의 에이스임에도 이타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데다 여러 백코트 파트너와 호흡을 맞춘 경험이 풍부한 양동근의 희생과 조율이 있었기에 공존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정현-송교창같이 공격적인 자원이 많은 KCC에서는 볼소유시간이 길고 동료들의 공격템포를 잡아먹는다는 이대성의 단점이 더 두드러져서 애를 먹었다.

전창진 KCC 감독은 트레이드 이후 이대성에게 주로 2번(슈팅가드)에 가까운 플레이를 요구해왔지만 이정현-이대성의 공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경기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감독의 전술적 철학과 선수의 장단점이 엇박자를 낸 대표적인 사례였다. 하지만 오리온전에선 전 감독이 이대성에게 1번으로 마음껏 뛸 수 있는 기회와 신뢰를 제공했고 이대성도 모처럼 그 기대에 부응했다. '최적의 이대성 사용설명서'에 대한 고민은 시즌끝까지 KCC가 계속 가져가야 할 부분이다. 

KCC에는 올시즌 눈부신 성장세를 보여준 유현준이라는 정통 포인트가드 자원이 있다. 하지만 유현준은 아직 풀타임 경험이 부족하고 작은 신장으로 수비력, 부족한 슈팅 능력같은 약점도 많다. 1번과 2번을 모두 소화할수 있는 이대성은 유현준과 함께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면서 가드진의 전술적 유연성을 높여줄 수 있다. 미우나 고우나 이대성이 올시즌 KCC의 우승도전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인 이유다.

물론 최하위팀인 오리온과의 한 경기만으로 이대성이 KCC 시스템에 적응했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대성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복을 줄이고 일관성있는 모습을 더 보여줘야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1번으로 투입되었을 때 자기 공격을 먼저 의식하는 듯한 플레이가 많았다면, 오리온전처럼 무리한 슈팅보다 수비와 경기조율에 좀 더 주력했을 때 KCC의 조직력까지 살아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이대성 없는 KCC도 강팀은 될 수 있지만, 이대성이 활약하지 못하는 KCC는 우승팀이 되기는 어렵단 점이다. 

한편 KCC의 또다른 고민은 라건아를 받쳐줄 국내 빅맨진의 부실함에 있다. KCC의 수비 약점은 키가 큰 팀이나 토종빅맨이 강한 팀을 만났을 때 매치업을 세울 만한 빅맨이 부족하다. 장신포워드 송교창이 4번까지 소화할 수는 있지만 자기 포지션이 아니라서 최상의 활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대성-이정현-라건아같은 선수들의 공격적인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장신팀을 상대로 했을 때 나타나는 고질적인 리바운드 열세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 이것이 전창진 감독의 다음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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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성 전주KCC 전창진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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