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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선규 교수.
 고선규 교수.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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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법 개정으로 고등학생도 유권자 자격을 갖게 됩니다. 실제 선거와 동일한 시기에 실제와 비슷한 투표용지를 사용해 투표해 봅시다. 대표자를 뽑는 활동을 통해, 민주 정치가 우리 가까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2015년 일본 정부가 만들어 전국 고등학교에 보낸 선거교육 부교재에 나온 '모의선거' 관련 내용이다. 우리나라 행정안전부와 교육부 격인 일본 총무성과 문부과학성(아래 문부성)이 만든 이 책자의 제목은 <우리들이 열어가는 일본의 미래: 유권자로서 필요한 능력을 기르기 위하여>이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4년 앞선 2015년에 '18세 선거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모의선거 등을 핵심 교육방법으로 삼아 주권자 선거교육에 나섰다. 당시 일본은 보수·우익 성향인 아베-자유민주당 집권시대였음에도 이 같은 교육을 시행했다.
 
 일본 정부가 만든 선거교육 교재 표지.
 일본 정부가 만든 선거교육 교재 표지.
ⓒ 일본 문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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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나라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18세 선거권 자체를 반대해온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이 모의선거 교육 시도에 발목을 잡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치편향 교육과 교실 정치장화를 불러일으킨다는 게 이들의 반대 이유다.
    
지난 3일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서울시교육청의 '모의선거 프로젝트' 수업은 학생들을 정치 도구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019년 12월 홍일표 한국당 의원은 학교 선거교육 과정에서 학교 교사를 배제하는 내용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주권자 선거교육을 연구해온 고선규 와세다대학 시스템경쟁연구소 연구위원(53, 전 도호쿠대 교수)은 "어이없는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보수정권이 집권한 일본이 학생들에 대한 선거교육에 적극 나선 이유는 젊은 층들이 정치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지 않으면 사회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정당과 단체들도 자신들의 이해관계만 따지면 안된다"라고 덧붙였다.

교육당국은 고 위원이 2018년에 낸 논문 '일본의 18세 선거권 도입에 따른 선거교육과 시사점'과 '일본의 18세 선거권 실시과정에서 총무성·시민단체·정당의 역할 분석과 시사점'을 주목하고 있다. 선거교육용 고교생 자료를 올해 2월까지 만들기로 한 교육부는 현재 일본과 유럽 등지의 선거교육 사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가장 최근에 '18세 선거법'이 통과된 동아시아권 나라이기에 더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 교육선진국은 18세 선거권을 갖고 있으며, 모의선거 등 선거교육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진행하고 있다.

일본 도호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고 위원은 우리나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15년간 교수로 지내며 선거와 민주시민교육을 연구했다. 일본 도호쿠대와 와세다대학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연구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고 위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11일 오후 동국대의 한 연구소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학생 정치도구화? 어른들보다 나은 경우 많다"    
 
 고선규 교수.
 고선규 교수.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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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도 청소년 대상 민주시민교육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선거연수원에서 15년간 교수 생활을 했다. 요청이 있을 때면 고등학교에 가서 여러 번 강의했다. 내용은 선거 관련 민주시민교육이었다."

- 일본의 선거교육에 대한 고 위원의 논문이 최근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논문을 준비하던 2015~2018년 당시 한국에서도 18세 선거권 논의가 있었다. 일본에서는 2015년 6월에 법이 마련되고 2016년 실제 고교생이 선거에 참여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우리도 가까운 미래에 직면할 상황이니까 교육부, 시도교육청, 선관위, 정당들, 시민단체들은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 것인가 연구하게 됐다. 일본 현장조사도 가고 문부성에서 인터뷰도 했다." 
   
- 일본은 왜 주권자 교육에 나선 것인가?
"'기권의 습관화'를 막기 위해서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젊은 층 투표율이 낮다. 나이가 들수록 투표율이 올라갔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젊은 나이에 기권하는 것이 습관화되면 나이를 먹어도 투표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교에서 정치교육, 유권자교육, 민주시민교육을 해야 될 필요가 더 커진 것이다. 그리고 18세 선거권도 당연히 주어져야 한다."

-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선거권을 주면 '정치도구화가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근대적 사고방식이다. 과거 종이매체만 갖고 학습한 시대에 만든 기준이며 판단이다. 인터넷과 유튜브가 일상화된 지금 시대에 학생들은 자신의 가치판단이 명확하고 가치 기준 또한 충분히 형성되어 있다. 학생들은 정보를 처리하고 습득하는 지적 리터러시(문해력)뿐만 아니라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 또한 어른들보다 낫다. 그 어느 세대보다도 뛰어난 세대가 바로 18세들이다. 이들은 가짜뉴스에 대한 분별 능력도 일부 어른들보다 낫다. 비판의식도 갖고 있다. 일본에서도 18세 선거권 논의에서 미성숙 등의 이유로 교사들과 문부성이 반대했지만 기우란 점이 곧 증명된 바 있다."

- 일본 사례를 놓고 볼 때 학생들이 정치도구화가 되었다고 보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18세 선거권을 줬어도 학교에서 혼란이 없었다. 우리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내가 겪어본 우리나라 고교생들은 특정인의 정치 도구화가 될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 1년이란 준비 기간이 있었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법 통과 뒤 4.15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일반인들도 선거법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왜 그들만 특별히 더 우려되는가? 물론 유권자로서 할 수 있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행동에 대한 정보를 줘야 한다. 그런 정보는 학교와 언론에서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 일본도 선거교육을 15시간 했다. 우리도 3월 학기가 시작되면 15시간을 확보해서 하면 된다."
  
- 보수언론들과 정치권은 '교실의 정치화'에 대해서도 우려한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교사가 직위를 이용해 선거 운동 하는 것은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진보 보수 정당 간에 공정한 정보 제공의 기회만 제공된다면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본다. 따라서 정치적 편파성에 대한 것은 어른들이 제대로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다."

- 일본은 유럽보다 학교 안 '정치 참여'에 대한 제약이 큰 것으로 안다.
"2015년 문부성이 수정 통지문을 보냈다.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했던 1969년의 통지문을 고친 것이다. 수정된 통지문도 여전히 학생들의 학교 안 정치활동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방과 후나 학교 밖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있다. 학교 안에서는 학생회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 학교 축제에서 정치문제를 다룰 수 있다. 학생들끼리 정치 문제를 갖고 토론회를 열 수도 있다."

- 일본 학생들은 모의선거를 어떻게 하나?
"일본의 모의선거는 현실정치를 갖고 와서 한다. 선거 쟁점이 되는 정책과 정당을 그대로 갖고 와서 진행한다. 홍보물을 정당의 선거 포스터처럼 만들고 정견발표도 한다. 당연히 선거 용지에도 정당명이 적혀 있다. 오이타현 교육청 안내문을 보면 정치인을 부를 수도 있다. 다만 선거 기간 중에는 선거토론회는 괜찮은데 선거연설회는 안 된다."
  
- 논문에서 모의선거를 강조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추상적 선거교육은 한계가 명확하다. 실체적 선거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교와 사회가 유리되어선 안 된다. 살아있는 학습, 액티브 러닝, 참여교육, 체험교육이란 맥락에서 보면 모의선거가 중요하다."

"모의선거는 액티브 러닝의 가장 적절한 사례"
 
 일본 정부의 선거교재에 나온 학생 모의선거 내용.
 일본 정부의 선거교재에 나온 학생 모의선거 내용.
ⓒ 일본 문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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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 모의선거를 자유한국당과 한국교총이 반대하고 있다.
"모의선거는 선거 계기수업에서 액티브 러닝의 가장 적절한 사례다. 그래서 교육 선진국들은 대부분 국가 차원에서 모의선거를 하고 있지 않은가. 편향교육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해결은 간단하다. 편향교육을 안 하면 되지 않는가?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정치교육을 진행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이미 마련되어 있다.

모의선거를 계기로 학교도, 교사들도 정치 중립성을 더욱 잘 갖추는 계기가 된다면, 학교에 대한 신뢰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정치 쟁점이 된다는 이유로 모의선거를 못하게 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중요한 교육의 계기를 놓치는 것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초중고에서 무수한 민주선거에 참여해왔다. 반장이나 학생회장 직선이 그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히려 어른들보다 더 낫다고 할 수도 있다. 모의선거 반대 논리는 지나친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 정치 편향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교사의 선거교육 배제 등의 법안까지 발의되었다.
"어이없는 발상이다. 지금 시점에서 이해관계만 따지고 본다면 자기 정당을 지지해야 즐거운 일이고 그렇지 않으면 즐거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가는데 젊은 층의 의사가 반영이 안 되면 큰 문제다. 이들이 구성원 역할을 적극적으로 안 해주면 한국 사회는 지속가능성을 갖지 못하게 된다. 정치 유권자교육은 지금 꼭 필요하다."

- '아베 정부'라는 보수우익 체제인 일본이 학생들 선거교육에 나선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젊은 층들이 앞으로 적극적으로 정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지 않으면 일본 사회가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다고 정치에 무관심하고 투표도 안 하면 그 사회의 미래는 절망적이다. 특정 정당 유불리를 떠나 장기적으로 이런 교육이 긍정적이라는 것을 내다봤기 때문에 선거교육에 나선 것이다. 물론 일본 청년들이 자민당에 우호적인 측면도 작용했다고 본다."
     
- 교육당국이 학생보호란 명목으로 통제 위주로 정치 가이드라인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일본은 가이드라인을 우선하기보다는 선거교육 교재를 만들어 학생들이 비판의식을 키울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적인 사례가 모의선거를 문부성 차원에서 적극 지원했다는 것이다. 범법을 예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은 필요하지만 최소한도로 해야 한다.

오히려 유권자가 된 고교생에게 정치학습, 정치활동 기회를 제공하고 지원해야 한다. 학생이기 때문에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자율적으로 학생 유권자 본인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18세 새내기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당당한 존재'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의 목표는 민주시민 양성이지 정치교육 통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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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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