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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는 자본과 권력을 견제하고 시민의 정치참여 독려에 나서야 합니다."

더 나은 시민사회의 미래를 위해 과거 오프라인의 사회운동방식에서 탈피하고 온라인 등 다양한 시민 네트워크와 함께 연대해 현장 중심의 의제를 설정하자는 제언이 나왔다. 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광화문 1번가 열린소통포럼 서울'에서 '지속가능사회를 상상하는 청년포럼(지상청)' 5회 포럼이 열렸다. 5회 포럼은 '우리나라 시민사회의 미래'를 주제로 진행됐다.

지상청은 청년과 기성세대가 모여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한 해법을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 찾아내는 세대통합형 포럼이다. 작년 9월 5일 출범한 지상청 시즌1은 올해 2월까지이다. 9일로 5회를 맞아 시즌1의 막바지를 달리고 있다.
 
지난 9일 광화문 1번가 열린소통포럼 서울에서 지상청 5회 포럼이 끝나고 대학생들과 전문가 위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 지상청 5회 포럼 기념촬영 지난 9일 광화문 1번가 열린소통포럼 서울에서 지상청 5회 포럼이 끝나고 대학생들과 전문가 위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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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민사회 변화의 궤적

포럼은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의 발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임 교수는 "시민사회가 한국의 민주화에 큰 공헌을 했다"며 "과거엔 강력한 정부가 사회를 통제하면서 국가는 강했고 시민사회는 약했지만 오늘날 시민사회는 성장을 해서 국가 대 강한 시민사회의 구조를 설계했다"고 말했다.

다만, "2000년대에 들어서며 '지구시민사회'라는 사회운동의 전지구화가 필요해졌다"며 "운동역량의 부족으로 인해 국내 기반에 머물러 있다는 점과 전지구화의 특혜만 누리려는 무임승차적 태도도 문제"라고 진단했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의 발표로 지상청 5회 포럼이 막을 열었다.
▲ 기조발언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의 발표로 지상청 5회 포럼이 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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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교수는 촛불 혁명에서 본 시민사회의 변화를 강조했다. "촛불은 대의 민주주의의 불만에서 나온 것"이라며 "대표성이 제대로 부여되지 않았고 책임성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촛불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을 보면 굉장히 다양한 세대·성별·계층이 함께한다"며 "이는 혼합민주주의와 다중의 출현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광우병 사태 때는 시민운동 진영이 조직적으로 주도해나갔다면 박근혜 국정농단 탄핵 때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고 비교하며 "제3의 시민사회가 다가왔다"고 주목했다.

오늘날 시민단체의 한계와 진단

임현진 교수는 오늘날 시민단체가 직면한 문제를 '사회적 자본의 악화'로 진단했다. 나쁜 사회적 자본을 줄이고 시민단체가 좋은 사회적 자본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는 사회적 자본이 약하다"며 "혈연, 지연, 학연의 사적 신뢰는 굉장히 높지만 공적 신뢰가 낮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적 신뢰가 약하기 때문에 정부의 신뢰가 약한 폐해를 낳았다"며 "결속력이 좋은 사회적 자본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현진 교수가 오늘날 시민단체가 직면한 문제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기조발언 임현진 교수가 오늘날 시민단체가 직면한 문제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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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교수는 정부 신뢰가 낮아지면서 우리나라 NGO가 양적·질적으로 성장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나쁜 사회적 자본'도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일부 시민단체가 자본과 권력을 가까이 하고, 제도권 정치로 진입하려는 기회를 이용됐다는 설명이다.

임 교수는 "NGO 활동을 정치의 디딤돌로 생각하는 것은 시민사회를 망치는 길"이라며 "시민성을 통해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는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활동가들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NGO들이 독립 민간 싱크탱크로부터 사회운동을 위한 구체적 데이터와 정책 대안을 제공받는 협치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 NGO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제언도 제시했다. "과거 오프라인 운동방식의 경로의존성을 탈피하고, 온라인네트워크 시민세력과 연대해야 한다"며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작고 구체적인 실생활의제를 거시적 의제로 선순환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쉬운 연결보다는 혁신적인 연결을 통한 네트워크가 중요하고, 기존의 틀을 바꾸기 위한 창의력이 필요하다"며 포럼에 참가한 청년들을 향한 조언으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패널∙청중 토론

이어 유혜림 지상청 운영위원, 이동은(숙명여자대학교 글로벌 협력 전공 1년)씨가 패널로 참여해 안치용 지속가능청년협동조합바람 이사장의 사회로 토론을 벌였다.
  
이어진 패널토론에는 유혜림 지상청 운영위원과 이동은 씨가 패널로 참여했다.
▲ 패널토론 이어진 패널토론에는 유혜림 지상청 운영위원과 이동은 씨가 패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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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은씨는 "한국에서는 주로 정부중심적인 국책연구기관이나 대기업이 이끌어가는 싱크탱크가 많고 영향력이 강하다고 알고 있다"며 "그러면 각 정부에 편향적인 연구정책이나 기업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방향의 정책이 나오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임현진 교수는 "대기업 쪽의 싱크탱크가 일반 시민단체보다 강한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서로의 정책의 한계를 넘어서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답변했다.
  
패널로 참여한 이동은 씨가 임현진 교수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 패널토론 패널로 참여한 이동은 씨가 임현진 교수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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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림 지상청 운영위원은 "청년이 참여할 수 있는 무정형 청년 조합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며 "주변의 작은 플랫폼에서 시작해 실생활 의제를 거시적인 의제로 선순환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또한 "청년 입장에서는 공정성이라는 사회적 자본이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임현진 교수는 "실생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종합형 사회운동 방식보다는 현장 중심의 문제해결 방식으로 나아가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패널토론 이후 이어진 청중토론에서 지민우 씨가 시민사회간 갈등에 대해 묻고 있다.
▲ 청중토론 패널토론 이후 이어진 청중토론에서 지민우 씨가 시민사회간 갈등에 대해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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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토론에서 지민우(국민대학교 사회학과 4년)씨는 "시민사회 간의 갈등이 심화되었다고 느낀다"며 이렇게 갈등이 심화된 상태가 정상적인 모습인지 질문했고, 임 교수는 "갈등은 사실 나쁜 것이 아니며, 사회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해주는 것"이라며 "갈등을 제도적으로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가 민주주의"라고 답하며 '대화와 타협' 문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이 일본의 시민사회에 관해 질문하고 있다.
▲ 청중토론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이 일본의 시민사회에 관해 질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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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일본의 시민사회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일본의 생활 밀착형 풀뿌리 조직이 왜 자민당 장기 집권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있는지 물었고, 임 교수는 "일본의 시민사회 조직은 지방 활동에 비해 중앙이 비어있다"며 "일반 시민의 의제가 정치에 반영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동은씨는 "NGO 문제점 중 하나로 열정 페이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있는지"물었다. 임 교수는 "우리나라 국내 NGO 중 온전히 회비로 운영할 수 있는 NGO는 거의 없다"며 "재정운용 방식이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유혜림 지상청 운영위원은 "오늘날 국가와 시민 사이에 혐오라는 변수가 추가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사회의 공론장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임 교수는 "인터넷 공간의 익명성도 혐오 표현의 원인 중 하나"라며 디지털 시민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이동형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이사가 국회의 권력에 대한 견제 방법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 청중토론 이동형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이사가 국회의 권력에 대한 견제 방법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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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형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이사는 "국회가 가진 권력이 굉장히 강한데, 시민사회가 사회 참여를 하면서 국회를 견제하는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임 교수는 "국민의 시민참여, 의원소환제와 같은 몇 가지 방법이 있다"며 "무엇보다 좋은 사람을 정치인으로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치인을 자주 바꿔줄 필요가 있고, 직업정신을 가진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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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 마지막 포럼인 6회 포럼은 다음 달 6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3월엔 새로운 주제의 지상청 '시즌2'가 시작된다.

글 이혜원 · 사진 신다임/바람저널리스트

태그:#지상청, #지속가능바람, #열린소통포럼, #시민사회, #청년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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